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퇴의 귀부인> 책에 소개된, 발굴 당시 귀부인의 모습이다.일빛출판사
"여자 시신의 외형은 완전했고, 얼굴색은 살아 있는 듯했으며, 온몸은 부드럽고 윤이 났고, 피부는 엷은 황색을 띠고 있어서 마치 방금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중략) 고고학자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와 가슴과 팔 부위를 눌렀다 놓자, 凹자형으로 쑥 들어갔던 살과 피부가 금방 다시 탄력있게 원래 상태로 회복되었다. 또 팔과 다리를 움직이자 관절이 모두 자유롭게 굽어지고 펴졌다."
'네 가지 옛 것을 파괴하고 네 가지 새 것을 세우자(破四舊, 立四新)'는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에서 땅 속에 묻힌 역사의 유적을 발굴하는 일은 헌신짝 취급을 당했으며 발굴을 위해 호미 60개, 필름 20개를 달라는 요구조차 거부당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세계고고학사에 길이 남을 이 역사적 발굴이 이뤄졌다고 하니 더욱 놀라운 일이다.
귀신이야기는 어쩌면 힘든 현실을 감내해내며 내세의 평온을 바라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소망이거나 한 맺힌 원한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래서 허구적 상상일지도 모르는 귀신이야기는 그 시대상의 또 다른 반영인 것이다.
'문화대혁명'이라는 광기가 귀신처럼 10년 동안 떠돌며 중국 전역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것에 비하면 어쩌면 유구한 역사 속에서 한 맺힌 민초들의 원한과 아픔들이 녹아 있는 중국의 귀신이야기들은 어쩌면 너무 순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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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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