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을 한 다음 전세권등기까지 하게 되면...

[홍용석의 부동산 과외] 전세권 알아가기 3

등록 2008.05.01 10:53수정 2008.05.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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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로서의 미등기 전세계약을 한 다음 나중에 전세권등기까지 하였다면 전세권자는 어떤 권리를 가지게 될까? 주택을 전세한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이사)와 전입신고(주민등록)를 하여 대항력을 취득한 후 나중에 다시 전세권등기까지 한 경우에는 임차인은 전세권자로서의 지위와 대항력 있는 임차인으로서의 지위를 모두 가지게 되며, 이중에서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지위를 주장할 수 있다. 주택에 대한 전세권의 경우 임대차 요건이 겸비되어 있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준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A씨는 주택전세계약을 하고 이사를 하여 살다가 나중에 전세권등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A씨의 전세권등기가 있기 직전에 해당 주택에 저당권이 설정되었다. 그래서 A씨의 경우 주민등록 전입일자는 저당권 보다 빨라서 대항력을 갖추고 있으나, 전세권등기는 저당권 보다 늦은 후순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주택에 경매가 실행되었을 때 A씨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지위를 주장하여 전세금을 낙찰자에게 인수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전세권을 주장하여 배당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두 번째의 경우 즉,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전세권을 모두 가진 전세권자가 자신의 전세권을 활용하여 배당에 참가하였는데 저당권보다 후순위인 탓에 안타깝게도 자신의 전세금을 전액 배당받지 못한 경우에 전세권자는 배당받지 못한 나머지 전세금을 포기해야 할까?  이런 경우 전세권자는 나머지 전세금을 낙찰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전세권자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지위를 주장하여 낙찰자에게 남은 전세금을 인수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경매가 진행됨으로 인해 저당권 보다 후순위인 전세권은 소멸되지만 그 전에 확보해 두었던 대항력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2006년 1월 1일 임차인 유비가 관우의 집에 전세계약(전세금 1억)을 한 후 곧바로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를 하였다. 그런데 전세계약서상에 확정일자는 받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난 2007년 2월 2일에 관우가 주식투자에 필요한 돈 1억을 빌리려고 한라은행에 근저당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2008년 3월 3일에 임차인 유비가 자신의 전세계약에 대한 전세권등기를 하였다. 그래서 유비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지위와 민법상의 물권인 전세권자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그 후 관우가 주식투자에 실패하여 한라은행에 대한 채무를 불이행하자 한라은행이 관우의 주택에 대해여 경매를 실행하였다. 경매가 실행되면 유비의 전세권은 소멸한다. 말소기준권리인 한라은행의 근저당권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유비는 자신의 전세권에 기하여 배당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경매결과 낙찰대금은 1억5천만원이었다. 유비와 한라은행이 받아갈 돈은 2억인데 비해 낙찰대금은 1억5천밖에 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임차인 유비와 낙찰자(매수자)는 어떠한 입장에 놓이게 될까?

우선 배당관계를 좀 살펴보자. 임차인 유비의 전세계약이 한라은행의 근저당보다 시간적으로 앞서지만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유비에게는 우선변제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유비의 전세권은 시간적으로 한라은행의 근저당에 뒤진다. 따라서 한라은행이 먼저 1억을 배당받게 되고, 유비는 낙찰대금 중에서 남은 5천만원을 받아가게 된다. 배당 순서가 뒤지는 유비는 자신의 채권을 다 변제받지 못하게 되는데, 그러면 유비는 배당받지 못한 나머지 전세금 5000만원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인가?

낙찰로 인해 유비의 전세권은 소멸하였지만 유비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권리가 있다. 바로 대항력 있는 임차인으로서의 지위다.  유비는 자신의 전세금 1억 중 변제받지 못한 5천만원에 대하여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이 금액을 낙찰자에게 인수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낙찰자는 유비가 미처 변제받지 못한 보증금 5천만원을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낙찰자는 낙찰대금 1억5천만원 외에 잔여보증금 5천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어 사실상 해당 주택을 2억에 낙찰 받은 것과 같다. 전세권자 유비가 배당에 참가하여 유비의 전세권이 소멸하였으므로 유비에게 더 이상 남은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경우 전세권자에게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으로서의 권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전세 #전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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