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수업내가 아름다운 이유가 뭘까?
안준철
오늘(16일)은 가을수업을 하기 위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학교에 당도하기 까지 길가나 혹은 학교 오르막에 떨어진 낙엽을 주워 가방에 담았다. 교정에 외롭게 홀로 서 있는 은행나무가 떨어뜨린 노란 은행잎과 학교 뒷동산에 수북이 쌓인 형형색색의 낙엽들도 가방에 담았다.
그 사이 여러 아이들을 만났다. 마침 등굣길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가다가 낙엽을 주워 가방에 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뭔가 알겠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아이도 있었다. 가만 보니 작년에 나에게 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이다. 그 중 한 아이가 동산 위에 있는 나에게 큰소리로 아는 체를 했다.
“선생님, 오늘 가을수업해요?” “응.” “우리도 가을수업하고 싶어요.” “그럼 이따 1학년 교실로 오든가.” “정말 그래도 돼요?”정말 그러지도 않을 거면서 아이는 호들갑을 떤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좋게 보이는가보다. 해마다 가을수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자연과 이미 멀어진 아이들을 자연으로 데려오는 것이 어찌 녹록한 일이겠는가. 요즘 아이들은 혼자 사색하는 일을 퍽이나 낯설어한다.
낙엽에게 편지를 쓰라든지,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라든지 하면 왜 그런 것을 해야 하느냐고 잔뜩 찡그린 얼굴로 무언의 항변을 하는 아이도 있고, 5분을 못 견디고 제 머리를 쥐어뜯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나로 하여금 가을수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역설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