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커다란 돌산을 과연 사람의 손으로 다듬고 쌓았을까?

[룩소르에서 다마스커스까지 65] 기자의 피라미드

등록 2007.11.10 13:29수정 2007.11.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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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이 피라미드라고? 높은 돌산이잖아! ⓒ 이승철

저 산이 피라미드라고? 높은 돌산이잖아! ⓒ 이승철

“우와! 저 산 좀 봐요? 완전히 뾰족한 삼각형이네.”


카이로박물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잠깐 달려 도착한 기자거리에서 블럭 담장과 나무들 사이로 바라보이는 뾰족한 돌산은 피라미드였다. 길가에 버스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들이 박물관을 돌아보고 나오는 사이 몰려든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저걸 사람의 손으로 운반하여 다듬고 쌓았다니.”


무덤이 아니라 커다란 산처럼 보이는 피라미드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오직 놀라움뿐이었다. 학교에서 배우고 사진으로 보았던 피라미드와 실제로 눈앞에 서 있는 실체를 바라보는 느낌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저 피라미드는 당시 매일 10만 명을 동원하여 1년에 3~4개월씩 20년 동안 쌓았다고 하는데 만일 지금 쌓는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가이드 이 선생이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그런 질문에 누가 선뜻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바로 맨 앞에 있는 제일 큰 피라미드가 쿠푸(Khufu)왕의 피라미드라고 합니다. 높이가 147미터, 밑변이 230미터에 경사각도가 51도 50분으로 정확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저 한 개 한 개의 돌은 무게가 보통 2,5톤 정도씩 되는데, 총 230만 개를 쌓은 것이라고 합니다.”

 

산처럼 쌓아놓은 돌이 한 개의 무게가 2톤씩이 넘고, 무거운 것은 10톤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 무거운 돌 230만 개를 저렇게 정확한 각도로 쌓아올린다는 것은 현대의 토목기술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행들은 더욱 예측이 불가능하여 가이드의 입만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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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피라미드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은 박물관 ⓒ 이승철

두 개의 피라미드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은 박물관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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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본 피라미드와 낙타를 탄 경찰 ⓒ 이승철

멀리서 바라본 피라미드와 낙타를 탄 경찰 ⓒ 이승철

더구나 무덤을 쌓은 돌이 근처에서 파낸 것들이 아니라고 한다. 석회암은 기자지역 남동쪽 15km 지점의 엘뚜르 등에서 캐내어 온 것이고, 화강암은 카이로 남쪽 850km 떨어진 아스완에서 나일강을 통하여 운반해 왔다는 것이다.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다. 요즘처럼 중장비가 있었을 리도 없고 대형 화물선도 없던 시절에 그런 대역사를 해냈다는 것이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엄청난 돌들을 850km나 떨어진 곳에서 채집하고 강물을 따라 운반하여 저렇게 쌓았다는 것을 어찌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어느 과학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요즘 저걸 쌓으려고 해도 일 년 열두 달 매일 작업해야 7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답니다.”


아하! 그렇겠구나 하는 표정으로 모두들 다시 한 번 눈앞의 피라미드를 쳐다본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쿠푸왕의 피라미드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 돌산을 과연 옛날 사람들의 손으로 다듬고 쌓았을까요?”


일행 한 사람은 보면 볼수록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커다란 돌을 다듬어서 쌓은 구조물의 규모가 너무나 크고 엄청나서 위압감을 느낄 정도였다. 이렇게 커다란 돌들을 어떻게 다듬었으며, 어떻게 운반하고, 어떻게 쌓아올렸을까?

 

첫 번째 피라미드를 오른편으로 돌아서자 또 다른 두 개의 피라미드가 바라보인다. 세 개의 피라미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삼형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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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푸왕 피라미드의 내부 출입구를 지키는 관리인들 ⓒ 이승철

쿠푸왕 피라미드의 내부 출입구를 지키는 관리인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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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작은 왕족 피라미드 내부통로에서 필자 ⓒ 이승철

규모가 작은 왕족 피라미드 내부통로에서 필자 ⓒ 이승철

“이것이 기원 전 2700여 년인 고 왕조시대에 만들어진 제1 피라미드로 쿠푸왕의 피라미드라고 합니다. 원래 높이는 146.5미터였는데 현재높이는 137.2미터이고, 밑변길이가 230.3미터, 부피는 259만 평방미터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 뒤의 두 번째 것이 카프라왕의 피라미드로 원래 높이가 143.5미터, 현재높이는 136.5미터이고, 밑변길이가 214.6미터, 부피는 220만 평방미터라고 합니다.“

 

