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꼭 나가야 하는 상황' 오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형형색색 기묘한 '대통합' 현상

등록 2007.07.06 11:06수정 2007.07.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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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중도개혁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합민주당의 박상천 김한길 대표.
5일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중도개혁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합민주당의 박상천 김한길 대표.오마이뉴스 이종호

기묘하다. 형형색색으로 전개되는 범여권 통합 움직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원색급 현상이다.

통합민주당의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가 손학규·정동영 두 사람을 연쇄 접촉해 통합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자기 당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두 공동대표는 바깥으로 돌았다.

기묘한 현상이 하나 더 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강래 의원 등이 대통합신당과 열린우리당이 당 대 당 통합하는 것을 극력 반대한다. 그러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는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이강래 의원 등은 길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 두 부류 모두 당원과 국민을 고도근시로 안다. 전자는 씨내림을 위해선 안방마님도 눈감아줄 것이라고 여기고, 후자는 옷만 잘 입으면 신체 사이즈를 감출 수 있다고 믿는다. 당원과 국민 모두 코 앞 밖에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붙잡는 사람과 막아선 사람의 공통점

평가는 이 정도로 갈음하자. 무엇보다 급한 건 전망이다. 두 행위가 어떤 색을 만들어낼지가 관심사다.

보색이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박상천 공동대표가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 4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만날 때만 해도 "잡탕식 정당은 안 된다"던 그였다. 하지만 하루만에 "중도개혁신당엔 반대하지 않는다"로 말을 바꿨다. 손학규·정동영 두 사람의 소이부답에 속앓이를 하다가 통합민주당 자체 경선은 없다고 선언까지 했다.


말만 놓고 보면 태도가 누그러진 정도가 아니라 돌변에 가깝다. 여기에 통합민주당 내부에서 대통합 신당 합류를 주장하는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좌표가 얼추 정리되고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상황이다.

그래도 단정은 금물이다. 단정엔 판단 비약이 내재하기 마련이다.


박상천 공동대표의 말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변화인 건 맞다. '잡탕정당 반대'와 '중도개혁신당 찬성'에 상당히 큰 간극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되새길 게 있다. 박상천 공동대표가 운위해온 '중도개혁세력'의 외연에 친노 세력이 포함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유시민 의원, 김두관 전 장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유시민 의원, 김두관 전 장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가정하자. 박상천 공동대표가 언급한 '중도개혁신당 찬성' 입장이 친노 배제를 전제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상승기류를 형성한다.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우면서 대통합 전선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개별 탈당해 대통합 신당에 합류하는 방식을 거론하지만 이 방안이 무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이 걸린다. 질서있는 통합, 즉 당 차원의 공식적인 결의를 중시하는 그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별 탈당은 정도도 대의도 아니다.

25일, 어떤 D데이가 될까

친노 세력이 한 데 뭉칠 구심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가 그랬다. "굳이 내가 나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나서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거꾸로 해석하면 "꼭 내가 나가야 한다고 판단되면 나설 생각"이 된다.

친노 세력 배제, 또는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반대 주장이 성하면 성할수록 유시민 전 장관이 '꼭 나가야 하는 상황'은 무르익는다.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라도 그건 불가피한 선택이 되기 십상이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이 오는 25일을 대통합 신당 창당 D데이로 잡았다고 하지만 여건이 완숙된 건 아니다. 여차하다간 그 날이 또 다른 D데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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