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을 오가는 버스정판수
그런데 최근 들어 중학생들을 태워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에도 가끔 이용하던 애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애는 내가 보기에도 좀 게으른 것 같았다. 그래서 버스 시간에 맞춰 나오지 못해 놓쳐 몇 번 태워준 적이 있었다.
한 달 전부턴가 다른 애 한 명이 손님으로 더해졌다. 작년에 한 번 태워준 적이 있을 뿐 그동안 본 적 없었는데…. 첫인상이 성실해 보여 기억 속에 들어 있던 애인지라, 물어보니 버스를 놓쳤다는 것이다. 오늘처럼 늦게 나와 버스를 놓친 경우도 있지만, 어제는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버스가 가버려 놓쳤다는 것이 그 아이의 말이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하지만 가끔 시간을 지키지 않기도 하며, 아주 드물지만 빠져서 말썽이 된다. 전에 한 번 차를 집에 두고 나갈 일이 있어 버스를 탄 김에 기사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원인을 알게 됐다. 출발지가 15분쯤 떨어진 입실이 아니라 한 시간이나 떨어진 경주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주라? 혹 출근길에 경주 시내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막히면 늦어지고, 막히지 않으면 빨라지니 문제가 생긴다는 것. 원래는 오전 7시 20분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경주부터 늦어지면 자동으로 이곳에서도 늦어지고, 거기서 빨라지면 이곳에서도 빨라지는 것이다.
사실 장에 가는 어른들이나 퇴근길의 군인들(상근예비역들로 야간에 초병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이들)은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으니 느긋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다르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 안에 가야 한다. 내가 교사이기에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안다.
만약 자습시간 전에 들어가지 못해 지각하면 선생님께 야단맞을 게고, 아이들 보기에 창피를 당할 게다. 그런데 이런 게 아이들의 게으른 습성으로 인한 잘못이라면 애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노선버스로 하여 이런 일이 생긴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