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궁전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거대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 수십 명이 동원된 음악과 춤은 모두 진짜였다. 그에 비하면 너무나 어설픈 우리 마을 공연단은 기가 죽었다. 관람석 앞줄에 붉은 사리를 차려입은 그녀가 보였다. 우리는 그녀의 뒷줄로 옮겨갔다. 아침에 궁전호텔 사장을 만나 부탁해 두었던 레드사리와의 만남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보좌관에게 다시 약속을 확인했다.
"알겠어요. 약속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도 문화축제는 아주 흥미로웠다. 오리싸, 라자스탄, 구자라뜨, 펀잡... 인도 한 바퀴를 도는 화려한 공연에 넋이 나가 있을 때 쯤 축제의 진행자가 다가왔다.
“저, 저기... 미안하게 됐습니다. 오늘밤 무대에서 공연은 하실 수 없답니다.”
오들 오들 떨면서 차례를 기다린 사람들은 맥이 빠졌다. 그렇게 무대는 막이 내렸다. 하지만 우리에겐 레드사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이 남아 있었다.
“레드사리를 만나면 그 앞에서 작은 공연을 하자. 그러면 괜찮아!”
그러나 레드사리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에 휩싸여 총총히 궁전을 떠나버렸다.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멀어져 가는 그녀의 붉은 사리 끝자락도 붙잡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레드사리도 만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추웠다. 궁전에서 마을까지는 거의 한 시간 정도나 걸어야했다. 게다가 저녁도 먹지 못했고 차려 입은 공연의상이 너무 얇아 저절로 몸이 떨렸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날려고 했다. 우리는 가까운 노점에서 빠코라(야채튀김)를 샀다. 하지만 아무도 먹지 않았다. 축축한 안개가 짙게 깔린 들판을 지나서 한참만에야 마을에 도착했다.
“다들 우리 집에서 저녁이나 먹고 가지.”
순리 바이삽네 부엌에 모인 사람들은 화롯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허기를 달랬다. 짜파티는 차갑게 식었고 커리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질긴 짜파티만 뜯고 있을 때였다.
"타타닥 타닥 쿠구구쿵 쾅!"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화로 속에서 뭔가 폭발했다! 순간적으로 나는 멍해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로 그릇은 뒤집어지고 불덩이는 모두 흩어졌다. 다행히 모두들 피했다.
지니는 가장 빠른 순발력으로 문 앞까지 도망을 쳤고 나는 작은 앉을깨에서 나가 떨어져 있었다. 모두들 검댕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짜파티는 검은 떡이 되고 커리엔 검댕이가 떠다녔다. 기특하게도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짜파티를 꼭 쥐고 있었다.
"뭐, 뭐예요? 뭐가 폭발했나봐!"
나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크하하하."
순리 바이삽이 웃음을 터뜨렸다.
"소똥 속에 터지지 않은 나무 열매가 있어서 그게 폭발한 거야."
"뭐? 소똥! 푸하하하"
하하하하. 사람들은 모두 껄껄 웃었다. 화롯불은 말린 소똥으로 피웠다. 소가 어떤 열매를 먹었는데 그대로 소똥 속에 있다가 뜨거워지니까 폭발한 것이다. 놀라긴 했지만 그 날 만약 소똥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소똥이 대신 분노를 터뜨려준 덕분에 사람들은 허허 웃는 것으로 일을 끝냈다. 그리고 말했다. 신이 원한다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