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93회(6화 13회)

우금치의 귀신 - 13

등록 2007.10.23 09:08수정 2007.10.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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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성이라니? 난 진지하게 묻는거요.”

 

동학 패잔병의 대장은 김학령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혀를 끌끌 찼다.

 

“남루한 복색도 그러하거니와 우리 동학군 수만 명을 이긴 관군과 왜병을 단 둘이 치러 가겠다는 게 어디 실성한 사람이 아니면 할 짓이오? 지금은 때가 아니니 우리를 따라 갑시다.”

 

“가다니 어디로 간단 말이오?”

 

이번에는 강시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패잔병 대장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 거 벽창호들이네! 그럼 이대로 있다가 관군과 왜놈들에게 잡혀 죽을거요? 남쪽으로 물러가 다시 세를 규합해야지 싸움이고 뭐고 해 볼게 아니오!”

 

김학령은 그 말을 무시하고 가려 했지만 그 말에 마음이 바뀐 강시우는 그런 김학령을 붙잡았다.

 

“이봐 아우,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왜 이러시우 형님. 그럼 형님은 따라오지 마시오. 난 내 할일을 해야 하오.”

 

김학령이 강시우의 손길을 뿌리치자 대장이 김학령을 가리키며 강시우에게 물었다.

 

“아니 저 사람 왜 저러는 거요?”

 

강시우는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우가 정신이 살짝 나가서 저러는 거니 사람하나 살리는 셈 치고 억지로라도 데려와 주시오.”

“나 별 꼴을 다보네. 알겠소! 이보게들! 저 사람 좀 잡아!”

 

김학령은 낌새를 눈치 채고서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몇 명이 그런 김학령의 뒤를 쫓다가 한참 뒤에 포기하고서는 돌아와 물었다.

 

“아 저 사람은 뭔데 저리 죽을 둥 살 둥 도망치는 거요?”

“칼 한자루 차고서는 왜놈 목을 베러간다고 하지 않나!”

 

“퉤이! 미친 사람이구먼. 놔두고 갑시다!”

 

그 말을 듣고 뒤늦게 후회가 된 강시우가 대장의 옷자락을 잡고서는 애원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제 우금치 전투의 충격으로 저렇게 된 것이오! 그런 곳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사람을 저렇게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않소!”

 

“아, 난들 어쩌란 말이오? 여기도 싸우다가 다친 사람이 많고 관군과 왜놈들은 우리의 뒤를 노리니 어서 빠져나가는 길밖에는 없소.”

 

강시우는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 뿜은 후에 몸에 찬 칼과 창을 풀러 놓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김학령을 잡기 위해 뛰어 갔다.

 

“거 그놈들이 멀리 있지 않으니까 서둘러 데려 와야 할 거야!”

 

강시우는 걱정하는 말소리를 뒤로 하고 이미 앞서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김학령을 불렀다.

 

“이봐 아우! 잠깐 서게! 서!”

 

길을 따라 가던 강시우는 김학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그러나 자신을 뒤쫓을 것을 염려한 김학령이 산길을 타고 올라갔기에 찾을 수가 없었다.

 

“허 이런... 먹을 것도 없을 텐데.”

 

강시우는 품속 깊이 넣어둔 차디찬 찐 감자를 만지작거리며 애타게 김학령을 부르다가 그만 너털거리는 발걸음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형님, 난 꼭 이 일을 해야겠소. 형님은 모르겠지만 난 앞으로 있을 기운을 느낄 수 있소. 흉한 기운이 돌지 않으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꼭 이룰 수 있지 않겠소!’

 

김학령은 메아리쳐 들려오는 강시우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산등성이를 따라 왜군이 있다는 곳을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갔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발걸음 한 번 한 번에 주위 수풀이 길을 열어주고 벌레조차도 숨을 죽인 다는 사실을 김학령은 묘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길로 가면 무엇인가 나올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

 

김학령은 잊고 있었던 다리의 통증이 갑자기 묘하게도 다시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통증은 처음에는 총탄에 맞은 부위에만 집중되었다가 점점 다리를 타고 올라와 김학령의 온 몸을 고통스럽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2007.10.23 09:0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우금치 #동학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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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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