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삼양출판사
<몬스터>에서는 뇌 외과의 '덴마'의 엇갈린 선택과 천재적인 재능이 합쳐서 '요한'을 살려내 잠재된 악의 본능을 깨운다. 덴마는 결국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요한'을 추적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요한은 그 이상을 보여준다. '손'을 쓰지 않고 마음을 움직여 악을 저지르는 거대 악으로 성장한 것.
<데스노트>에서는 지상으로 떨어진 사신의 노트와, 그것을 집어 마음껏 이용하는 '라이토'의 손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그로 인해 L이 세상에 나타났으며, '니아'와 '멜로'도 '키라(라이토)'를 잡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한 권의 노트와 그것을 움직이는 손은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생각할 계기를 주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판이 너무 커졌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물론 '운명'을 이야기하자면, 도박이나 주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일면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당연히 허영만의 <타짜>이며, 전세훈의 <손금>일 것이다. 도박을 다룬 대중문화 콘텐츠는 많지만, <타짜>만큼이나 손과 패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는 세계를 이야기하는 인생 서사시는 없었다. 손이 잘리기도 하며, 그 손 하나로 복수와 운명이 뒤엉킬 수도 있는 것이 도박이다. 손의 아이러니, 그 찰나의 순간을 가장 확실하게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세훈의 <손금>은 특별한 운명에 따라 상대방의 손을 접하면 그 손금이 그대로 전해져, 상대방의 예정된 미래를 바꿔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손과 손이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에 주목하며, 운명의 아이러니를 그런 작품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잠깐인 그 찰나의 순간에도 손은 움직이고 있으며, 운명도 움직이고 있다. 그 손의 힘이 혹시 당신의 운명도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성공을 꿈꾸는 자, '손'에 달려 있다
만화 속의 저 주인공들은 '손'으로 성공을 일구거나,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이다. 물론 도박같이 어두운 세계로 들어갔거나, 우연히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린 이들은 그에 걸맞은 책임도 기다리고 있다. '손'은 그래서 무섭다. 찰나의 그 움직임이 그의 미래까지 바꿔놓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의사인 '테루'의 '갓 핸드'나 '카즈마'의 '태양의 손'이 빛나는 것도, 작품에서 그려지는 순수한 열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비현실적인 주인공들이지만, 그럼에도 재미를 주는 이유는 있다. 그 밑바탕에선 해당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일상 속의 생활인을 그린다는 이유도 분명히 작용할 것이다. 그들 역시 그 특별한 재능을 제외하면, 우리와 다를 게 아무것도 없는 주인공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은 대단히 아름다운 일부분이다. 하지만 그 손의 아름다움은 결국 재능을 일구고 꿈을 일구기 위한 열정에 따라 빛이 나는 것일 듯하다. 이 아름다운 일부분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의미로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 삶도 그만큼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지. 만화 속의 '손'은 문득 그런 교훈을 말해주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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