[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57회

희망을 찾아서

등록 2006.08.14 16:52수정 2006.08.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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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힘겹게 이동한 아누와 짐리림은 앞으로의 일에 관해 논의를 거듭했다.

-이대로 숨어 지낼 수만은 없어. 탐사선을 다시 빼앗아야만 해
-다시 탐사선을 되찾겠다는 건가? 둘이서?


짐리림은 아누의 제안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강하게 반문했다.

-잘못된 일은 바로 잡아 나가야 하네. 탐사선을 되찾으면 짐리림 자네에 대한 일은 더 이상 묻지 않을 걸세.

-둘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그렇다고 변변한 무기가 있나? 저들은 무기까지 만들어 놓고 있어! 또 모든 게 짜여진 음모라면 다른 탐사선들도 가이다에 속속 모여들지 않을까?

짐리림은 회의론을 제기했지만 아누는 강한 결의에 차 있었다.

-가장 가까운 탐사선도 1500카쉬에(하쉬의 거리개념)정도에 있을 것이네. 운 좋게 신호를 받게 되더라도 당장 오기는커녕 서로 만날 기약조차 할 수 없지. 지금은 가이다의 환경을 면밀히 조사하고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해. 지금과 같이 이곳의 생물들을 몰아내는 보더아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가이다에서 살아 갈 수 없어.


짐리림은 아누의 말에 지지 않고 긴 말로 응수 했다.

-아주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군. 왜 가이다의 생물들을 내 몰면 가이다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여기는 건가? 가이다의 생명체들과 우리는 공존할 수가 없어. 사실 지금 우리는 가이다의 미생물들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작은 생물들은 빠르게 적응하거든. 에질과 일레가 죽었을 때 그들의 시체는 순식간에 썩어 들어가 버렸지. 내 예상으로는 우리 하쉬인들의 가장 강한 면역체계인 크라피온이 가이다의 미생물들이 침범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 같아. 크라피온은 죽은 상태에서는 그 기능을 멈추지.


짐리림은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에 마음속으로 하쉬의 신에게 감사드리며 자신의 기분에 취해 말을 계속 내뱉어내었다.

-즉, 지금 우리는 크라피온이라는 겨우 하나의 면역체계로 무수한 가이다의 미생물들을 막아내고 있는 거야.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가이다의 거대한 생명하나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공존하고 있지만 아마도 우리가 하쉬에서 가지고 왔을 우리 몸의 수많은 미생물들은 이미 가이다의 미생물들에게 먹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되. 우리는 벌써 가이다의 생명들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거라고!

-그건 가이다의 생명들에게는 당연한 거 아닌가? 가이다의 생명들은 우리처럼 스스로 외부의 생명을 존중해 줄만큼 지식을 축적하고 있지 않아. 그렇다고 그들을 절멸시키고 제2의 하쉬행성을 가이다에 세우는 게 당연한 일인가?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지.

짐리림의 말에 아누는 침묵했다. 그런 아누에게 짐리림은 거칠게 쏘아붙였다.

-탐사의 목적이 뭔가? 결국 이런 거 아닌가? 당신과 같은 환경 이상주의자는 결국 겉포장용에 지나지 않아! 지금도 하쉬는 불안에 떨면서 우리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들이 중요한가? 아니면 구역질나는 생물체들이 우글거리는 이런 행성의 생태계가 중요한가?

-그런 식으로 양분하지 말았으면 하네. 그건 편협한 생각일 뿐이야. 다른 생명을 멸하려는 무리들은 어떤 식이로든 응징당하기 마련이지. 자네와 이런 논쟁은 그간 끝도 없이 벌여 왔지만 모두를 속이고 아예 이런 논쟁 자체를 듣지 않으려 한 보더아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그 교훈을 가르쳐 줄 걸세.

짐리림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눈! 눈만 멀쩡하다면 저 미친 환경주의자의 말을 듣지 않고 탐사선으로 돌아갈 텐데!’

이런 짐리림의 생각에는 아랑곳없이 아누의 말은 계속되었다.

-지금 보더아는 가이다의 생물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있지. 그러나 우리처럼 두 발로 걷는 생명체는 그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싸우려 하더군.

-사이도 말인가?

짐리림의 말에 솟은 무슨 말이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그 두발 생물들에게 붙인 이름이야. 하쉬에 살았던 고대생물 사이도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 고생물학에 무지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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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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