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남은 1년,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낮은 문화수준 딛고 중화패권주의 과시하나

등록 2007.08.08 09:20수정 2007.08.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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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13일, 모스크바에서 제29회 올림픽개최지로 중국의 베이징이 선정된 지 벌써 6년이 지났고, 2008년 8월 8일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은 어느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 1년에 맞춰 메인스타디움 니아오차오(鳥巢, 새둥지)와 12개의 각종 경기장, 선수촌과 프레스센터 등 45개의 올림픽 시설들이 차근차근 완공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심각한 지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정신문화가 1년 사이에 물질문명만큼 따라와 줄 것인가이다. 베이징올림픽의 구호는 인문, 환경올림픽이다. 과연 중국인의 인문 교양수준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인지, 베이징의 환경으로 ‘그린올림픽’이라는 명함을 꺼내놓을 수준인지 생각해보면 1년은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베이징올림픽의 마스코트이다. 물고기, 팬더, 불꽃, 영양, 제비모양으로 '베이징환잉니(北京歡迎你)', 즉 '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의 마스코트이다. 물고기, 팬더, 불꽃, 영양, 제비모양으로 '베이징환잉니(北京歡迎你)', 즉 '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인터넷 Sina

베이징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합니다(北京歡迎你)’ 라는 의미를 가진 다섯 마리의 동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집안 청소를 마치고 손님을 맞이한다는 ‘소쇄응대지도(掃灑應待之道)’를 아직 제대로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버려지는 쓰레기, 무단횡단은 말할 것도 없고 집단의식처럼 당연하게 어겨지는 신호등, 그리고 당장 자신의 이익과 맞닿아 있지 않으면 사람이 죽어가도 나몰라 하는 ‘웨이칸런(圍看人, 둘러싸고 바라볼 뿐 아무도 나서지 않는)문화’, 경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상대국의 시상식에 야유를 보내는 저급한 관중문화, 마라톤경기가 제대로 펼쳐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게 하는 지독한 대기오염의 문제 등을 모두 고쳐나가기에 시간은 결코 중국의 편이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 너머엔 올림픽을 성장엔진 삼아 중화제국을 재건하려는 중국의 거대한 야심이 꿈틀거리고 있기도 하다.

1964년 일본 도쿄, 1988년 한국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 비록 1인당 GNP 2000불밖에 되지 않는 개발도상국이지만 경제규모, 성장잠재력, 국제적 지위에서는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한 중국으로서는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종합 1위의 위업을 달성함으로써 찬란한 과거의 전통과 문화뿐만 아니라 현재도 세계 최고가 되었음을 만방에 떨칠 기세이다.

장이머우(張藝謀)가 총감독을 맡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아테네올림픽 폐막식 8분에서 그랬고 또 그가 영화 <황후화>에서 충분히 예행연습을 했던 것처럼 허벅지가 드러나는 치파오(旗袍)를 입은 다량의 미녀들과 태극권이나 쿵푸의 집단체조와 용이 등장하는, 붉은 색과 노란색이 기조를 이룬 중화패권주의가 상징성의 가면을 쓰고 전 세계인들에게 마음껏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오리엔탈리즘의 신비감을 가진 서양인들에게는 찬란한 전통문화의 저력을 은근히 과시하게 될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중화민족주의를 고취하여 내부적 결속을 강화하고 체제의 우월성을 자연스럽게 선전할 절호의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쯤 되면 베이징올림픽의 주제인 ‘같은 세계, 같은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이 아니라 중국만의 꿈을 위한, 그들만의 기획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돈을 밝히는 중국인답게 '돈을 벌다(發)'는 의미와 발음이 비슷한 '8'에 개막식 날을 맞춰 잡은 베이징올림픽은 과연 중국에게 얼마나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2800억 위엔, 우리 돈으로 약 33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일자리창출이나 투자수요 등 간접적 수익을 제외하고서라도 TV중계권료, 광고수입, 입장권수입이 아테네올림픽의 2배에 가까운 통계치를 보여주고 있어 현 추세라면 1년 뒤 치러질 베이징올림픽은 분명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에 또 하나의 날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화패권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며 제고된 국가브랜드를 앞세운 중국제품은 모든 방면에서 과거와 같이 우리에게 녹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에서 벌어질 베이징올림픽을 1년 앞둔 지금, 우리도 올림픽마케팅을 준비하고 거대 중국시장에서의 국가와 기업브랜드 제고를 위해 다각적인 준비를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중화패권주의에 대응할 독자적인 우리의 문화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시간이 꼭 중국의 편만은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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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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