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강추위, 건강, 술안주 걱정 '0'

<맛이 있는 풍경 4>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감칠맛 '과메기'

등록 2006.12.11 19:21수정 2006.12.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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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술안주로 쫀득하고 고소한 과메기 어때요? ⓒ 이종찬

">"너는 왜 바다를 떠나왔느냐
세상 밖 저만치
어부가 너를 애타게 부르더냐
못다한 그리움처럼 떠도는 저 세상 밖이
그렇게 궁금하더냐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좀이 마구 쑤시더냐
너도 나처럼
세상 밖으로 마구 떠돌다가
어부의 그물에 걸릴지언정
그렇게 떠돌고 싶었더냐"

- 이소리, '과메기의 꿈'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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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궤인 과메기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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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도심에 나가면 식당 곳곳에 구룡포 과메기란 표어를 붙힌 집이 많다 ⓒ 이종찬

피부미용, 체력저하, 뇌 노화방지에 좋은 과메기

나는 짝퉁 구룡포 과메기가 아닌 진짜 구룡포 과메기다. 짝퉁 구룡포 과메기는 또 뭐냐고? 짝퉁이란 나와 꼭 닮았으나 구룡포가 고향이 아닌 과메기를 말한다. 즉 구룡포 과메기인 내가 요즈음 사람들의 입맛을 꽤 즐겁게 하다보니 영덕이나 포항에서 나는 과메기들이 은근슬쩍 내 행세를 하고 있다는 그 얘기다.

참 우스운 세상이다. 아무리 구룡포 과메기라 불리는 내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아도 제 이름을 내팽개치고 남의 이름을 훔쳐가서야 어디 쓰겠는가. 한때는 나를 가지고 청어로 만든 것이 진짜 과메기라며 시시비비를 걸더니, 이젠 아예 이름까지 바꾸어 버리니. 하여튼 사람들의 마음이란 알 것 같기도 하다가도 통 모르겠다.

나의 이름은 청어의 눈에 꼬챙이를 끼워 말렸다는 뜻의 '관목'(貫目)에서 비롯되었다. 옛날 구룡포 사람들른 '목'(目)을 '메기'라 불렀다. 그러니까 내 이름은 '관메기'에서 'ㄴ'이 빠지면서 '과메기'가 되었다는 그 말이다. 나의 어미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어미는 처음에는 청어였다. 하지만 청어가 잘 잡히지 않으면서 꽁치가 내 어미가 되었다.

사실, 나는 내 어미보다 훨씬 더 영양가도 높고 비린내도 나지 않으며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내 몸에는 내 어미보다 DHA와 오메가3 지방산, 핵산이 훨씬 더 많다. 그 때문에 나는 어린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노인들의 체력저하, 뇌쇠퇴 방지에도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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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많고 맛좋은 과메기는 겨울철 술안주로 그만이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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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는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만든 일종의 훈제음식이다 ⓒ 이종찬


땡겨울, 나 과메기보다 더 좋은 안주 나오라 그래

나는 어부의 그물에 걸린 내 어미 꽁치의 몸에서 태어난다. 내 어미는 자신의 몸을 영하 10도에 꽁꽁 얼렸다가 12월이 되면 바닷바람이 부는 구룡포 해변에 나와 낮에는 꽁꽁 얼었던 몸을 겨울햇살에 녹이고, 밤에는 다시 찬바람에 온몸을 꽁꽁 얼린다. 그렇게 내 어미의 몸에 물기가 40%쯤 남으면 내 어미의 모습은 사라지고 내가 태어난다.

요즈음 나는 인기가 참 좋다. 전국에 있는 어물포와 식당 곳곳에서 나를 애타게 찾는다. 하지만 나의 참맛을 보겠다며 차거운 바닷바람을 헤치고 구룡포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사실, 옛날 같았으면 구룡포에 오지 않으면 나를 맛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도로가 하도 좋아 전국 어디에서도 싱싱한 나를 맛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나를 통째 껍질을 벗겨 머리와 내장, 뼈를 추린 뒤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 소주 안주로 즐겨 먹는다. 하지만 이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나는 무와 미나리, 쪽파, 물미역 등을 넣고 양념장으로 버무려 무침이나 조림을 해도 맛이 좋고, 덮밥이나 김밥, 구이, 튀김으로 만들어도 독특한 맛이 난다.

