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학번은 '현장투신' 00학번은 '구직투쟁'

[기획연재-신자유주의와 대학생③] 힘들게 졸업하면 청년 실업자?

등록 2007.09.04 12:14수정 2007.09.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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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첫 대선을 앞둔 대학생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일부에서는 대학생의 보수화를 말하며 예전과 달라진 세태를 말합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에서는 대학생운동 위기의 원인을 90년대 중반 이후 몰아닥친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시대 대학생의 현주소와 학생 운동의 대안을 모색하는 새사연 기획기사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2005년 말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업체의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한 관련이 없음)
2005년 말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업체의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한 관련이 없음)연합뉴스 최재구

지난 기사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저비용·고효율을 기치로 우리 사회에 파고든 신자유주의는 역설적이게도 고비용·저효율 사태를 낳았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청년실업의 확산이다.

오늘의 대학생들은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험난한 내부경쟁을 감당하고 졸업을 해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80년대 대학생들은 주로 '현장'으로 투신했고, 90년대 들어서 이른바 '애국적 사회진출'을 통해 직장인이 되는 대학생이 늘어났지만, 신자유주의시대 대학생들은 잠재적 실업군으로 편입되는 것이 가장 익숙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는 대학생의 지위 변화가 대학이라는 공간의 신자유주의화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현실로부터도 영향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청년실업률 7.3%? 현실 들여다보면 13.2%... 구직단념자는 빼고


 출처: 통계청(구직기간 1주 기준, 청년실업률은 20세 ~ 29세의 실업률. OECD 기준으로 청년은 15세에서 24세까지 연령대를 의미하지만 한국의 경우 15세에서 20세는 미성년자이자 학생신분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20세에서 29세를 청년층으로 구분했다.)
출처: 통계청(구직기간 1주 기준, 청년실업률은 20세 ~ 29세의 실업률. OECD 기준으로 청년은 15세에서 24세까지 연령대를 의미하지만 한국의 경우 15세에서 20세는 미성년자이자 학생신분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20세에서 29세를 청년층으로 구분했다.) 새사연

위 그림에서 보듯이 20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실업률은 98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높아졌다가 2006년 현재 7.3%로 전체 실업률 3.3%의 2.2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외환위기 이전에도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통상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OECD 국가들의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실업률 조사결과를 보면 15세에서 24세까지의 청년층의 실업률은 25세에서 54세의 핵심층의 실업률보다 2.19배에서 2.44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청년층이 직장탐색(job-shopping), 또는 직무경험을 이유로 여러 일자리를 경험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가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취업과 실직이 매우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은 청년층 취업준비 비경제활동인구가 2006년 현재 29만9천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실업자 수에 포함시켜 실업률을 다시 추산해보면 보다 현실에 가까운 2006년 실업률은 13.2%에 이르며, 이는 전체 실업률의 4배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6년의 현실적 실업률
2006년의 현실적 실업률새사연

대학들이 내놓는 취업자 통계, 믿을 수 있나?

그나마 위의 계산은 구직 단념자를 제외한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구직 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거리를 구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말한다.


즉, 이들은 본인이 원해서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취업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다. 2006년 현재 구직 단념자는 모두 12만2000명에 달한다. 구직활동 경험이 1년을 넘은 완전 취업 포기자는 통계 자체가 아예 없다.

물론 이런 유형의 실업군은 OECD 국가에서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만을 특수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구직활동을 통해 실업수당과 다양한 교육혜택 등을 누릴 수 있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청년실업은 주로 그 책임이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돌려지고, 취업 실패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통계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현실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청년실업의 늪을 탈출한 취업자는 정말 제대로 된 취업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취업자로 분류된 통계도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6년 대학교 취업통계조사 결과발표를 앞두고 <매일경제>가 취업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밝힌 5개 대학(4년제 3곳, 전문대 2곳) 졸업생 100명을 조사한 결과, 실제 취업률은 64%에 불과했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05년 9월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분석 결과에서는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평균 취업률이 74.1%라고 되어 있으나, 당시 100%의 취업률을 기록했다고 선전한 한 대학의 실제 취업률은 조사결과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거짓 통계는 대학과 대학, 대학 내 각 학과 간의 관계가 무한경쟁구도에 놓이면서 등장한 신풍속도다. 대학의 가치가 학문적 완성도가 아니라 취업률로 평가되면서 단순 아르바이트 까지도 취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는 현실은 결국 정부 공식통계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전공 공부 해봤자 취업엔 도움 안 된다?

높은 록금과 취업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해서 젊은 시절 꿈꾸는 희망찬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한국노동패널조사 7차년도(2004년) 자료를 이용하여 대학원을 포함한 고등교육 졸업자들 중 조사 당시 취업자를 대상으로 업무내용과 전공간의 불일치 실태를 살펴본 결과, 외환위기 이후 고학력화 추세와 경기 침체 등으로 본인의 학력보다 낮거나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었다.

 2004년 당시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취업자, 출처: 김기헌, 2006, '업무내용과 대학(원) 전공의 불일치', <노동리뷰>, 1월호에서 인용
2004년 당시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취업자, 출처: 김기헌, 2006, '업무내용과 대학(원) 전공의 불일치', <노동리뷰>, 1월호에서 인용새사연

패널조사에서는 40세 이상의 중·고령층의 전공불일치(51.7%)보다 청년층의 전공불일치(61%)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대학 등록금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도 실제 전공 공부가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01년 총 301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도 비슷하다. 설문조사가 타켓으로 삼은 정보통신·전기전자·의상디자인산업은 전문성이 어느 분야보다 요구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설문대상자의 37.4%가 대학에서의 전공과 직장에서 수행하는 업무 간에 큰 관련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사회가 원하는 대학교육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며,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교육방식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를 되묻게 한다.

