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이 이라크인을 죽이는 게 아니다!

<알자지라> 파키스탄 예술가 슈자아트 알리가 제작한 동영상 '배후' 발표

등록 2007.02.14 14:21수정 2007.02.1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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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같이 아침 TV 뉴스에서 이라크의 대규모 인명피해에 관한 보도를 접한다. 20∼30명은 기본이고, 100명 정도의 인명피해에도 이제는 그리 놀라지 않는다.

미국 CNN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에도 바그다드와 바그다드 북쪽 카히라에서 5건의 폭탄 테러로 90명의 이라크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근본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간에, 혼란이나 빨리 종식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으며 미국이 나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미군을 증파해서라도 이라크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는 '현실적' 판단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BRI@이라크 상황이 날로 복잡해지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군 2만명을 이라크에 증파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 양원에서 반대 분위기가 만만치 않고, 특히 하원에서는 오는 16일 반대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혼란을 종식시키려면 하루빨리 미군을 증파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 증파는 이라크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라크에 혼란이 가중되는 원인은 이라크 저항세력이 아닌 미 점령군에게 있기 때문이다. 혼란의 주범인 미군을 계속 증파한다면, 이라크의 혼란은 오히려 더 가중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알자지라>의 카툰 동영상이 최근 발표되었다. 파키스탄 출신의 예술가인 슈자아트 알리가 제작한 이 동영상은 '배후(Behind the Throne)'라는 제목하에 이라크 혼란의 진정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요즘 부시 대통령의 미군 증파 계획에 대해 비판적 분위기가 팽배한 미 상원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출석했다. '이라크 민주화 회복(Restoration of Democracy in Iraq)'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라이스 장관이 "상원 의원 여러분! 실제로 이라크인들이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있습니다"라며 미군 증파의 당위성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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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그녀의 호소는 계속된다. "이웃한테 돌진하는 자살특공대들이 있습니다." 이라크의 혼란을 '이라크인이 이라크인을 죽이는 상황'으로 규정한 것이다.

두 번째 그림의 책 제목은 아마도 2003년 개전 이래 작년 연말까지 이라크에서 살해된 외국 언론인의 숫자가 89명에 달한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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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라이스 장관이 위와 같이 '이라크인이 이라크인을 죽이는' 혼란 상황을 강조하는 정치적 목적은 당연히 부시 대통령의 2만 명 증파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다. 라이스 장관의 꽁무니 뒤에 익살맞은 표정으로 구부리고 앉아 있는 부시 대통령의 표정은 차라리 가련하다고 해야 할까.

"이라크에 2만 군대를 더 파견하자(22000 more troops to Iraq)"라고 쓰인 팻말에 그는 힘없이 몸을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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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에서, 미군 증파가 이라크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리어 혼란만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부시 대통령 뒤로 중무장한 미군 병사들이 '최고사령관'의 명령 한마디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발아래에 '무고한 양민들의 시체(Bodies of Innocent Civilans)'들이 군용 모포에 가려져 있다. 살상된 이라크인들의 시신을 밟고 있는 것은 이라크 저항세력이 아니라 바로 미군이었다. 이라크 '양민'들을 살상에 이르게 한 진정한 원인은 바로 침략자 미군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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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집주인이 강도의 침입에 저항하다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인명피해의 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가? "집주인이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런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미국은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말한 이라크 자살특공대는 이라크 동족을 죽이려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외세 침략자들에게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무고한 이라크인들이 죽고 있는 것은 그곳에 미 점령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라크인이 이라크인을 죽이는 게 아니라, 이라크인이 아닌 자가 이라크인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라크 혼란의 진짜 원인은 바로 미군인데, 그 미군을 이라크에 증파한다면 이라크 문제가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자신을 인류의 인권을 위한 지도자로 자처하지만, 외국인들을 죽음에 내몰 뿐만 아니라 자국 국민마저 전쟁터로 내몰면서도 일말의 슬픔을 느끼기는커녕 도리어 환호(Yeah! Yeah!)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과연 미국과 세계의 지도자로 모실 수 있을까. 전쟁 앞에서 숙연할 줄 모르고 오히려 열광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인류의 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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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이라크에서 연일 폭탄테러가 발생하는 것은 '이라크에 있지 말아야 할 자들'이 이라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라크에 있지 말아야 할 자들'을 2만명이나 더 증파한다면, 그만큼 이라크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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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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