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중도개혁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합민주당의 박상천 김한길 대표.오마이뉴스 이종호
기묘하다. 형형색색으로 전개되는 범여권 통합 움직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원색급 현상이다.
통합민주당의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가 손학규·정동영 두 사람을 연쇄 접촉해 통합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자기 당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두 공동대표는 바깥으로 돌았다.
기묘한 현상이 하나 더 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강래 의원 등이 대통합신당과 열린우리당이 당 대 당 통합하는 것을 극력 반대한다. 그러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는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이강래 의원 등은 길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 두 부류 모두 당원과 국민을 고도근시로 안다. 전자는 씨내림을 위해선 안방마님도 눈감아줄 것이라고 여기고, 후자는 옷만 잘 입으면 신체 사이즈를 감출 수 있다고 믿는다. 당원과 국민 모두 코 앞 밖에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붙잡는 사람과 막아선 사람의 공통점
평가는 이 정도로 갈음하자. 무엇보다 급한 건 전망이다. 두 행위가 어떤 색을 만들어낼지가 관심사다.
보색이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박상천 공동대표가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 4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만날 때만 해도 "잡탕식 정당은 안 된다"던 그였다. 하지만 하루만에 "중도개혁신당엔 반대하지 않는다"로 말을 바꿨다. 손학규·정동영 두 사람의 소이부답에 속앓이를 하다가 통합민주당 자체 경선은 없다고 선언까지 했다.
말만 놓고 보면 태도가 누그러진 정도가 아니라 돌변에 가깝다. 여기에 통합민주당 내부에서 대통합 신당 합류를 주장하는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좌표가 얼추 정리되고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상황이다.
그래도 단정은 금물이다. 단정엔 판단 비약이 내재하기 마련이다.
박상천 공동대표의 말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변화인 건 맞다. '잡탕정당 반대'와 '중도개혁신당 찬성'에 상당히 큰 간극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되새길 게 있다. 박상천 공동대표가 운위해온 '중도개혁세력'의 외연에 친노 세력이 포함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