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익집단의 대행기관 선정 규탄 지자회견고기복
"한국에 온 지 석 달도 되지 않았어요. 지금 못 가요."
울먹이며 어떡하면 좋은지를 묻는 다뚤(Datul)은 이십대 중반의 인도네시아 청년이었다. 며칠 동안 정부의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익집단의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선정을 반대하는 농성에 참여하느라 쉼터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밤늦게 사무실에서 만난 다뚤은 노동부가 사장말만 믿는다며 자신이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일한 양보다 적은 급여... 사장 말은 알아들을 수 없고
다뚤은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자신이 일한 시간과 급여가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일 근무 같은 경우에도 특근처리를 해 주지 않고, 야근시간도 자신의 계산과 맞지 않아 사무실에 가서 왜 다른지를 물었더니 뭐라 뭐라 화를 내면서 답을 해 주는데 알아듣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다뚤은 급여뿐만 아니라 근무지가 근로계약서상 다른 데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터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할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갔고, 노동부에선 통역을 붙여 회사 측의 의견을 전달해 줬다고 했다.
그 통역담당자는 "급여를 정산 받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것인지, (급여를 정산 받지 않고) 그대로 일할지를 결정하라"며 사장의 말을 그대로 전해 줬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다뚤은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지만, 급여 역시 제대로 받기를 원했던 터라 급여를 정산 받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동부에서는 사장에게 틀리게 계산된 급여를 정산하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이 일로 사장은 다뚤에게 화가 났고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돌아가게 해 주겠다"며 일을 시키지 않아 다뚤이 우리 쉼터로 왔던 것이었다.
다뚤 문제로 그 다음날 업체 사장과 전화통화를 할 기회가 생겼다. 급여정산 문제는 원칙대로 한 것이니 회사에서 계속 고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지만, 업체 사장은 다뚤에 대해 단호했다. "내가 외국인을 안쓰면 안썼지. 휘둘리고 싶지 않아. 가라고 그래. 월요일에 노동부 가서 처리 다 할 거니까, 그리 알아요"라고 말하고는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실과 '중기중앙회 등 이익집단 고용허가제 개입반대 공동투쟁본부'가 공동주최한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선정관련 토론회'(12일)에서 노동부 관계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했던 신호철 노동부 외국인력고용팀 사무관은 "연수추천 단체 등의 대행기관 선정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변했다. 노동부가 고용허가제 주무부서이기 때문에 관리 감독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토론회를 마친 다음날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와 그곳에서 소개해 준 통역을 통해 한 사람의 이주노동자가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를 상담하면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다뚤의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일 수밖에 없기에 더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