어떤 사람들은 내 몸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투덜거린다. 사실, 그냥 먹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 어디 있던가. 나를 초고추장에 푸욱 찍어 김과 물미역, 마늘, 쪽파, 미나리와 함께 쌈을 싸먹어보라. 어디 나만큼 쫀득거리며 고소한 맛을 내는 생선이 또 있던가. 땡겨울, 소주 안주에 나 과메기처럼 맛난 안주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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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이 또렷하고 속살에 검붉은 빛이 반짝이는 것이 좋은 과메기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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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는 생미역, 김, 마늘, 쪽파, 풋고추 등과 함께 싸먹으면 맛이 더욱 좋다 ⓒ 이종찬

은빛 비늘 뒤에 숨겨진 검붉은 속살의 쫀득한 맛

나는 요즈음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경남 마산 부림시장 주변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 식당 곳곳에도 어김없이 내가 있다. 그 식당 들머리에는 나를 홍보하는 포스터와 팸플릿도 예쁘게 붙어 있다. 나를 찾는 사람도 많다. 나는 그때마다 검붉은 속살을 은빛 비늘에 은근슬쩍 감추며 손님의 식탁 한가운데 왕처럼 턱 앉는다.

지난 9일(토). 저녁 6시쯤 되었을 때였을까. 나는 마산 부림시장에 있는 한 목로주점에서 손님의 부름을 받았다. 그 손님은 평소에는 물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근데도 그 손님은 소줏잔을 홀짝일 때마다 나를 초장에 찍어 마른 김 위에 올리는가 싶더니 물미역과 마늘 반쪽, 쪽파, 풋고추, 미나리와 함께 싸서 한 입에 쏘옥쏘옥 넣기 시작했다.

그 손님은 나를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감칠맛이 기막히다 했다. 나와 함께 소주를 먹으니 술도 잘 취하지 않는다 했다. 과메기는 구룡포에 가서 먹어야 제맛이 나지만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 있는 허름한 목로주점에 앉아 먹는 맛도 그만이라 했다. 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손님이 나를 입에 넣을 때마다 더욱 쫀득하고 감칠맛을 내기 위해 용을 썼다. 손님 또한 나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만 입맛이 당긴다 했다. 그날 그 손님은 나를 안주 삼아 소주를 세 병이나 마셨다. 그리고 마지막 한 점 남은 내 몸마저 '아깝다'며 초장에 찍어 입에 넣은 뒤 내 몸을 쫄깃쫄깃 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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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는 어린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노인들의 체력저하, 뇌쇠퇴방지에도 큰 역할을 한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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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술안주로 가장 좋은 과메기 ⓒ 이종찬

속살에서 검붉은 빛이 나고 단단한 것이 좋은 과메기

이튿날, 그 손님은 동무 여러 명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나를 시켰다. 주인 아주머니는 나 한 접시를 1만 원에 팔았다. 그때 나는 기분이 조금 언짢았다. 나는 짝퉁 과메기가 아닌 진짜 구룡포에서 왔는데, 나를 너무 싸게 파는 것 같았다. 그때 주인 아주머니가 손님들에게 말했다.

"옆집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의 가까운 친척이 구룡포에 살고 있어서 해마다 싼 값으로 구룡포 과메기를 직송해 온다"고. "그 친척은 구룡포에서 직접 잡은 꽁치를 직접 운영하는 덕장에 말려 곧바로 이곳으로 보낸다"고. 그럼 그렇지. 요즈음 아무리 내 철이라 해도 싼 값에 나를 그렇게 푸짐하게 낼 수가 없지.

사실, 손님들이 내 몸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겠지만 나는 물컹하지도, 검붉은 빛이 흐릿하게 바래지도 않은 진짜 구룡포 과메기다. 그날 그 손님과 동무들은 나를 맛나게 나눠먹으며 "올 겨울 술안주 걱정은 없겠다" 했다. "이렇게 영양가 높고 맛난 과메기가 있으니 땡겨울 추위가 무슨 대수랴" 했다.

그래. 나, 구룡포 과메기를 지금까지 맛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굳이 구룡포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까운 식당에 한번쯤 둘러보라. 추운 날, 식탁 한가운데 나를 올려놓고 가까운 벗들과 함께 한 해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 한 잔에 나를 먹어보라. 올 겨울 추위 걱정과 건강 걱정은 내 보쌈 속에 절로 감추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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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과메기 드세요 ⓒ 이종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골아이', '시민의신문', '유포터', '씨앤비'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골아이', '시민의신문', '유포터', '씨앤비'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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