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연못. 고작 두 평도 채 되지 못하나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준다.
정판수
손님이 찾아왔다. 울산의 아파트에서 아래윗집으로 살며 매우 가깝게 지낸 이웃인데, 그는 사실 나보다 훨씬 전부터 시골살이에 관심 많았다. 그래서 빨리 옮길 줄 알았는데 그의 아내가 하도 주저하는 바람에 아직껏 마음에만 넣어둘 뿐 실천을 못하고 있다. 그런 까닭인지 우리 집에 자주 들른다.
이번에는 오자마자 가장 먼저 연못으로 갔다. 자기가 시골에 집을 지으면 가장 공들여 가꿀 곳이 연못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기에 충분히 짐작할 일이었다. 아니 그 사람뿐만 아니라 시골에 집을 지으면 누구나 연못을 만들고 싶으리라. 연꽃, 부레옥잠, 붓꽃, 창포 등의 수생식물은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은 짧으나 대신에 그 아름다움은 도드라져 그저 꽃만 봐도 편안해지기에.
그런데 저쪽에서 깜짝 놀라 지르는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연못 쪽에서 들리는 외마디소리라면…. 짐작이 갔다. 역시 뱀이었다. 유혈목이 한 놈이 어슬렁거리며 산 위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아마 놀라기는 손님보다 녀석이 더 놀랐을 게다. 편안한 휴식처(?)에서 쉬고 있는데 불청객이 찾아왔으니.
시골살이?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는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시골살이는 꽤 낭만적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여름에는 …, 가을에는…, 겨울에는…. 그리고 새소리를 들으며 잠을 깨고, 바람에 풀잎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논길을 걷고, 매미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즐기며,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추억을 되살린다.
그뿐만 아니라 아침 산책길에 개울로 가 얼굴을 씻고 거기 입을 대고 물을 그냥 마신다. 그러면 내장마저 세척되는 느낌이다. 뿐이랴, 낮에는 온통 초록빛 자연 속에 눈을 담그고, 밤에는 또 어떤가. 사람의 수만큼 많은 별을 헤고, 우윳빛보다 더 하얀 은하수를 보며, 운 좋으면 반딧불이를 볼 수도 있다.
허나 실제로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는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연못의 예를 들어보자. 마당 한가운데 연못이 있어 거기에 물레방아가 돌아간다면 좋을 테고, 혹 조금 더 넓은 면적이 허락돼 가운데를 건너갈 수 있는 구름다리를 놓는다면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