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밥그릇을 빼앗는 존재일까?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색한 가치 평가에 할 말 있다

등록 2006.09.13 19:15수정 2006.09.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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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열렸던 재외동포법 개선을 위한 토론회. 방문취업제를 중심으로.
지난 8월 21일 열렸던 재외동포법 개선을 위한 토론회. 방문취업제를 중심으로.고기복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는 현재 38만9천명(8월말 현재)이 넘었고, 그 중 18만9천명이 미등록자다. 이들은 우리 사회 3D업체에서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을 장시간 묵묵히 하고 있지만, 그들의 기여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시장을 잠식, '밥그릇을 뺏어 간다'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풀 것인가?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 불거진 건설노조의 '외국인력 도입 중단' 요구는 사회적 약자 간의 경제적 이익의 충돌, 저임금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의 노동시장 충돌이라는 이슈를 우리 사회에 던져주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갈등은 건설노조와 중국교포 간의 갈등 구조이긴 하지만, 건설노조의 주장은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시장을 잠식하고 있거나, 그럴 수 있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주었다.

사실 위 문제는 대단히 복합적인 면이 있어 한마디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사회 경제 구조적으로,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타문화에 대한 편견과 문화충돌 등으로 이해하는 한편, 정치적 입장에서도 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내놓는다는 것은 시민운동을 하는 개인으로서 어려움이 있지만, 최소한 갈등이 심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노력을 하자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이주노동자, 밥그릇 빼앗는 존재?

출국 전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 이주노동자들.
출국 전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 이주노동자들.고기복
첫째, 정부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유입으로 내국인 고용시장의 교란이 일고 있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내외국인 노동자 간 갈등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사실상 정부는 한국노동연구원 등의 자문을 얻어 매해 제조업 근로자의 2% 내에서 외국 인력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건설시장이나 저임금 노동시장에서의 내국 인력의 불만은 계속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러한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포 등의 취업을 허락하고 있는 방문 취업제(H-2비자)가 올해 하반기에 시행되는 것으로 입법예고 되었다가,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지금까지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건설시장이나 식당 등과 같은 서비스업종의 외국 인력에 의한 내국 인력의 대체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 있는가 하는 점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둘째, 노동운동 진영 차원에서는 노노(내·외국인) 갈등을 부추기는 자본에 편승하여 저임금 노동자 간의 갈등 구조를 이슈화하는데 편승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진보진영의 노동조합이나 정당이 보여준 정강정책상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옹호하겠다는 구호는 현실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구호로 노동자 연대를 부르짖기 이전에 노동자 간의 연대의 틀을 다질 수 있는 현실적 방법들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방법으로 상호 간의 문화, 교육 프로그램 교류를 통해서 노노(내·외국인) 간의 편견과 문화적, 이념적 간격을 좁히는 데 노력을 해야 한다. 체육행사, 직업·안전 교육, 문화행사 등의 교류를 통해 서로 노동자 동지로 인정하고 이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가 서툴고 장시간의 고된 노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대해 배울 기회가 부족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 우리 문화와 글, 생활방식 등을 전달하고, 내국인 노조에서도 산재, 임금 체불 등에 대한 상담을 공유하며, 노동자로서 연대의식을 갖고 애정 어린 관심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극단적이고 편협한 민족주의와 자본가와 고임금노동자들의 공격에서 서로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건설노조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버려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단순히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몰아붙이기 이전에 누가 우리의 동지인가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로서 점점 열악해져 가는 노동 현실을 타계하기 위한 전략적 투쟁의 대상을 굳이 이주노동자로 두어야 하는지 스스로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순히 인력의 문제로 본다면, 노동 시장의 대체적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 안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부른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노동력만 들어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온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좀 더 열린 토론이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토론을 통해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뺏는 존재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성케 하고, 산업사회 발전에도 기여한 공로자인가?'를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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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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