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할 건강검진? 미워도 다시 한번!

[뉴스 속의 건강 24] 부실 병의원의 철저한 감독과 개별 질환 진단기준의 재검토 필요해

등록 2007.11.09 16:03수정 2007.11.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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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검진 프로그램 한국인의 5대 암으로 알려진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에 대해서도 내시경이나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조기에 잡아낼 수 있고, 이에 따른 치료와 비용도 현격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11월도 초순이 지나 중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07년도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아직까지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신 분들은 조금은 서두르셔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검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일반 병원에서 '암'으로 진단받아 건강검진이 부실검진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직장인들도 건강검진을 못 미더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원 김만호(35)씨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지만, 건강 검진이 형식적인 것 같아 못 믿겠다"면서 건강검진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습니다.

건강검진, 왜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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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건강검진은 질병을 모두 검사하기보다는 비용대비 효과를 위해 선별적인 기초검사를 통하여 질병 가능성이 높을 경우 재차 정밀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 분당서울대학병원

서양에서는 종합건강검진을 '휴먼도크(Human dock)'라고 부릅니다. 항해를 마친 선박이 부두에 들어와 기계를 점검하는 것처럼 인간도 일정한 기간마다 건강을 점검해야 한다는 비유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렇게 건강검진은 특정한 질병의 유무를 알아내기 위해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은 질병을 모두 검사하기보다는 비용대비 효과를 위해 선별적인 기초검사를 통하여 질병 가능성이 높을 경우 재차 정밀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통해 모든 병을 찾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실시하고 있는 건강검진으로 의외로 많은 질환들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혈압 측정이나 혈액 검사를 통해서 고혈압이나 당뇨, 심혈관 질환과 같은 질환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인의 5대 암으로 알려진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에 대해서도 내시경이나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조기에 잡아낼 수 있고, 이에 따른 치료와 비용도 현격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에 의해 위암이 조기에 발견되었다면, 위암이 1기라면 경우에 따라서 개복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5년 생존율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증상이 있는 3기 이상에서 뒤늦게 위암이 발견된다면, 위를 절제하는 수술 이외에도 항암 치료 등으로 고생해야 하며 5년 생존율도 30%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만큼 암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 '명의'를 만나는 것보다 '조기 발견'에 있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의 공동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건강검진에 참여한 271만328명을 분석한 결과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미수검자가 수검자에 비해 당뇨병 32%, 심장 뇌혈관질환 11%, 알코올성 간질환 51% 등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났고, 의료비도 2배 이상 사용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맹광호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겸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율이 싱가포르에 비해서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다 보니까 오히려 조기발견율은 일본보다 8배 이상 높을 정도로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 부족한 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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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검여부별 고액외래발생률 건강검진 미수검자는 수검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의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인들의 염려와는 달리 건강검진은 비교적 정확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 2003∼2005년의 암 검진 결과 '정상'으로 판정받은 수검자의 1년 내 암 발생자는 0.045%로, 영국 0.05%, 호주 0.06%과 비교해서 오히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암 조기검진은 검진의 특성상 검진의 용이성 및 비용효과를 고려하므로 검진방법이 일부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고, 선진국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선진국과 비교 시 그 수준이 비슷합니다.

일본의 경우 사망률 감소효과도 위암의 경우 40∼60%, 자궁경부암은 80% 그리고 문제로 지적됐던 대장암도 60%의 감소효과를 보이는 등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습니다.

맹광호 교수는 "건강검진 시 위양성과 위음성 등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사법이 완벽할 수는 없다"면서도 "조기건강검진의 효과가 이미 입증된 상황에서 건강검진이 과소평가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X-선 검사와 객담검사 등의 검사를 시행하는 폐암, 의사가 유방과 겨드랑이를 촉진하여 덩어리나 비정상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임상 유방 검사(CBE)와 유방 X선 촬영 (mammograms)을 시행하는 유방암 검사와 같은 경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맹광호 교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개별 질환의 진단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효율적 검진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합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향숙(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지난 10월 23일 건강보험공단의 제출 자료에 대한 분석 결과 부당 검진으로 적발된 건수는 2004년 2만3359건, 2005년 3만614건, 2006년 4만3552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듯이 병의원의 질 관리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병의원에 대한 실사와 현지조사를 통해 시정조치를 내리고 기준 미달이나 허위 청구와 같은 사안에 대해 환수조치를 내리고 있다"면서 법제의 미비로 소극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건강검진기본법'이 통과되면 부적합 병의원을 퇴출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건강검진을 챙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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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형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건강검진이라도 정기적으로 검진에 참여한다면 위험 질환에 대한 조기발견을 할 수 있습니다. ⓒ 경희의료원

아직 우리나라는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을 잘 받는 선진국 국민에 비해서 건강검진을 받는 국민이 많지 않습니다. 획일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건강검진이 비록 미덥지 않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5년 사이 질환발견 실적은 수검자 1만 명당 일반 질환 발견율은 467명∼600명, 암 발견율은 5.1명∼7.7명 등으로 보고하고 있는 등 건강검진의 효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005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 국민건강증진연구소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남성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은 남성보다 입원의료비가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질병은 평소에 걸리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질병의 위험에서 피해갈 수 없습니다. 형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건강검진이라도 정기적 건강검진에 참여한다면 위험 질환에 대한 조기발견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해당자이시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건강검진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건강검진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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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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