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마트 러브>나무와숲
육아서적도 유행이란 게 있다. 몇몇 유명 육아 관련 사이트에서 어떤 책이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날개 돋친 듯 팔리기도 한다. 나도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이것저것 좋다는 육아서적을 읽어 보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내 경험을 종합하여 우리 아이에게 가장 맞는 육아법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엄마의 역할이란 생각이다.
책 <스마트 러브>는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육아서다. 도대체 어떤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그토록 인기가 있을까 살펴보니 '아이에게 적합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추구한다. 즉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과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육아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책들도 이런 이론을 취하는 것들이 꽤 있지만 이 책은 실례를 구체적으로 들어가면서 아이가 이럴 때 엄마가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점이 독특하다. 책의 앞부분은 모든 아이들은 '내적 행복'을 얻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아이들은 크면서 내적 불행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런 불행의 요인들을 빨리 제거해야만 긍정적 자아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원래 무절제한 행동을 자주 하는데 어떤 아이의 경우 그런 행동들이 내적 불행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무절제한 행동을 보이다가도 그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기 행동을 규제한다. 또 이런 행동들은 성장의 특정 단계에서 거치게 마련인 정상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러나 내적 불행을 지닌 아이는 다르다.
"무절제한 행동이 내적 불행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아이들은 헤어나올 수 없이 불행하고, 연약하고, 우울하고, 곧잘 화를 내고, 부주의한 태도를 자주 보인다. 그런 아이들은 부모가 사랑으로 달래주어도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않으며, 무절제한 행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심해진다.
이를 테면 걸음마 단계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수줍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필사적으로 부모에게 매달리고 시간이 가도 그런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아이는 필경 만성적인 내적 불행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내적 불행을 가진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성격이 까다로운 아이에게 굳이 아이가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말한다. 즉 아이가 싫어하는 일을 엄마가 강요함으로써 아이의 불행을 더욱 강화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부모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고 불행 속에 빠진 아이를 서서히 꺼내어 건설적인 기쁨의 길로 안내해야 한다. 이때에는 주변 환경을 아이가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꾸고 상처 받지 않도록 제때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파괴적이고 불행한 행동을 하기 전에 미리 부모들이 눈치 챈다면 아이는 보다 편안히 내적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아, 나는 얼마나 무식한 엄마였던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돌이 지난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9개월 된 아이가 크레용을 입에 넣으려 한다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크레용은 먹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는 다정한 태도로 그걸 치우고 입에 넣어도 해롭지 않은 장난감을 준다.
"크레용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큰 소리로 '안 돼' 하고 혼내거나 벌을 준다면, 아이도 보고 들은 대로 똑같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려 들 것이다. 큰 소리로 야단맞거나 벌받은 적이 없는 아이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위험한 행동을 고칠 것이다."
아이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 아이를 데리고 나와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놀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떼쓰며 우는 아이를 제 방으로 밀어 넣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있으면서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돌봐 주는 것이 바로 '스마트 러브'라는 것이다. 이렇게 엄마가 곁에서 돌봐주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못해 생겼던 실망감을 금방 회복하고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된다.
가끔 우리 집에 동네 아이들이 놀러 올 때가 있다. 이제 13개월인 우리 딸아이의 장난감을 함께 갖고 놀게 하고 싶은데 우리 아이는 어찌나 욕심이 많은지 자기 것에 손만 대도 울고 불고 난리다. 그럴 때 엄마로서 어찌나 난감한지… 사이좋게 같이 갖고 놀라고 얘기하건만 아이는 들은 척도 안하고 떼를 쓴다.
이 책에 의하면 두 돌 이전의 아이는 너무 어려서 다른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 어떤 건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가 자꾸만 무엇이든 친구나 동생과 사이좋게 나눠 가지라고 강요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요구와 거절 때문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장난감을 혼자 갖고 놀고 싶을 때 원하는 대로 했던 만 두 살짜리 아이들이 만 세 네 살이 되면 너그러워지고 친구들도 배려한다는 것.
책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우리 아이에게 '어른의 잣대'를 들이대며 도덕적 가치를 요구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무한한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 줄 때 아이는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지닌 어린이로 자라난다는 사실. 우리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하길 바란다면 엄마의 기준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스마트 러브 -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현명한 육아철학
마사 피퍼. 윌리엄 피퍼 지음, 최원식 외 옮김,
나무와숲,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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