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마추어리즘에 멍드는 사람들

방문취업제(H-2비자) 도입 과정을 보면서

등록 2006.09.27 11:47수정 2006.09.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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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노동부 소관법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지난 9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윈회 심의를 거친 방문취업제(H-2비자) 시행을 앞두고 정부 정책의 도입 과정이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문취업제 실시에 대한 정책간담회 모습
방문취업제 실시에 대한 정책간담회 모습고기복
지금까지 재외동포들은 1년 단수비자를 받고 입국한 뒤, 고용특례를 통해 취업할 수 있었는데, 3년간 취업 뒤에는 반드시 출국해 6개월 후 재입국해야만 하도록 하고 있었다.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차별적이었던 동포 정책의 일대 전환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 앞서 실시된 각종 정책토론회에서 취업방문제는 뭇매를 맞고 있다.

방문취업제란

방문취업제란 그동안 재외동포법에 의해 재미교포나 재일교포 등에 비해 차별을 받아 왔던 재중동포를 비롯한 구 소련권 동포들의 국내입국과 관련하여 마련된 제도로, 25세 이상 되는 동포들은 고국을 자유롭게 방문해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 국회에 제출된 안에 의하면 H-2 비자를 갖고 있으면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을 비롯한 32개 업종에서 5년간 복수 비자를 받아 총 10년을 국내에 체류할 수 있게 된다.

당초 방문취업제는 금년 하반기에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법안 통과가 미뤄졌고, 현재 예상대로라면 내년 초에는 시행가능하다고 관계부처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방문취업제 비자는 당초, 재외동포법이 헌재에서 합헌불일치 판견을 받고, 국회에서는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시행령 개정을 100% 찬성으로 의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에서 시행령 개정을 하지 않아, 편법적으로 신설된 비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내 노동 시장의 혼란이나 정책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없이 도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 고기복
지난 8월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던, ‘재외동포법 개선을 위한 토론회-방문취업제를 중심으로’나 9월 22일 한국국제노동재단에서 있었던 ‘방문취업제(H-2비자 자격) 실시에 대한 정책간담회’에서 주무부처인 노동부와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을 실시하지 않은 법무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재외동포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취업관리제 도입을 ‘동포 문제를 단순 인력문제로 푸는 편법을 구사했다. 법무부가 짐을 노동부로 떠넘긴 것이다’라고 꼬집었고, 건설연맹 등을 비롯한 국내 노동단체들은 ‘방문취업제 시행시 건설업 노동자들를 비롯한 국내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하였다.

사실상 동포문제나 이주노동자 문제는 하나의 법령으로 모든 것을 풀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다.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취업관리를 할 수 있는 취업방문 비자를 신설해 풀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편법을 낳을 소지도 있고, 혈통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인권위법 등에 위배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노노갈등에 따른 해법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가간 노동력의 이동은 막을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외국인력 유입으로 인한 노동, 사회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국내 노동시장 안정이나 노노갈등에 대한 대책이 없이는 추후 사회통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큰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단체들과의 정책간담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것이다.

토론에 임했던 법무부 관계자는 “본 법은 노동부 소관법으로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그동안 동포 문제에 있어서 차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실적인 면에서 모든 동포들에게 동포비자를 주는 것은 시기적인 문제가 있어 방문취업비자를 신설했다. 동포비자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고 봐 주면 좋겠다. 그리고 국내노동시장 교란문제는 취업업종을 현재 건설업, 서비스업종에서 제조업 등으로 다양화하면 큰 영향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노동부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건설연맹 최명선 정책부장은 “방문취업제 시행시 건설업에서 제조업으로의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구조적 여건상 건설업에 대한 동포들의 취업선포는 이어질 것이고,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인 국내건설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간의 갈등만 부추길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토론회 참가한 건설연맹 관계자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토론회 참가한 건설연맹 관계자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기복
위와 같은 논의들에 대해 정작 주무부처인 노동부에서는 “현장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동포 취업교육 후 고용지원센터에 구직 등록하도록 법령을 개정하여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답변하여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갑자기 떠안으면서 제대로 된 정책적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취업방문제 비자신설을 통해 동포 문제를 해결했다고 떠들기 전에, 정부는 정책 떠넘기기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법 시행으로 인해 멍드는 사람들이 누군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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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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