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1)

― ‘그의 예상대로’ 다듬기

등록 2008.06.20 18:47수정 2008.06.2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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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에 무궁무진한 동경과 기대를 걸고 이곳을 선택했고, 그의 예상대로 아이들의 세상은 참으로 기쁨과 따스함이 가득한 곳이었다 ..  《중자오정/김은신 옮김-로빙화》(양철북,2003) 120쪽

 

 “아이들의 순수(純粹)한 세계”는 “아이들이 해맑게 어울리는 세계”나 “아이들이 해맑게 뛰노는 세계”로 손질합니다. “무궁무진(無窮無盡)한 동경(憧憬)과 기대(期待)를 걸고”는 “그지없이 꿈꾸거나 바라며”로 손보고, ‘선택(選擇)했고’는 ‘골랐고’로 손봅니다. ‘예상(豫想)’은 ‘생각’으로 고치고, “아이들의 세상”은 “아이들 세상”으로 고쳐 줍니다.

 

 ┌ 그의 예상대로

 │

 │→ 그가 생각한 대로

 │→ 그가 바라던 대로

 │→ 그가 꿈꾸던 대로

 └ …

 

 가만히 보면, “그의 예상대로”뿐 아니라 “그녀의 예상대로”나 “아버지의 예상대로”나 “언니의 예상대로”나 “사장님의 예상대로”처럼 곧잘 쓰고 있습니다. 모두들 토씨 ‘-의’를 뒤에 붙이는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 어머니 생각대로 (o)

 ├ 어머니가 생각한 대로 (o)

 │

 └ 어머니의 생각대로 (x)

 

 어느 곳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올바르게 쓸 우리 말과 글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집안 어르신들은 아이들한테 알맞춤하고 살갑게 쓸 우리 말과 글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학교부터, 게다가 집안 어르신까지도, 아이들한테 말과 글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으니, 아이들 말버릇과 말투는 처음부터 얄궂게 뿌리내립니다. 나중에 머리통이 굵어진 다음에 ‘우리 말 바르게 쓰기 책’을 열 몇 권을 읽든 백 몇 권을 읽든, 이러한 책은 지식으로만 다가오지, 살갗으로 스며들지 못합니다.

 

 어린 날부터 깊이 몸에 배었을 뿐 아니라, 오래도록 혀에 굳고 손에 익은 대로 말을 하고 글을 쓰게 됩니다. 아무리 어떠한 말씨와 말투가 올바르고 살갑고 알맞춤하다고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도, 한 번 굳어버린 말씨와 말투를 바로잡거나 걸러내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어쩌면, 고쳐질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째로 손질)→ 아이들이 해맑게 뛰노는 세계가 더없이 좋아서 이곳에서 일하기로 했고, 곽운천이 꿈꾼 대로 아이들 세상은 참으로 기쁨과 따스함이 가득한 곳이었다

 

 책 많이 읽는다고 훌륭하게 크지 않습니다. 학교 오래 다닌다고 똑똑해지지 않습니다. 지식을 많이 쌓는다고 하여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지 않습니다. 삶이, 얼이, 매무새가, 마음씀이 먼저입니다. 아이들 마음에 사랑을 심지 않았는데 사랑이라는 싹이 트기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아이들 넋에 믿음을 심지 않았는데 믿음이라는 잎이 돋기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아이들 마음에 나눔을 심지 않았는데 나눔이라는 열매를 맺기란 얼마나 고달프겠습니까.

 

 정작 눈길을 둘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생각과 마음과 온몸을 바칠 곳이 어디인가를 찾아나서면 좋겠습니다. 한결같이 우리 둘레에 놓으면서 언제나 새롭게 다지고 늘 싱그럽게 추스를 대목이 무엇인가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20 18:4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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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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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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