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쪽수싸움은 끝났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김근태-정동영 회동은 노무현에 맞선 '세 맞추기'

등록 2006.12.28 09:56수정 2006.12.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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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28일 긴급조찬회동을 갖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28일 긴급조찬회동에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28일 긴급조찬회동을 갖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28일 긴급조찬회동에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점이 다가오는 것 같다. 변곡점이라기보다는 발화점에 가까운 기점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오늘 만나서 합의를 봤다. 합의사항은 두 가지다.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추진에 서로 협력하자는 게 하나고, 우회적으로나마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하라고 요구한 게 또 하나다.

뒷말도 들린다. 두 사람이 지난 주말에 만나 사전에 의견을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잘 짜여진 느낌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정계개편을 본격 추진할 시점으로 새해 예산안 처리 직후를 꼽았다. 그대로다. 어제(27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됐고, 바로 그날 의원 워크숍을 열어 이른바 '대통합'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이 만났다. 길이 닦였으니 이제 내달리겠다는 기세다.

김근태+정동영=지분율 70%... 그러나

@BRI@두 사람이 2인3각으로 내달리면 국면이 바뀐다. 말싸움 국면에서 세력싸움 국면으로 전환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 세력싸움이라기보다는 세몰이에 가깝다. 두 사람이 이끄는 계파의 멤버는 최소 80명, 최대 100명에 이른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 139명이니까 지분율이 70%에 육박한다.

이대로 내달리면 통합신당 추진은 대세가 되는 걸까?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그렇다"라고 단언한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친노파에게도 영향을 미쳐 (통합신당이) 당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럴 공산은 충분히 있다. 따지고 보면 정치는 머리싸움이다. 창의성 싸움이라는 뜻이 아니라 '쪽수' 싸움이라는 뜻이다. 머릿수만 놓고 보면 대세는 이미 결정된 것과 진배없다.

그런데 다른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는 열린우리당 내 의견그룹이 도합 6개나 된다고 진단했다. '선도탈당파'와 '통합신당파', '중도적 대통합파'와 '당 사수파'가 있고, 이 중에서도 '선도탈당파'와 '통합신당파'가 다시 '개혁'과 '보수'로 분화된다고 한다.


이 분류법이 주목대상이 되는 이유는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이 갈리기 때문이다.

선도탈당파는 전당대회를 거치지 말고 즉각 통합신당을 추진하자는 입장인 반면, 통합신당파는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하자는 입장이다. 또 중도적 대통합파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 체제를 정비한 후 통합신당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노무현의 카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a 지난 6월 청와대가 주최한 열린우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이 만찬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지난 6월 청와대가 주최한 열린우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이 만찬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의원 워크숍에서 '대통합' 원칙을 천명했으면서도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는 뒤로 미뤘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결정할 전당대회 의제에 대해 "당내 각 세력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한다"고만 정리했다. 내년 1월 20일까지 전당대회 준비위가 의제를 결정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가 직접 결정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통합신당이란 점에서 이 소그룹들은 동질성을 형성하고 있다.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이 거중조정에 나서면 최종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따로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정치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다. 친노파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세 부족 상황을 극복할 수 없겠지만 이들 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움직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들고 역공에 나설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통합신당파의 수는 이미 모두 공개됐다. 세를 모으고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그 여세를 몰아 전당대회에서 밀어붙이는 것이다. 달리 동원할 카드가 없다. 더구나 이들의 행동반경은 열린우리당 안으로 국한된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의 수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당과 정부를 오가며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의 오늘 회동은 '세 굳히기' 차원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맞서기 위해 세를 모으는, 즉 '세 맞추기' 차원에 가깝다.

피말리는 접전, 참 시끄럽겠다

누가 협곡에 들어섰고, 누가 능선에 버티고 섰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본선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내년 1월 20일 이후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가 본선 기간이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 당원들로선 피말리는 접전을 치러야 하는 기간이겠지만 일반 국민들로선 시끄러움을 무던하게 참아내야 하는 기간이다.

a 긴급조찬회동을 가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합의내용을 발표한뒤 함께 식당을 나서며 `또 만나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긴급조찬회동을 가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합의내용을 발표한뒤 함께 식당을 나서며 `또 만나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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