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수채화로 보는 아이들 그림책

[아가와 책 73] 이와사키 치히로의 <따르릉 여보세요>와 <목욕탕에서 첨벙첨벙>

등록 2007.05.22 13:08수정 2007.07.0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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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따르릉 여보세요>

책 <따르릉 여보세요> ⓒ 프로메테우스출판사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언젠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창가의 토토>라는 책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의 표지와 삽화를 그렸던 이와시키 치히로의 그림은 투명한 느낌의 수채화로 유명하다.

어린이를 평생의 작품 테마로 삼아 따뜻한 인간 감성과 동심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그는 1974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참 많은 그림을 그렸다. 반전, 반핵 운동에도 앞장 서는 한편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과 교감을 이루었던 이와사키 치히로.


<따르릉 여보세요>와 <목욕탕에서 첨벙첨벙>은 이와사키 치히로가 그림을 그리고 동화작가인 마쓰타니 미요코가 글을 쓴 아기 그림책 시리즈에 속한다. 별도의 스케치 작업 없이 언제나 양손으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다는 작가의 독특한 그림풍이 그대로 묻어나는 한편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소재로 하여 시선을 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기 연령에 딱 맞는 놀이를 선택해 스스로 재미있게 논다. 별다른 놀잇감을 주지 않더라도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여 어른을 모방하고 흉내 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다. 세 살짜리 우리 딸아이가 한창 빠져 있는 놀이는 바로 전화하기와 목욕하기, 요리하기 등이다.

이 책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소재로 하여 친근한 느낌을 준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도 자신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쉽게 책에 빠져들 수 있다. <따르릉 여보세요>는 책 표지에 전화 수화기를 들고 서 있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아이를 가리키며 딸아이의 이름을 붙여 주었더니 금방 책장을 펼친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기가 울리고 잠을 자던 모모는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수화기를 들고 "누구세요?"하고 묻자 다음 장에서 커다랗다고 빨간 해님이 수화기를 들고 이야기를 한다.

"해님입니다. 잘 잤나요? 벌써 아침이에요."


그 다음은 오리가 수화기를 들고는 깨끗이 세수했냐고 묻는다. 민들레 전화국에서는 나비 요정이 전화를 걸어 들판에 꽃들이 가득하니 빨리 오라고 얘기한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은 계속 울리는데 모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모는 해님, 꽥꽥 오리, 나비 요정과 함께 나들이를 하고 있다.

참 단순한 내용이면서도 그림과 어우러진 내용이 시적이고 아름답다. 게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전화, 오리, 나비 등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책의 내용에 금방 친숙해진다. 처음에는 책의 배경이 하얀색이라 너무 밋밋하고 그림도 투명한 느낌의 수채화라 아이가 잘 볼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아이는 너무 좋아하며 반복해서 읽는다.


a 책 <목욕탕에서 첨벙첨벙>

책 <목욕탕에서 첨벙첨벙> ⓒ 프로메테우스출판사

<목욕탕에서 첨벙첨벙>은 발가벗은 채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아이에게 그림을 가리키며 "누구야?"하고 물으니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는지 "오빠"라고 대답한다. 이 책에도 꽥꽥거리며 수건을 들고 가는 오리가 등장한다. 우리 아이에게도 오리와 관련된 책이 꽤 있는데 모두 사랑받는 걸 보니 아이들에게 '오리'는 참 친근한 존재인가 보다.

게다가 이 오리가 자기가 좋아하는 비누와 수건을 들고 목욕탕으로 간다고 하니 얼마나 신이 날까? 아이가 윗옷을 벗고 그 다음에 바지와 속옷을 벗는 장면은 일반적인 아이들이 목욕하기 위해 옷을 벗는 모습과 똑같다. 우리 아이는 괜히 자기도 따라하고 싶어서 옷 벗는 흉내를 낸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오리와 목욕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책 또한 작가 특유의 투명한 수채화 그림 톤이 돋보인다. 리듬감 있는 언어로 글을 구성하여 아이들이 내용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오리와 함께/ 목욕탕에서 첨벙첨벙/ 비눗방울 보글보글/ 목욕은 즐거워"

이렇게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책이라면 책을 싫어하는 아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이도 머리 감기를 귀찮아 할 때가 많은데 맨 끝장을 펼치면 머리 감은 아이의 예쁜 얼굴과 함께 "머리 감은 내 모습 꼭 천사 같아!"라는 구절로 마무리가 되어 있다.

일본도서관협회에서 좋은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는 꽤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의 시각은 어른과 참 많이 다르다. 밋밋한 수채화 그림이 뭐가 좋을까 싶지만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행복해 한다.

<창가의 토토>에서 동그란 얼굴을 하고 까만 점 같은 눈으로 세상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던 토토처럼 아이들은 그림책의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뛰어다닌다. 전화 받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모모와 목욕하기를 좋아하는 이 아이처럼 말이다. 이렇게 책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책 속의 아름다운 나라로 빠져든다는 생각이 든다.

따르릉 여보세요 - 이와사키 치히로 아기 그림책

마쓰타니 미요코 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임은정 옮김,
프로메테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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