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등 아래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송성영
아는 스님 절에 가보니 정말로 기가 막힌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석등 받침 틈새에서 이름모를 보랏빛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난초처럼 생긴 풀잎에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횡재라도 한 듯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려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별로 신기할 것도 없었습니다. 본래 모든 생명들이 다 신기한 것인데, 어리석게도 그 꽃 하나에 홀딱 빠져 있었습니다. 순간, 그 모든 꽃들을 등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희소성의 가치 판단으로 생명을 차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절집의 석등 틈새에 피어난 꽃이라 하여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었습니다. 석등의 꽃이 신비한 현상이라면 발 아래에서 짓밟히고도 피어나는 풀꽃이며 아스팔트 가장자리 틈새에서 솟아나는 풀꽃들이야 말로 더욱 더 신기한 일입니다.
늘상 곁에 있는 내 가족이 소중한 것처럼 평생 보기 힘들다는 우담바라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풀꽃이 내겐 더욱더 소중합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전설의 꽃, 우담바라가 3천 년에 한번씩 피는 꽃이라면 풀꽃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천년 동안 꽃을 피워 왔고 또한 앞으로 3천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자리로 꽃을 피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