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증상이 있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진단서고기복
헤리(Heri Prisduyanto)는 작년 11월 20일 고용허가제로 입국했으나 불법 입국 여부로 인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조사를 받아야 했었고, 조사가 끝나고도 한 동안 근무처가 없어 마음을 졸여야 했던 사람입니다.
법무부 조사가 끝난 후 한동안 쉼터에서 생활한 헤리는 실직한 여러 친구들과 근무처 변경 과정 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봤습니다. 그래서 헤리는 '일할 수만 있다면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낼 것'이라고 말을 하곤 했었습니다.
다른 인도네시아인들에 비해 유독 검은 피부에 무엇에 놀란 것처럼 툭 튀어나온 눈을 가진 그는 실제보다 야위고 약해 보였었습니다. 그런 그가 직장을 찾아 쉼터를 나설 때, "쉼터 생활을 기억하며 마음 야무지게 먹고 일해야 된다"고 다짐에 다짐을 주었었습니다.
그런 그가 쉼터를 찾아왔습니다. 그를 보는 순간 말수가 적어 어디 가서 일이나 제대로 할 지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새삼스러웠습니다. 불안해했던 것과는 달리 헤리는 1년여 동안을 묵묵히 일했고, 직장 내에서도 착실하다는 평을 듣는 듯했습니다.
"벌써 일 년은 된 것 같다"고 말을 꺼내자 "열 달 조금 넘었다"라면서 그가 제 책상 앞에 내놓은 것은 의사의 진단서였습니다. 그제야 몇 번인가 토요일에 전화를 해서 몸이 아픈데 회사를 옮길 수 있느냐고 묻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떻게 직장을 구했는지 벌써 잊었니? 참고 일하다 보면 적응될 거야. 3년은 못 채우더라도 1년은 채워야지"하며 다독거렸었습니다. 헤리는 저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병원을 찾았었는데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적어 준 진단서를 갖고 왔다고 했습니다.
진단서에는 "상기 환자는 허리통증, 디스크 증세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허리에 무리가 가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말수가 적은 헤리가 그 동안 감내했을 고통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넘겼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헤리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근무처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이익집단의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편입반대 농성 관계로 동행할 수 없었던 저는 해당 외국인고용지원센터 앞으로 협조문을 적어 보냈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고용관리지침에 의하면 질병, 부상 등으로 부여된 업무수행이 곤란하나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는 가능할 경우, 노동부 직권으로 근무처 변경을 허락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헤리를 혼자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협조문을 들고 간 헤리를 앞에 두고 인천외국인고용지원센터 직원이 쉼터로 전화를 해 왔던 것이었습니다. 담당 직원은 우리쉼터 사무국장에게 전화상으로 "누구나 그 정도의 진단서는 뗄 수 있다. 사장 말로는 '평소 아프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돈을 더 받으려고 회사를 옮기려는 것이다'라고 한다"며 근무처변경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노동부 공무원이 왜 고용주 입장을 대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