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타로랑 숨은그림 찾기 할까?

[아가와 책 76] 고미 타로의 동화책 <금붕어가 달아나네>와 <누가 숨겼지?>

등록 2007.06.22 14:39수정 2007.07.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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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금붕어가 달아나네> ⓒ 한림출판사

아이들은 참 숨바꼭질하기를 좋아한다. 내 딸은 갓난쟁이였을 때는 까꿍 놀이를 그토록 좋아하더니만 세 살이 되었어도 여전히 숨고 나타나는 대상에 몰두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언가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어디 있지?" "찾았다"를 반복하는 딸아이를 보면 우습기도 하면서 참 깜찍하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좋은 것이 바로 고미 타로의 숨은 그림 찾기 책이다. 고미 타로의 책들은 워낙 유명하고 아이들이 좋아하여 국내 웬만한 메이저 급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 많이들 내놨다. 손가락을 넣어 보도록 하는 독특한 모양의 그림책을 비롯하여 고미 타로의 기발한 상상력과 개성이 돋보이는 좋은 책들이 참 많다.

고미 타로는 누구?

194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서, 구와자와 디자인연구소에서 공업 디자인을 공부했으나, 좀더 창조적이고 다양한 상상력을 시도해 보기 위해 그림책을 시작했다. 어린이 책, 미술책 등 일본에서 출간된 작품이 300여 권이 넘는 그는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로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산케이 아동 문학상'을 받았으며, 작품으로는 <창문으로 넘어온 선물> <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저런, 벌거숭이네!> <이게 뭘까?> <바다 건너 저쪽>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영어,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들로 옮겨져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저자 소개 중에서
그 중 숨은 그림 찾기를 주제로 한 책은 한림출판사의 <금붕어가 달아나네>, 비룡소의 <누가 숨겼지?> 등이다. <금붕어가 달아나네>는 돌 전후의 아이에게 적합한 수준이고 <누가 숨겼지?>는 보다 고차원적인 숨은 그림 찾기다. 두 책 모두 매우 단순한 구절이 반복되지만 그림이 독특하여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금붕어가 달아나네>는 "금붕어가 달아나네. 어디에 있니?" 구절의 반복이다. 아주 단순한 모양의 분홍색 금붕어가 어항에서 뛰쳐나가 샤워 커튼의 땡땡이 무늬에 숨으면 아이들은 그 무늬들 속에서 금붕어를 찾아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사이에 숨기도 하고 엄청나게 많은 장난감 사이에 숨기도 하면서 금붕어는 세상 속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돌 즈음에 이 책을 접하고 거의 매일 몇 번 씩 반복하여 읽으면서도 아이는 질리지 않는가 보다. 특히 맨 마지막에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들 속에서 도망간 물고기를 용케도 찾아내며 자기 혼자 잘했다고 박수를 치며 기뻐한다. 그런 아이의 웃음을 보는 엄마도 행복하다.

이 책을 너무 좋아하여 또 다른 형태의 숨은 그림 찾기 책이 없을까 뒤지던 중 비슷하지만 보다 고차원적인 수준의 고미 타로 책을 발견했다. 이 작가의 책을 이미 세 권이나 갖고 있어서 똑같은 그림 톤의 것을 다시 구입하자니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세 살짜리를 위한 그림책은 그 수가 적고 부족한 실정이라 구입을 해 보았다.

역시 그림 톤은 아주 비슷하다. 하지만 <금붕어가 달아나네>가 한 마리 물고기를 찾아내는 것이라면 <누가 숨겼지?>는 다양한 사물을 숨기고 있는 동물들을 보고 그 사물이 어디 숨었는지 찾아내는 조금 어려운 수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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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누가 숨겼지?> 중에서 ⓒ 비룡소

"장갑을 숨긴 건 누구? 칫솔을 숨긴 건 누구? 양말을 숨긴 건 누구? 촛불을 숨긴 건 누구?"

<금붕어가 달아나네>를 읽을 때는 손가락으로 숨어 있는 금붕어를 금방 찾아내던 아이가 이 책은 조금 어려운지 몇 번 유심히 들여다보기만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감을 얻었는지 숨어 있는 칫솔과 촛불, 장갑 등을 찾으며 아주 흡족해 한다. 책을 보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지만 나비 날개에 숨어 있는 카드 등 어려운 것은 아직도 못 찾는 눈치다.

사슴의 뿔 대신 올라가 있는 촛불이나 친구의 땋은 머리 대신 붙어 있는 숟가락과 포크는 어른에게도 웃음을 준다. 고미 타로의 기발한 상상력에 다시 한 번 감동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곳곳에 숨겨 놓으면서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들로 아이들을 사로잡는 그림책 작가. 그의 천부적인 천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눈동자를 굴려가며 숨어 있는 사물을 찾으려 애쓰는 아이 모습은 기특하기도 하면서 신기하다.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하고 그 창조적인 머릿속은 기발한 상상력의 공간일 것이다. 그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에 그림책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고미 타로의 원작은 꽤나 선명한 그림이라던데 인쇄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여 흐릿하게 표현된 것이다. 원작의 그림 색상이나 크기를 될 수 있으면 잘 살려 출판하는 의지가 아쉽다. 어린이 책 시장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겠지만 아이들을 상대로 너무 안일하게 돈벌이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아쉽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한다면 엄마도 기쁜 것이 본래 마음이다. 우리나라에도 고미 타로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 그림책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든 엄마들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

금붕어가 달아나네

고미 타로 글 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2003


누가 숨겼지? (하드커버)

고미 타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2002


#고미 타로 #숨은 그림 찾기 #숨바꼭질 #아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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