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산 가는 길

[자티의 중국여행길라잡이] 무이산에 가다

등록 2006.10.12 14:37수정 2006.10.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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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날씨는 그럭저럭. 배낭 들고 나왔다. 8.1봉기 기념관을 볼까 고민. 8.1은 중국건군기념일, 중국인민해방군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국군의 날' 정도 된다고 할까. 1927년 일어난 남창무장봉기를 기념한다고 할까. 남창에 8.1이라는 지명이 많은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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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한국에서는 이젠 보기 힘들죠! ⓒ 최광식

용호산 자료 좀 마저 찾아볼까하고 9시쯤 인근 PC방에 들어갔는데 뭐가 문제인지 기다리라는 말만 1시간동안 듣고 그냥 나왔다.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에서 8.1 봉기기념탑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이 버스는 8.1 광장을 지나고 있는 거다. 성공하지 못한 무장봉기였지만, 중국공산당, 중국인민해방군 나름대로 깊은 의미가 있는 장소인건 확실하다.

가끔 우리나라 장교들은 육사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궁금하다. 친일장교 대통령의 빛나는 정치성, 대상모호한 민족의식을 배웠을까? 아니면 만주에서 중국에서 한반도에서 목숨과 바꾸며 지키고자 했던 순국선열들의 뜨거운 피를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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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봉기기념탑(8.1남창기의기념탑) ⓒ 최광식

'반공이면 친일도 돼!'같은 돼먹지 않은 말이 무슨무슨 예비역단체 초빙강사 입에서 나오는, 그 블랙코미디가 통하는 나라에서... 거기에 수많은 육사출신들이 있었을 텐데 그럼 '공산당 없었으면 계속 친일했겠네?'같은 상식적인 반문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나는 대한민국 오대장성중 하나인 예비역 병장이지만 내가 군대를 제대한 것이 부끄러울 때가 너무 많다. 주권인 '군사주권'인 '전시작전권'이 남의 나라 손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전직 국방장관들을 보며 과거 그 중 한두 명이 내 직속상관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만주에서 중국에서 돌아가신 순국선열들 뵐 면목이 없다.

마키아벨리가 그러지 아니했던가? '스스로 자기를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부의 적!' 우리 내부의 적이 이 나라 국군 최고통수권자 밑에서 국방을 담당하고 있었다니, 이 나라의 미래가 있을까? 우리 스스로의 전통, 독립군의 전통은 어디서 찾을까?

뜬금없는 비약을 통한 분노를 되새김할 때 즈음 터미널 도착. 응담(鷹潭, 鹰潭, Yīngtán)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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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분 남창행은 한.국.현.대 ⓒ 최광식

응담는 중국여행자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철도요충지라 출발하는 기차편이 동서남북으로 아주 많다. 응담이 유명한 건 바로 용호산(龍虎山, 龙虎山,lónghǔshān)때문이다. 중국 4대 도교명산중 하나이고 중국국가지리(CNG, Chinese National Geography)에서 뽑은 7대 단하(丹霞)중 하나다.

중국 4대 도교명산은 사천성 청성산, 안휘성 제운산, 호북성 무당산, 강서성 용호산인데 청성산은 예전에 가봤고, 제운산은 황산갔을 때 봤어야 했는데 교통정보가 없어서 못 봤다. 이번 여행은 용호산, 무당산 볼 생각이었지만.

응담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후 물어보니 다음 여행지인 무이산 가는 버스가 없단다. 다음 여행지 가는 교통편 알아두는 것이 기본이라 먼저 확인하는데 없는 버스를 어떡할 것인가? 중국에서 3~4시간 거리는 옆 도시인데 성(省)이 다르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지(용호산)와 관광지(무이산)라 교통편이 있는지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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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담장거리버스터미널 시각표 ⓒ 최광식

기차역으로 출발. 무이산 가는 기차는 새벽 3시, 오후 4시50분에 있다고. 역 등지고 왼쪽 편에는 용호산 가는 버스들이 있다. 담배한대 물고는 고민. 왜냐면 어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나무 뗏목표류를 포함해서 입장료가 160위안이라... 예산은 한정되어있는데 보고 싶은 것 다 보기에는 중국 내 입장료는 너무 비싸다. 에잇! 보지말자! 중국도교의 총본산같은 곳이고, 수호지에서도 태위 홍신(洪信)이 석비를 파는 바람에 108개의 마귀가 탈출하는데 그곳이 바로 용호산 아니었던가. 다음에 기회가 보자. 근데 다음에 기회에 있을까?

휴우~ 인터넷에서 여행안내를 해주면서 젊은 여행자들에게 절약하는 건 당연하지만 '절약'이 목적이면 안 된다고 입바른 소리 많이 했는데 가끔 내가 '절약'이 목적인 여행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중국내 입장료는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오른다.

