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서 '느림' 빼면 뭐가 남아

[자전거세계여행 현장보고 37] 8월 31일 인도 콜카타 3일차

등록 2006.10.13 14:00수정 2006.10.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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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8월 중국 대륙 종단을 마치고 인도로 떠난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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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9월 13일(비자 만료기간)까지 자전거 타고 델리까지 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바라나시까지는 기차로 가고 거기서부터 정말 열심히 달리면 갈 수 있을 겁니다. 만약에 중간에 어려울 것 같으면 다시 한 번 기차 타시고요. 자전거 여행에서 '느림(여유)'을 잃어버리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잘 생각해봐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지금 일정대로라면 오영준씨 말씀대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생각하는 시간도 가지지 못하고 오직 페달 밟는 일에만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오영준씨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컴퓨터로 수정한 루트를 지도에 표시하고 있는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또 정전이 되었다.





2006년 8월 31일 목요일. 인도 콜카타 3일차 / 맑음

10시 20분 기상. 햇살이 빨래하기 좋은 날이라, 슬리핑 백을 세탁해서 옥상에 널고 하루일과를 계획해본다.

'뉴델리까지의 경로 검토 후 오영준씨가 빌려준 상세 지도 복사, 항공권 가격 문의, 자전거가게, 컴퓨터가게 찾아보기, 여행기 정리'

11시 15분. 지도 복사할 면을 체크 후, 숙소 주인에게 인근 자전거 가게, 컴퓨터 가게 위치를 물어봤다. 어제 조언받은 부품 및 자전거 펌프 구입을 위해서.


골목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조 파티(작은 원형 쟁반 크기의 밀가루 반죽한 얇은 빵), 달 프라이(카레)'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여행사가 있는 골목으로.

IATA: 델리-샌프란시스코(590달러), BRITISH AIRWAYS: 델리-뉴욕-샌프란시스코(617달러)


내가 가진 돈으로 못 사면 어떡할까 했었는데(100만원 조금 넘게 남았다), 구입할 수는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날짜랑 시간이 맞지 않아서 좀 더 알아보기로 하고 인터넷 카페로.

1시간 30분 정도 정보를 찾아보다가 무심코 벽을 바라봤는데, 영업시간이 적혀 있었다. 월~토: 오전 10시-오후 9시, 일: 오전 10시-오후 5시. 24시간이 아닌 게 생소하게 느껴졌다.

14시 30분. 숙소. 또 전기가 나갔다. 여행기 정리 작업을 포기하고, 다시 여행사에 가서 티켓을 알아보기로. 숙소 인근 여행사에 가서 13일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가능할 것 같단다.

사장님께 왜 이렇게 전기가 자주 나가는지 문의하자, '이 근방(서더 스트리트)은 전기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자세한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디지털카메라 배터리 충전을 부탁하고, 나중에 다시 여행사를 방문하기로.

15시 15분. 컴퓨터 가게. 사진 편집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좀 더 원활한 작업을 위해 램을 추가 구매하기로. 가격 문의 중. 노트북용 SDRAM 128: 2250RS(약 50달러)이나 한다. 20~30달러 정도 예상했었는데, 너무 비싸다. 현지에서 구입하는 건 포기해야겠다.

15시 30분. 자전거 가게. 변속기 있는 자전거가 거의 없다. 15단 기어에 시마노 브레이크와 변속기를 장착한 자전거 한 대 발견. 가격은 3750RS(약 83달러), 변속걱정 없는 자전거는 1820~3000RS(약 40~66달러)선.

이 자전거 가게 이름은 'HERO' . 전체적으로 실내는 어두운 느낌이 든다. 내부에는 어린이용 자전거, 대부분 기어 없는 자전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게 입구에는 마더 테레사, 간디 사진과 그 외의 유명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액자가 나란히 걸려 있어서 자전거 가게라기보다는 박물관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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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원하는 부속품을 구하지 못하고, 다시 숙소를 향해 가는데 너무 덥다. 마침 나무줄기를 기계에 갈아서 그 즙을 팔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사먹고 있길래 나도 한잔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아주 달고 시원하다. 이름을 물어보니 '슈가낀'이란다. '사탕수수' 줄기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조금 더 달리니 이번에는 작고 동그란 열매를 갈아서 즙을 팔고 있어서 그것도 먹어봤는데, 바다 물맛이 난다. 다시는 사먹지 말아야지.

19시 30분. 숙소. 오영준씨께서 루트와 기차에 자전거 싣는 방법 등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셨다.

"안장은 꼭 '포장(헝겊 등)'을 해야 합니다. 아니면 받아주지 않거든요. 9월 13일(비자 만료기간)까지 자전거 타고 델리까지 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바라나시까지는 기차로 가고 거기서부터 정말 열심히 달리면 갈 수 있을 겁니다. 만약에 중간에 어려울 것 같으면 다시 한 번 기차 타시고요. 자전거 여행에서 '느림(여유)'을 잃어버리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잘 생각해봐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지금 일정대로라면 오영준씨 말씀대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생각하는 시간도 가지지 못하고, 오직 페달 밟는 일에만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컴퓨터로 수정한 루트를 지도에 표시하고 있는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또 정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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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숙소 옆 여행사에서 기본적인 가격대와 시간을 알아보았다.

S.L(8인용: 침대칸): 360RS, 3AC(8인용: 에어컨 침대칸): 920RS, 2AC(6인용: 에어컨 침대 칸): 1140RS, 출발 20시 35분-도착 다음날 10시 15분(약 14시간), 800km

다른 여행사 skyway:350RS, ALL DIRECTION, KHALIQUE: 323RS. 표 가격(273RS)에 기본적으로 50RS 정도의 수고비를 받는다고 한다. 여행사마다 수고비의 액수는 조금씩 다르고, 기차역이 서더 스트리트에서 5km 정도 되니까 왕복 차비보다는 저렴한 편이라는 게 여행사측 직원의 말이다.

하하, 난 차비가 들지 않는다. 그 정도 거리면 직접 방문해서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달리면 달릴수록 돈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돌아가는 길에 슈퍼에서 300ml병 펩시를 사서 가려는데, 주인이 '병은 주고 가세요'라고 말하면서 웃고 있다. 그 자리에서 다 마시고 반납하고 숙소로. 도착하니 전기가 들어왔다.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콜카타 시내 및 서 더 스트리트 인근 여행사 골목

2. 주행거리 및 시간: -

3. 사용경비: 265.5RS (인도의 화폐단위, 1$=45.5 RS)

아침: 13RS / 2일 숙박 비:140RS / 인터넷카페: 40RS / 음료: 24RS/ 반바지: 15RS / 한국전화 2분: 14RS / 저녁: 12RS / 복사 7장: 7.5RS / 펩시: 9RS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조 파티 2장, 달 프라이(카레)
저녁: 짜이(전통 차), 달콤한 게 잔뜩 들어가 있는 파이 5개
간식: 슈가 낀(사탕수수 즙), 열매음료(바다물 맛)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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