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이명박, '이회창 딜레마'가 암초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킹메이커' 이회창이 쥐게 될 열쇠

등록 2006.12.29 11:33수정 2006.12.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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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선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그는 29일 당내 대선주자들을 만찬에 초청해 경선결과에 절대 승복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선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그는 29일 당내 대선주자들을 만찬에 초청해 경선결과에 절대 승복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시동을 거는 모양이다. 당내 대선주자들을 오늘 만찬에 초청했다. 대상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4명이다.

강재섭 대표가 이 자리에서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경선결과에 절대 승복하고, 상호 흑색선전을 자제하며, 의원들 줄세우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재섭 대표는 관리형 대표다. 그런 그가 경선 논의를 조기화 하는 데 반대해왔다. 경선 분위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제 때가 된 것일까? 강재섭 대표 스스로 고삐를 풀기로 했다. 슬슬 경선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얘기다.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강재섭 대표의 요구사항을 거부할 명분도, 그럴 대선주자도 없다. 오늘 만찬회동은 단합을 다지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은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지금'을 벗어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강재섭 대표의 초청대상엔 중요한 인물이 빠졌다. 이회창 전 총재다. "순신불사-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그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반좌파 대연합'을 구축하겠노라고 공언하는 그다.

이회창 전 총재가 변수다. 그의 행보에 따라 한나라당 경선구도와 분위기는 달라진다.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하나는 이회창 전 총재가 직접 경선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쳐진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도 여당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지 않다.

또 하나의 상황은 이회창 전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경우다.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아니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게 바로 이 상황이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가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전지대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도 이르다. 그에 대한 국민 지지표가 '콘크리트 표'가 아니라는 점만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전 시장이 당원 지지도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를 제쳤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차는 근소하다. 국민 지지도와 비교해 볼 때 당원 지지도의 변화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 현상은 박근혜 전 대표의 당원 장악력이 여전하다는 얘기를, 당원들의 고민정도가 매우 높다는 얘기를 낳는다. 고민이 크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당원 지지도만 놓고 보면 아무리 높게 잡아도 박근혜 전 대표와 대등한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치밀한 경선전략을 짤 수 있다.

관건은 절반의 선거권을 갖고 있는 일반 국민이다. 일반 국민 지지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확실히 제쳐야 한다.

얼핏 봐서는 무난할 것 같다. 이명박 전 시장의 국민 지지도는 40%를 육박한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금 추세를 잘 관리하면 될 것 같다.

'킹메이커' 이회창이 갖는 위력

a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나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나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이회창 전 총재의 위력이 바로 이 대목에서 발휘될 수 있다.

경선 투표장에 직접 나와 투표를 할 일반국민이 누구일까? 한나라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국민일 것이다. 뉴라이트에 몸담거나 동조하는 국민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더 쪼개보자. 뉴라이트 진영도 스펙트럼이 넓다. 수구부터 합리 보수까지 두루 망라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좀 더 결연한 자세로, 보다 왕성한 참여도를 보일 그룹은 아마도 우파 색이 상대적으로 짙은 쪽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그룹은 이회창 전 총재의 이념적 지향에 동조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이회창 전 총재의 최대 대중기반이 바로 이들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회창 전 총재의 당원 지지기반이 완전히 붕괴한 것도 아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한다면? 우연찮게도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이 호각세로 간다면?

열쇠를 이회창 전 총재가 쥐게 된다. 이 걸 무기로 요구할 것이다. 색깔을 분명히 하라고 다그칠 것이다. 이면에서 정치적 거래가 이뤄질 것인지 여부는 논외로 하자.

이회창 전 총재가 이렇게 요구하고 나설 경우 누가 먼저 움직일까?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좀 더 오른쪽으로 가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먼저 다가설 공산이 크다. 이념적 정체성 뿐 아니라 경쟁구도에서 밀리는 처지를 봐서도 그렇다.

만에 하나 '박근혜-이회창' 연합이 성사된다면 이명박 전 시장에게는 크나큰 타격이다. 경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이회창을 바라보는 이명박의 딜레마

그렇다고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치고 이회창 전 총재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 그렇게 하면 열린우리당에서 이탈한 국민 지지표를 잃을 수 있다. 가까스로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나간다 해도 지지율이 요동치는 현상을 제어하지 못할 수 있고, 이회창 전 총재의 부정적 이미지까지 짊어져야 한다.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벤츠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다. 상황은 유동적이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권이 '노무현 요인'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것처럼 한나라당은 '이회창 요인' 때문에 요동을 칠 수 있다. 그 요동이 분열로 귀결될지 승복으로 정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여권 못잖게 큰 소리를 낼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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