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에서 북핵을 '해결'하라고?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북핵 문제에 관한 현실과 상식

등록 2007.08.10 09:00수정 2007.08.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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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공식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고리가 걸렸다. 핵이다.

입을 모은다.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북핵 해결을 꼽고, 미국 역시 비핵화를 거듭 강조하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보수신문도 나선다. <동아일보>는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은 "북핵 완전 폐기에 대한 약속이어야 한다"고 하고, <조선일보>는 "핵·납북자 문제 관련 합당한 결과 얻어내야" 한다고 한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핵이나 평화체제나 군사적 긴장 완화에서 가시적인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게도 구럭도 모두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핵 우선' 주장에 음습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인데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결과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건 남북정상회담 이후를 대비한 포석깔기라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패대기치고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고리를 거는 것이라고 한다.

되받는다. 이런 경계의 목소리에 대해 반박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풀 처지가 아니고, 그럴 상황도 아니라면 굳이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열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

재반박이 나온다. 남북관계가 북핵에 갇히면 불행이 닥칠 수 있으므로 북핵과는 별도의 트랙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고 평화무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무한궤도다. 평행선 위의 논쟁이다. 자칫하다간 삼층밥이 되기 십상이다. 밑은 타고 위는 선, 그런 상태 말이다.

정상회담, 북핵을 거론하되 수준을 조율하면 된다

접점을 찾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무한 논쟁을 끝낼 수 있다.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북핵을 거론하되 수준을 조율하면 된다.

환기할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현실이고 하나는 상식이다.

'북핵 우선'을 주장하는 측도 인정하는 현실이 있다. <동아일보>는 북한이 전통적인 '통미봉남' 원칙에 따라 북핵 문제에서 남한을 배제해왔다고 한다. 비핵화를 주문하는 미국의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를 견인할 6자회담의 지속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분명하다. 북핵 문제 해결의 장은 6자회담이다.

부인하기 힘든 상식이 있다. 평화선언은 평화 위협요소를 제거하거나 제거를 다짐하고 나서 이뤄지는 정치적 행위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평화선언이 주되게 논의될 것이라면 북핵 문제를 비껴갈 재간이 없다.

이 현실과 상식을 조합하면 얼추 정리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최대치는 해결이 아니라 촉진이다. 촉진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북핵 해결 다짐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게 남북정상회담의 "합당한 결과"이고 "가시적인 성과"다.

이렇게 보면 정부와 범여권이 준비하고 있다는 경제협력 확대방안도 새롭게 조명된다. 북핵과는 별도의 트랙이 아니다.

영변 핵시설은 이미 폐쇄됐다. 다음 단계는 불능화다. 관건은 그 대가다. 경제협력 확대방안은 불능화 대가를 둘러싼 줄다리기에 기름을 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경제협력 확대방안도 하나의 촉진제다.

다시 한번 확인하자. 논쟁을 할 것이라면 논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 논의하고 끌어내야 할 건 북핵 해결이 아니라 촉진이다. "정상회담에서 북핵의 완전 폐기를 이끌어 내야 한다(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고 주장하면 "게도 구럭도 모두 잃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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