가이드 이 선생의 설명을 들을 때면 항상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전에 룩소르에서 왕가의 계곡과 카르낙신전, 그리고 룩소르신전을 돌아볼 때도 그 해박한 지식에 놀랐었는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역사적인 인물들과 사건들을 연대별로 어쩌면 그렇게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피라미드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 개의 피라미드에 대한 크기와 부피 등 각종 자료들뿐만이 아니었다. 이집트 역사를 모두 외우고 있는 것 같은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어쩌면 이 사람이 이집트 전문 역사학자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셋째 번 것은 앞의 두 개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데 멘카우레왕의 피라미드라고 합니다. 원래 높이는 66.5미터, 현재높이는 62미터이고, 밑변길이가 104.7미터, 부피는 23만9천 평방미터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거대한 돌구조물인 피라미드들의 방향입니다. 세 개의 피라미드가 모두다 각 능선은 거의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정확하냐 하면 각도의 오차가 각 방향에서 5분밖에 벗어나 있지 않을 정도여서, 우연히 만들어진 배열의 결과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에는 중간 50여 미터쯤의 높이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었지만 입장료를 따로 받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두 사람의 현지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을 포기하고 왼편으로 돌아내려오자 왼편 광장 쪽에도 몇 개의 피라미드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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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꾼들,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돈을 요구한다 ⓒ 이승철

낙타꾼들,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돈을 요구한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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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낙타를 탄 경찰과 뒤쪽의 낙타꾼 ⓒ 이승철

하얀 낙타를 탄 경찰과 뒤쪽의 낙타꾼 ⓒ 이승철

그러나 그 피라미드들은 대부분 윗부분이 훼손된 모습이었고 규모도 훨씬 작아 보였다. 근처에는 낙타를 탄 경찰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부근에는 역시 낙타를 타고 어슬렁거리면서 관광객들에게 낙타를 태우려는 낙타꾼들이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듯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쪽의 것들은 왕족들의 피라미드들인데, 우선 이 피라미드 안에 한 번 들어가 보세요, 다른 것들도 내부 모습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전에 지나쳐온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아주 다른 모습이지만요.”


가이드 이 선생이 우리들에게 권한다. 우리 일행들은 맨 앞쪽의 윗부분이 무너져 초라해 보이는 작은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비좁고 낮으니까 머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가이드의 안내처럼 입구와 통로는 비좁았다.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어느 곳은 급경사여서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았다. 피라미드 내부는 그리 깊지 않았다.

 

20여 미터쯤 내려가 오른쪽으로 꺾여서 또 얼마쯤 내려가자 조금 넓은 두 칸의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이 바로 피라미드의 주인공인 미라가 안치되어 있던 장소라고 한다. 그러나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장품이나 장식은 모두 훼손되었거나 밖으로 반출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피라미드 내부를 구경하고 밖으로 나와 스핑크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자 낙타 호객꾼들이 나타났다. 일행 중의 여성 한 명이 관심을 보이자 낙타꾼이 바짝 달라붙는다. 얼마냐고 물으니 20달러란다. 너무나 비싼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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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부분이 무너진 채 초라한 모습인 왕족들의 피라미드 ⓒ 이승철

윗부분이 무너진 채 초라한 모습인 왕족들의 피라미드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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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지역에서 바라본 카이로 시가지 ⓒ 이승철

피라미드 지역에서 바라본 카이로 시가지 ⓒ 이승철

싫다고 거절을 하자 그럼 15달러를 내란다. 그렇게 흥정을 하고 있을 때 가이드가 나타났다. 가이드는 너무 다리가 아프지 않으면 낙타를 타지 말라고 말린다. 낙타꾼들이 여간 곯지 아픈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 사람들 낙타를 탈 때와 내릴 때 가격이 다릅니다. 지금 15달러에 흥정하고 타면 내릴 때는 25달러는 내야 합니다. 팁은 또 당연히 5달러쯤 따로 더 내야 할걸요.”
“그럼 안 탈래요, 전에도 타봤는데요, 뭘. 저 피라미드 세 개를 낙타 타고 모두 돌아보려고 했는데.”


여성 일행은 가이드의 말을 듣고 낙타타기를 포기한다.

 

“그렇게 돌아오려면 50달러는 줘야 할 겁니다, 팁은 물론 따로 더 줘야 하고….”


낙타를 타고 기자지역의 피라미드 세 개를 모두 돌아보려던 일행의 계획은 신용이 없는 낙타꾼들의 소문 때문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하고 흥정하려면 다른 건 몰라도 돈 예기는 단호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돈 지불은 항상 마지막에 해야 합니다. 물건을 살 때는 물건부터 받아든 다음에 지불해야 하고, 낙타를 탈 때는 내릴 때 돈을 줘야 합니다.”

 

물건값이나 택시비나 정해진 가격은 없다는 것이다. 흥정을 야무지게 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항상 마지막에 돈을 지불해야 바가지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겨울철이었지만 한낮의 햇볕은 상당히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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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거리에서 찍은 쿠푸왕의 피라미드 ⓒ 이승철

가까운 거리에서 찍은 쿠푸왕의 피라미드 ⓒ 이승철

언덕 아래쪽으로는 희부연 하늘 아래 카이로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저만큼 두 개의 피라미드 사이에 세워져 있는 피라미드박물관의 모습이 초라해 보인다. 낙타 타기를 포기한 일행은 다른 일행들과 함께 근처에 있는 스핑크스를 보기 위해 천천히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2007.11.10 13:29 ⓒ 2007 OhmyNews
#이승철 #기자 #피라미드 #쿠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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