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1990년대 중반 무렵까지 발렌타인데이나 만우절 심지어는 크리스마스까지도 별 의미 없는 날이라고 여겼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서구의 문화가 급속하게 유입되고 이를 장사 속 밝은 중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념일들이 하나 둘 중국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4월 1일 만우절을 중국어로 위런지에(愚人節)라고 부르고 속임을 당하는 사람을 '쓰위에샤꽈(4월의 바보)라고 칭한다. 서구의 선진국에서는 국가지도자의 농담이 가십거리로 기사화되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학생들과 젊은이들 사이에서만 만우절을 기념하고 있는 정도다.
베이징의 왕징(望京)에서 중국인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 한국학생은 만우절을 지내는 중국학생들의 장난이 한국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 교실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한 학생이 마시는 물에 변비약을 넣어서 여러 학생들이 화장실을 오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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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포털사이트에 만우절을 맞이하여 다양한 인터넷 게시판이 생겨나 네티즌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인터넷 QQ
음식의 천국 중국, 만우절 음식 메뉴도 있어
중국적 특색의 만우절이라 할 만한 것 중 하나는 음식의 천국답게 만우절 음식메뉴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에서 샐러드 안에 칵테일을, 오리구이 속에 아이스크림을 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젊은 손님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또 다양한 만우절 장난감이 등장한다. 물을 뿜는 사진기, 물을 묻히면 폭발하는 비누, 방귀를 뀌는 인형 등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만우절 장난감으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우절 119화재신고 장난전화가 많은 반면 중국은 위런지에의 '위(愚)'와 발음이 같은 '고기(魚)'를 대상으로 한 장난 전화가 많아서 동물원이나 수족관 직원들이 곤욕을 치른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위런지에를 맞이하면 해마다 누가 가장 '위런(愚人, 어리석은 사람)'인가를 뽑고 있는데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계속 1위에 뽑히고 있다. 올해 중국의 만우절 농담 중에는 삼국지시리즈가 눈길을 끄는데 각각의 인물들이 저마다 재미난 농담을 건네고 있다.
유비는 자경(子慶)에게 형주땅을 꼭 돌려주겠다고 하고, 관우는 화타에게서 상처를 치료받으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하고, 장비는 이제 술을 끊었다고 하고, 제갈공명은 하나님과 친분이 있어서 동풍이 필요하면 동풍을, 목숨이 필요하면 목숨을 빌려 쓴다고 허풍을 늘어놓는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만우절'
최근 13년 동안 리우더화(劉德華)를 쫓아다닌 극성팬 양리쥐엔(28·杨麗娟)의 아버지는 리우더화의 팬인 딸을 위해 가산을 모두 탕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신장까지 팔아 팬미팅에서 딸과 리우더화를 만나게 해줬다. 하지만 딸은 그것에 만족해하지 못했고 이에 실망한 아버지가 바다에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두고 중국네티즌들은 리우더화가 극성팬과 결혼하기로 했고 홍콩정부는 리우더화에게 용기 있는 연예투사상을 수여하기로 했다는 웃지 못할 만우절 농담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중국사회의 단면을 읽게 해주는 뼈 있는 농담들이 오가며 중국의 만우절인 '위런지에'도 점점 중국젊은이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만우절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많으며 서구의 좋지 않은 문화를 무분별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는냐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하지만 도시의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메세지 등을 통해 급속도로 번져가는 만우절 문화가 앞으로 또 어떤 중국적 변용을 겪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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