 출처: 강성원 외(2001), '기업의 대학교육 만족도 조사연구', 이태정, 2001, '학부제와 대학교육의 파행: 외부효과와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시장실패를 중심으로', <규제연구> 제 10권에서 재인용
출처: 강성원 외(2001), '기업의 대학교육 만족도 조사연구', 이태정, 2001, '학부제와 대학교육의 파행: 외부효과와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시장실패를 중심으로', <규제연구> 제 10권에서 재인용새사연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 선택은 저임금과 직무불만족, 고용불안을 유도한다. 정규직의 경우 전공과 일치하는 일자리에 취업한 임금노동자(연봉 2,939.7만원)가 그렇지 않은 일자리에 취업한 임금노동자(연봉 2,497.6만원)에 비해 연간 442.1만 원 가량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고, 직무만족도 또한 전공일치 임금노동자가 전공불일치 노동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학력 위조 만드는 사회, 대학교육 강요하는 사회

이런 청년실업이 청년인구의 과잉이나 노동수요의 감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청년층은 1996년에서 2003년 사이에 무려 137만5천 명이 감소했고 경제활동 인구도 같은 기간 69만 명이 감소하여,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대기업에서 격감된 노동수요를 대체할 중견기업(50~499명)의 취업자 규모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부족률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출처: 송창용, 2006, '청년취업 강화를 위한 수요-공급체인 관리방법 연구', Journal of the Society of Korea Industrial and Systems Engineering, Vol. 29에서 인용
출처: 송창용, 2006, '청년취업 강화를 위한 수요-공급체인 관리방법 연구', Journal of the Society of Korea Industrial and Systems Engineering, Vol. 29에서 인용새사연

이는 현재의 청년실업이 노동수요의 부족이나 청년층의 양적 확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인력의 고학력화에 따른 질적 수급의 불일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의 노동시장은 대학생들의 하향취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책임을 근무환경이 좋은 직장을 택하려는 대학생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훨씬 많이 일하고도 보수는 적게 받는 중소기업 회피의 책임을 청년층의 직업의식으로 돌리는 것은 산업구조 전반의 고질적 병폐에 눈을 감는 것이다.

 출처: 박성준, 2005, '청년 실업의 현황과 원인분석',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인용
출처: 박성준, 2005, '청년 실업의 현황과 원인분석',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인용새사연

또한 굳이 대졸취업자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에도 대졸자격을 요구하는 기업관행이나, 대졸학력을 기본학력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대학교육을 마치 엄청난 등록금을 내고서라도 받아야만 하는 의무교육처럼 만들어 버렸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터지고 있는 '학력·학벌' 위조 사례들은 한국사회 학벌만능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2007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졸자의 실업률은 4.2%로 대졸자의 실업률 3.3%보다 높다. 이는 실업문제의 원인을 구직자의 눈높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본 기사가 대학의 구조적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고졸 등 저학력 실업과 여성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저학력 노동자와 여성노동자는 IMF 이후 저임금과 비정규 정책의 가장 큰 희생자이며, 대졸 정규직 남성 노동자와 비교하면 말할 수 없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 또한 대졸 실업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이들의 사회적 소외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06년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고졸 이하 학력 청년층의 취업경로는 대부분(고졸 57.2%, 중졸 이하 53.9%) 소개나 추천을 통해서 이루어졌고, 공개시험을 통한 취업은 고졸 5.5%만이 가능했다. 중졸 이하 학력의 공채입사는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산업정책과 취업정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오늘 대학생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미래상

한 나라의 과거를 알고 싶으면 박물관을 가보고, 미래를 알고 싶으면 학생들을 보라는 말이 있다. 특히 대학은 사회진출을 앞둔 전단계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대변한다.

대학생이 사회모순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민주화를 외칠 때, 비록 당시 현실은 독재치하였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은 학문은 사라지고 토익과 토플 전단지가 시국선언문을 대체해버린 취업준비기관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논하기 전에 바로 자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하루하루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 운명이다.

청춘의 꿈을 펼쳐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 소수에게만 보장된 장밋빛 청사진을 쟁취하기 위해 강요되는 경쟁구도. 이런 모습이 오늘날 대학의 모습이라면 한국 사회의 미래에서도 희망을 찾기 힘들다. 대학을 바로 세우는 것은 대학생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대학생운동의 부활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를 이끌어갈 주체인 대학생들은 80년대 대학생과 처지 자체가 달라졌다. 80년대 대학생은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된 '엘리트 집단'으로서 사회모순과 자기 현실과의 괴리를 운동적 실천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생은 포기할 수 있는 안정된 미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하루하루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내달려야 할 뿐이다.

과거 대학생들이 '민중'이 처한 현실을 그들에게만 맡겨놓지 않았듯이, 이제 사회가 그들에 대한 '지원투쟁'을 전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도 이제 '고통 받는 민중'의 일원이 되었으니 말이다.

다음 연재 기사
대학사회를 강타한 신자유주의와 학부제
등록금 인상, 상한선이 없다
③ 힘들게 졸업하면 청년 실업자?
④ 좋은 대학가야 잘산다? 잘살아야 좋은 대학 간다!
⑤ 버릴 수 없는 희망, 대학생운동의 부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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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손우정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상임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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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신자유주의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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