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94회(6화 14회)

우금치의 귀신 - 14

등록 2007.10.25 08:23수정 2007.10.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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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왜 하필 지금이지?’

 

점점 심해지는 상처의 고통은 이제 김학령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 지경으로까지 번져가고 있었다. 통증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으로까지 이어지자 김학령은 큰 나무에 등을 기대고 바지를 걷어 올려 상처를 살펴보았다. 다행이도 상처가 곪거나 덧난 것은 아닌 듯 했다.

 

‘하루 종일 걷고 뛰어서 그런 거야. 잠깐 쉬어 가면 괜찮아지겠지.’

 

김학령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번쩍 뜨고 말았다. 갑자기 어제 보았던 귀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김학령의 뒤쪽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산짐승인가?’

 

김학령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가 깜짝 놀라 몸을 웅크렸다. 불과 스무 걸음 남짓한 곳에서 나무에 기대어 뭔가를 부스럭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 사람이었다. 검은색 군복에 누런 각반을 한 다리가 김학령의 눈에 번쩍 띄었다.

 

‘저 복색은 왜놈의 것이렷다!’

 

김학령은 주위에 다른 병사들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이상하게도 주위에는 다른 병사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분명히 그 일본 병사는 혼자였다.

 

‘하늘이 주신 기회다.’

 

김학령은 조심스럽게 칼을 뽑아들고서는 살금살금 병사의 뒤로 접근해 들어갔다. 일본 병사는 누가 접근해 오는지도 모르고 입에 손을 대고서는 흐느끼며 뭔가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울어?’

 

잠시 김학령은 그 병사의 얼굴도 보지 않고 뒤를 덮쳐 목을 베어버리는 것이 망설여졌다. 김학령 스스로도 왜 그런지는 몰랐지만 그 병사의 살아있는 얼굴 정도는 마주하고 목숨을 빼앗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놈! 어차피 죽일 놈에게 예의를 따지다니.’

 

김학령은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병사의 어깨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차디찬 쇠의 감촉에 화들짝 놀란 병사는 뒤를 돌아보고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버렸다.

 

“조용히 일어서라.”

 

병사는 김학령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칼날이 턱으로 치켜 올라가자 자연히 일어나게 되었다. 병사가 먹던 찐쌀이 땅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김학령은 칼을 휘두르기 좋게 병사를 앞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후 중얼거렸다.

 

“이렇게 죽여서 참 미안하지만 난 네 목이 필요하다. 죽어서 귀신은 되지 말고 바로 극락왕생해라.”

 

김학령의 칼이 크게 뒤로 물러서자 병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김학령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래! 난 어제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 눈을 질끈 감았었지! 바로 이 왜놈 병사처럼!’

 

그리고 그는 김학령을 살려주었고 그는 바로 김학령의 눈앞에 서 있는 바로 그 자였다.

 

‘왜지? 왜 이렇게 된거지?’

 

갈등에 휩싸인 김학령은 칼을 내려치지 못하고 계속 들고만 있었다. 병사는 실눈을 뜨고 김학령을 바라보고서는 무릎을 꿇고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이 자는 내 목숨을 살려준 자다. 죽이면 안 된다.’

 

김학령은 칼을 서서히 내렸고 병사는 김학령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서 가! 가란 말이다!”

 

김학령은 칼로 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김학령의 말뜻을 알아들은 병사는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찐쌀이 흩어져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순간 김학령은 깜짝 놀라 다시 칼을 고쳐 잡고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찐쌀이 떨어진 곳에는 병사의 총이 놓여 있었다.

 

“야!”

 

놀란 병사는 갑자기 총이 있는 곳으로 후다닥 달렸고 김학령은 칼날을 후벼 파듯이 돌리며 병사의 등을 무작정 찔러 대었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2007.10.25 08:23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소설 #우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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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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