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0)

― ‘두 사람의 한 달치의 임금’, ‘SBS 정도의 우리나라의 방송사’ 다듬기

등록 2008.06.18 20:13수정 2008.06.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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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두 사람의 한 달치의 임금

 

.. 그러자 사업주는 두 사람의 한 달치의 임금을 주지 않았다 ..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백서>(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다산글방, 2001) 25쪽

 

저는 ‘임금’이라고 하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익히 알고 쓰는 ‘임금’이라면, 사람을 가리키는 그 말이어야지 싶어요. 일한 대가로 주는 돈인 ‘임금(賃金)’은 ‘일삯-품삯-돈’으로 풀어내어 그때그때 알맞게 넣을 때가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 두 사람의 한 달치의 임금

 │

 │(1)→ 두 사람한테 한 달치 일삯

 │(2)→ 두 사람 한 달치 일삯

 │(3)→ 두 사람이 한 달 일한 품삯

 │(3)→ 둘이 받을 한 달치 일삯

 │(3)→ 둘이 한 달 일한 품삯

 └ …

 

사업주가 외국인노동자한테 주지 않은 돈은 ‘한 달치 일삯’입니다.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일한 뒤 받아야 할 일삯을 주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받아야 할 일삯을 못 받았습니다. 사업주는 두 사람한테 일삯을 안 주고 버티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니, “사업주는 두 사람한테 한 달치 일삯씩 떼어먹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ㄴ. SBS 정도의 우리나라의 방송사

 

.. 중소기업도 아니고 적어도 SBS 정도의 우리나라의 언론산업을 대표하는 방송사라면 기업 슬로건 한 줄 정도는 정확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한국영어를 고발한다>(최용식, 넥서스, 2005) 16쪽

 

‘슬로건(slogan)’은 그냥 써야 할까요? 달리 풀어낼 만한 말은 없을까요? ‘정확(正確)하게’는 ‘제대로’나 ‘올바르게’로 풀면 됩니다. ‘SBS’가 아니라 ‘서울방송’입니다. 아무리 방송사에서 알파벳 이름 쓰기를 좋아해도, 우리들은 ‘서울방송-한국방송-문화방송-교육방송-불교방송-기독교방송’이라고 해 줍시다. “한 줄 정도(程度)는”은 “한 줄 쯤은”으로 손보고, ‘중소기업(中小企業)’은 ‘작은 회사’로 손볼 수 있습니다.

 

 ┌ SBS 정도의 우리나라의 언론산업을 대표하는 방송사라면

 │

 │→ 서울방송쯤 되는 우리 나라 언론산업을 대표하는 방송사라면

 │→ 서울방송처럼 우리 언론산업을 대표하는 곳이라면

 │→ 우리 나라 언론산업을 대표하는 서울방송쯤이라면

 │→ 우리 나라 언론산업을 대표하는 서울방송쯤 되면

 │→ 이 나라 언론을 대표하는 서울방송이라 한다면

 └ …

 

토씨 ‘-의’가 두 번 나옵니다. 보기글에서는 글차례를 조금 바꾸어 주면 손쉽게 두 ‘-의’를 덜어낼 수 있어요. 글차례를 그대로 두겠다면 “서울방송처럼 우리 언론산업을 대표하는”으로 손보고요.

 

ㄷ. 식물의 성의 진화 단계

 

.. 이제 다시 그 문제로 돌아가 식물의 성의 진화 단계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  <식물의 역사와 신화>(자크 브로스/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05) 33쪽

 

“간략(簡略)하게 살펴보자”는 “간추려서 살펴보자”나 “짤막하게 살펴보자”나 “잠깐 살펴보자”쯤으로 다듬습니다.

 

 ┌ 식물의 성의 진화 단계를

 │

 │→ 식물 암수가 진화하는 단계를

 │→ 식물은 암수가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를

 │→ 식물은 암수가 어떻게 발돋움하는지를

 └ …

 

식물도 ‘성별’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식물 성별을 말하기보다는 ‘암꽃’이냐 ‘수꽃’이냐, 그러니까 ‘암수’를 말하지 않나요. 토씨 ‘-의’를 덜어내는 가운데, 우리 문화와 삶을 얼마나 알뜰히 담아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18 20:1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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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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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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