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 손학규, '고참' 정동영에 신고식

범여권 대통합 참여 첫날 조찬 회동... "잘 이끌어달라"

등록 2007.06.26 11:51수정 2007.06.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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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손을 잡은채 이야기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손을 잡은채 이야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손학규 선배께서 어려운 결심을 하셔서 일이 훨씬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제가 범여권 대통합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은 정동영 전 의장 노력 덕분입니다."


26일, 정동영·손학규 두 사람이 만났다. 한 사람은 열린우리당 최대 계파를 거느리다가 최근 탈당해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본격 시작한 범여권의 '고참'이다. 또 한 사람은 석 달 전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다가 이제 막 범여권 대통합 대열에 참여를 선언한 '신참'이다.

그러나 치고 올라오는 '신참'의 기세에 '고참'이 고전하는 분위기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범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줄곧 유지해왔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 7명이 '특보단'을 자처하며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등 세력이 모이는 양상이다.

반면 '고참'은 경쟁자였던 김근태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2선 후퇴'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지지부진한 대통합 돌파구를 마련해보기 위해 '열린우리당 배제론'을 주장하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을 만나, 제 정파가 참여하는 '8인 연석회의'를 주장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정 전 의장은 '고참'답게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부터, 만나자고 제안해왔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번번이 이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하자마자, 범여권으로 흡수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다가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통합 참여를 선언한 뒤, 정 전 의장에게 '만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오전 조찬 회동에서는 '신참'이지만 나이가 더 많은 손 전 지사가 "잘 좀 이끌어 달라"며 정 전 의장을 한껏 치켜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회동이 끝난 뒤 정동영 전 의장측 양기대 공보특보는 "두 분이 정담을 나눴으며 서로 위로와 격려의 말씀도 나눴다"면서 "두 분은 이날 회동을 통해 국민대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 협력하고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또 "좌우 극단을 뛰어넘는 새로운 중도개혁의 정치가 시대적으로 요구된다"며 "대통합의 정치를 통해 새로운 국민의 집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대통합과 관련 김근태 전 의장의 살신성인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김 전 의장이 중심이 돼 통합의 방향과 방책에 대해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양 특보는 전했다.

두 사람은 조만간 가수 조영남씨가 동석한 자리에서 대포를 한 잔 하면서 회포를 풀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에 대해 양기대 특보는 "손 전 지사가 탈당한 후 불필요한 오해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정 전 의장을 만나지 않았지만 늘 깊은 교감이 있었고, 또 손 전 지사가 탈당했을 때 처음부터 정 전 의장이 따뜻하게 격려해주셔서 손 전 지사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공개 대화 내용이다.

a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손학규 "반갑습니다. 이야, 이거 미남 앞에 서니까, 그냥. 허허허. 오랜만입니다."
정동영 "오랜만입니다."

손학규 "난 정 전 의장에 대해서 항상 우선 감사한 마음이 앞서고…."
정동영 "제가 감사하죠."

손학규 "내가 시베리아 동토에 나왔을 때 따뜻한 말로 격려해 주시고, 미안한 마음이 또 하나는 여러 번 전화통화하면서 가까이 바로 못 하고, 내 상황과 처지가 그래서…."
정동영 "예. 시베리아가 아니라, 요샌 뭐 날씨가 뜨뜻해져서, 하하하. 아무튼 뵙고 싶었는데 뭐 좋은 국민들의 기대도 있고 바람도 있는 거 같습니다. 잘 하면, 지금은 희망이 없지만 다음달부터는 희망이 좀 생기리라 기대를 합니다."

손학규 "난 뭐 희망이 있으리라고, 희망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 동안 우리 정 전 의장께서 얼마나 대통합을 위해서 노력을 하시고 다각도로…. 워낙 능력이 출중하시고 그래서…."
정동영 "아유, 별 말씀을…."

손학규 "요새 일이 많죠? 뭐 상당히 바쁘신 거 같아요?"
정동영 "손 선배께서 결심을 하셔서 일이 훨씬 가벼워질 거 같습니다."

손학규 "암튼 우리 정 전 의장도 보면 정치역정이 여러 가지 고비도 많고 파란만장하기도 하고 또 힘있게 나가고…."
정동영 "정치가 어려운 것 같아요. 또 그렇기 때문에 묘미도 있고, 손 선배께서 마음 고생 많이 하셨는데…."

손학규 "내 아직도 기억이 남는 게, (정 전 의장이) 총선 때 의원직을 탁 던지고 말이지. 다른 건 몰라도 그때 의원직을 던질 때, 이야 이건 쉽지 않은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정동영 "의원이 아닌 건 우리 손 선배님이나 저나 똑같네요. 근데 사람들은 만나면 정 의원 정 의원, 그럽니다."

손학규 "근데 나는 중간에 도지사란 공백이 있는데, 아직도 나보고 손 의원이란 사람이 있어요."
정동영 "정치하면 대개 의원인 줄 알지요."

손학규 "여하튼 제가 범여권 대통합에 다시 참여하겠다고, 이게 다 그 동안 정 전 의장께서 노력을 해 오시고, 그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시고, 특히 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아주 따뜻하게 자리도 펴주시고 또 따뜻한 바람도 불어 넣어주시고, 그런 덕입니다. 또 김근태 전 의장이 살신성인의 용기를 가지고 결단을 해서 범여권 대통합의 환경을 만드는데 크게 힘 입었고….

제가 알기로, 그것을 누구보다도 정 전 의장께서 적극 앞장서서 뒷받침을 해주셨습니다. 그 뜻을 살려서 우리가 전부 범여권 대통합에 나서면 그것이 국민을 크게 하나로 아우르는 국민대통합의 길로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이제부터 정 전 의장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시죠. 저를 잘 이끌어 주시고…."

정동영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요. 이제 같이 힘을 합쳐서 국민들이 뭔가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지금 뭐 일방적인 쏠림 현상도 있긴 합니다만, 이것은 비정상이라고 국민들 스스로도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저쪽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철학과 생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느냐, 우리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손 선배님과 좋은 희망과 기대를 국민들한테 만들어 드려야 할 책무, 그런 의무감 같은 게 있습니다. 여러 가지 내공도 많이 쌓고, 같이 힘을 합쳐서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국민의 집을 지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손학규 "우리 정 전 의장이 앞으로도 잘 이끌어 주시고, 사실 여러 사람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닌데, 처음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나왔을 때부터 정 전 의장을 바로 뵙고 싶었는데, 당장 정 전 의장을 만나 뵈면 그렇잖아요. 내가 간접적으로 정 전 의장에 대한 내 존경과 애정을 이렇게 전해드렸습니다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 전 의장은 정전 의장대로 나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 안아주고 싶은 얘기, 또 새로운 길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고, 그렇게 준비를 하고 계셨는데, (제가) 조금 참읍시다, 참읍시다…(그랬어요). 허허허"

정동영 "어려운 결단을 하셨죠. 다들 우리 손 전 지사께서 (아직) 한나라당에 계신다고 생각하면, 사실 한나라당에서 나오기가 굉장히 힘든데, 그러나 어려운 결단을 하셨고, 그 동안에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어쨌든 대통합의 집을 지을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를 해주셔서, 그것 역시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만,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하규 #정동영 #대통합 #범여권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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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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