25위안, 입석표다. 대기실에서 보니 K326열차는 11시26분 출발인데 오후 4시30분 넘어서 개찰한다. 이런 내가 탈 K396열차도 좀 늦어진다고 표시판에 뜬다. 다행히 앞 열차와 달리 이십 여분 기다린 후에 개찰 타자마자 무조건 식당칸으로. 점심도 못 먹었고 입석탄 까닭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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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담 > 무이산 입석표 ⓒ 최광식

빈자리가 좀 보이기는 했지만 저녁도 먹고 앉아갈수 있는 기회이지 않은가. 회과육(15위안) 볶음버섯(8위안) 맥주(5위안) 밥(2위안) 30위안 맥주 한 병 추가. 맥주값만 좀 아껴도 용호산 몇 번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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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럽다고 할까요? 미지근한 맥주. 오늘은 7월 21일. 언젠가는 찬맥주서비스하는 날이 오겠지요. ^^ ⓒ 최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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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을 끊었는데 자리가 없다면 식당칸으로 가셔서 식사하시면 네댓시간은 그냥 봐줍니다. 물론 돈받는 곳도 있었습니다. ⓒ 최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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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 좌석 상관없이 침대칸이나 상위좌석으로 바꾸실분은 타시자마자 식당칸에 붙어있는 좌석칸에 보시면 표바꿔주는 곳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기차에 다 있습니다. ⓒ 최광식

이번 여행목적지 중 하나인 포전(莆田, Pútián)이 고향이라 방학을 맞아 집에 간다는 서안소재 대학생과 한담. 여행경험 많은 학생들은 이렇게 입석 끊어서 식당칸 좌석을 이용하기도 한다. 차장들도 학생은 대충 봐주는 눈치! 나도 종종 이용한다. 역시 외국인도 대충 봐주는 눈치! 이번 여행 중에 남소림사로 유명한 포전 소림사를 보러 갈 거라고. 새로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잉? 나는 요즘 만든 건물은 안 보는데... 차장도 심심한지 가끔 거든다. 여행기자라고 백수주제에 허풍 좀 쳤다.

10시쯤 무이산 도착. 삐끼아줌마에게 끌려 에어컨 달린 2인실 화장실이 표준방이라고 부르는 조금 깨끗한 방을 30분 정도 실랑이 끝에 50위안 부르는 걸 40위안에. 50위안이면 적당한 금액이기는 하지만 그냥 깎았다. 깎는 것이 거의 습관이 돼서.

그 다음부터는 집요할 정도로 무슨 대협곡 표류를 강권. 밀려오는 짜증! 폭포 2개, 하나당 입장료 40위안씩, 표류 100위안, 교통비(사람이 적으면 오토바이를 탄다고)로 50위안 달라고. 총 230위안이나 되는 거액을 동네 강아지 부르듯 한다. 이 아줌마는 내가 160위안 때문에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들지도 못하는 용호산도 안본 걸알까? 내 경험에 의하면, 내가 만난 중국인민들 평균 월급이 600~1000위안선이데 그 중 1/3 수준인 관광지 입장료는 아무리 절경이라고 해도 내가 납득을 못한다고.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기로 하고 취침!

<7월 21일 사용경비 내역>

* 계산 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ㅇ 이동비 : 70 위안
- 남창 > 응담 (버스, 45위안)
- 응담 > 무이산 (기차, 입석, 25위안)

ㅇ 교통비 : 2위안
- 숙소 > 남창버스터미날(버스, 1위안), 응담버스터미날 > 응담기차역(버스, 1위안)

ㅇ 숙박비 : 40위안 (TV, 에어콘, 화장실있음, 2인실)

ㅇ 식 비 : 40 위안
- 아침 : 고기만두 6개 1위안, 3개 1위안 총 2위안
- 점심 : 복숭아 한근(3개, 2.5위안)으로 대충때움
- 저녁 : 기차식당 35위안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5 위안
- 물한병(1위안), 물한병(1위안), 응담지도(3위안)

ㅇ 총 계 : 157 위안

7월22일 날씨 좋음. 한 일도 없는데 몸이 무거워 11시30분 기상. PC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오토바이 타고 버스터미널 시간표 좀 확인하고 다시 오토바이타고 남터미날로 갔는데 아무것도 없다.

지도가 틀린 건지 문 닫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시내 PC방으로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휴대용하드디스크로 옮겨 담는데 두어 시간 소요. 사진정리도 같이 하는 바람에. 아직 여유 공간이 있지만 무이산 찍으면 메모리가 부족할 것 같아서 미리 정리를 다했다. 한글지원이 안 되서 무이산 자료를 중국사이트에서 조금 보는 걸로 반나절 지나갔다. 다시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시간도 마저 확인.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갈까 아직 안 정했다. 복건성 성도인 복주로 갈지, 천주로 갈지, 하문으로 갈지... 무이산 보고나서 정하자.

<7월 22일 사용경비 내역>

* 계산 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9 위안
- 역 > 시내 버스터미날(오토바이, 3위안), 버스터미날 > 남버스터미날(오토바이, 3위안), 남버스터미날 > 역 (오토바이, 3위안)

ㅇ 숙박비 : 40위안 (TV, 선풍기있음, 독방)

ㅇ 식 비 : 15 위안
-아침 : 건너뜀
-점심 : 역앞 식당 16위안(맥주한병(4위안) 포함)
-저녁 : 역앞 식당 19위안(맥주두병(3.5위안 7위안) 포함)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18 위안
물두병(2위안), 인터넷 6위안(한시간 1.5위안, 4시간), 심심해서 한 잔 33% 짜리 백주(125ml, 6위안)

ㅇ 총 계 : 82 위안

덧붙이는 글 |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http://ichina21.hani.co.kr/)와 제 여행카페 중국여행길라잡이(http://cafe.naver.com/chinaaz.cafe)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ㅇ 중국어 발음과 해석은 네이버사전(http://cndic.naver.com/), 인물은 네이버백과사전를 참조했습니다. 

ㅇ 중국 1위안(元)은 2006년 8월기준으로 약 120~130 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http://ichina21.hani.co.kr/)와 제 여행카페 중국여행길라잡이(http://cafe.naver.com/chinaaz.cafe)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ㅇ 중국어 발음과 해석은 네이버사전(http://cndic.naver.com/), 인물은 네이버백과사전를 참조했습니다. 

ㅇ 중국 1위안(元)은 2006년 8월기준으로 약 120~130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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