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어디를 향해도 반경 1킬로미터 내에서는 단 한 채의 현대적인 건물과도 마주치는 일이 없는 올드 시티 사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김남희
2500년을 건너온 옛 도시 사나는 시간이 멈춘 땅이었다. 거리의 남자들은 몇 백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고, 여자들은 눈만 내놓은 검은 옷자락을 끌며 걷고 있었다. 눈만 살짝 드러난 여자들이 서로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내게는 마법처럼 신기했다. 일없는 남자들이 콰트 잎(니코틴을 함유한 야생 잎)을 씹고 있는 옆으로는 당나귀를 탄 노인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집들은 모두 오래된 벽돌집이었고, 회반죽으로 덧댄 창마다 정교한 조각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거리에 차들이 다니고, 기도시간을 알리는 뮈아젠이 확성기를 쓴다는 걸 빼면, 그곳은 서기 611년, 신의 계시를 받은 무함마드가 살던 시절과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
우리처럼 갈라진 땅이었으나 90년 초에 급작스런 통일을 이루면서 한반도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겨놓았던 예맨. 2000년 초반까지도 예멘의 이미지는 악명 높은 외국인 납치(1991년 이후 200건의 외국인 납치를 기록했다)와 결코 끝나지 않는 부족 간의 전쟁과 테러, 알 카에다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움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예멘은 유향과 몰약과 향료 무역으로 그 이름을 떨쳐왔고, 세계에서 최초로 커피를 재배한, 모카커피의 원산지였다.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건너가 본다면 성경 속의 노아가 그의 방주를 띄운 곳이었다. 그리고 3000년 전 황금과 향료와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예루살렘의 왕 솔로몬을 찾아가 그와의 사이에서 아들까지 낳았다는 전설의 여왕, 시바의 땅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땅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존심이 강하고, 지독하게 독립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