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흥청망청 물을 써도 돼!”
신이 나서 소리쳤다. 엄청난 양의 맑은 물들이 굽이쳐 쏟아지는 강물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나는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날아다니며 신들린 듯 빨래를 해 널어댔다. 그런데 빨래 비누는 한 개 뿐. 돌섬을 중심으로 나누어진 남탕과 여탕. 꼬마 라다가 비누를 이고 수영을
해서 양쪽에 날라 주었다.
박박박, 빨래를 하던 커다란 솔로 몸을 문지르며 목욕도 했다. 인도에선 모든 게 거칠어지기 때문에 그 솔을 써야만 목욕이 됐다. 비누칠을 하고 물살이 센 곳에 누워 있으면 저절로 헹궈졌다.
일대 소동이 가라앉을 무렵 제일 큰 아이인 가네쉬가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목욕으로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우리들은 모닥불 옆에 모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점심을 무척이나 기대했다.
'소풍 도시락이니까 뭔가 좀 맛있는 게 있을 거야!'
그때 매일 아침, 저녁을 순리 바이삽네 집에서 먹고 있었다.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으면 짜파티와 사브지(야채 커리)가 날라져 왔다. 난 인도 사람들처럼 세 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커리를 비비고 모아서 입으로 쏙 밀어 넣었다.
순리 바이삽은 특별히 계란, 돼지고기, 가지 커리를 해주시기도 하고 망고 짱아치를 내주기도 했다. 코리앤더(독특한 향이 나는 풀)와 무를 버무린 인도식 샐러드나 고르(꿀과 설탕을 섞어 만든 단단한 덩어리)를 으깨 우유에 섞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 어떤 인도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모두들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까까 할아버지는 짜파티에 커리를 듬뿍 찍어 억지로 입에 넣어줬다.
“메이, 짜파티 열장은 먹어야 건강해지지. 몇 장 먹었어? 더 먹어. 좀 더.”
한 두 번이라면 몰라도 인도 음식을 매일 먹는 건 힘들었다. 그렇게 음식에 지쳐있던 나는 소풍 도시락을 기대했던 것이다. 가네쉬가 소풍 도시락을 꺼냈다. 두근두근. 먼저 큰 보자기를 풀었다. 짜파티가 나왔다. 그 중 두어 개의 짜파티는 접혀져 있었다. 접혀진 짜파티를 펼치자 커리가 발라져 있었다. 그것이 전부. 이번엔 작은 보자기. 여기선 동그란 것들이 데구르르 굴러 나왔다. 스윗(인도식 단과자)이었다.
'윽…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윗!'
나는 할 수 없이 눈을 꾹 감고 짜파티를 뜯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