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강행 뒤 '뒷북'... 상처받은 '복당녀' 박근혜 리더십

[取중眞담] 촛불정국 내내 '복당' 얘기만 하다가 불쑥 꺼내든 '양비론'

등록 2008.07.01 17:56수정 2008.07.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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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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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달 2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이경재, 홍사덕 의원 등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 소속 의원들과 복당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달 2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이경재, 홍사덕 의원 등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 소속 의원들과 복당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뒷북' 정치 행보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자 여권 내에서 그는 '포스트 이명박'으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다. 정부여당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박근혜 총리론'이 부상하는 것도 이 같은 그의 정치적 위상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해서 구설수에 오르는 정치인이 많지만 이와 달리 박 전 대표는 말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는 형국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진 6월 내내 그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한 차례 한 뒤 줄곧 침묵을 지켰다. 촛불집회가 본격적인 거리 투쟁으로 비화된 5월에도 그는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했다.

 

그래서 촛불집회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들은 박 전 대표에게 '복당녀'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안겨주기도 햇다.

 

6월 30일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쇠고기 고시 얘기를 꺼냈지만 이도저도 아닌 수준의 얘기만 했다. 정부는 추가협상 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 뒤에 고시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고 과격 시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는 박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기대했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나 그로부터 이 대통령과 다른 해법을 기대했던 '거리의 시민들' 모두를 실망시키는 발언이었다.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에서 박 전 대표와 같은 지도급 정치인들이 침묵을 지킨 것도 국민들의 55%가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믿는 원인중의 하나라고 그의 처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전 대표가 ▲ 한미 추가협상에 대한 평가 ▲ MBC 'PD 수첩'의 '왜곡' ▲ 과격 시위에 대한 대처와 시국 수습 방향 등에 대해서도 답했어야 한다는 게 <조선>의 입장이다.

 

"박근혜, 이명박의 부채와 유산 짊어지고 갈지 결정해야"

 

이와 반대로 박 전 대표가 현 정부의 이념 공세에 찬반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갑작스럽게 강행해 민심이 들끊는 상황에서 아무 얘기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정부의 성급함을 문제삼는 것도 '뒷북치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박 전 대표의 '침묵'에 대해 한 측근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을 이끄는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현안들에 대해 일일이 답해야 하냐? 쇠고기 고시는 정부가 갑자기 밀어붙여서 제대로 답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5월 10일)도 사실상 당내 계파 수장의 자격으로 이뤄졌던 만큼 이 같은 설명에는 모순이 있다. 오히려 유력 정치인의 결단과 소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과)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처럼 즉흥적인 말을 하지 않는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말과 행동의 시기를 번번이 놓친다는 게 둘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해당행위'라는 비판에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며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부채와 유산을 이대로 짊어지고 한나라당과 계속 가야할지 결정할 시점이 왔다"고 덧붙였다.

2008.07.01 17:56 ⓒ 2008 OhmyNews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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