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83) 고무적

― ‘매우 고무적’, ‘고무적인 연설’ 다듬기

등록 2008.07.26 19:30수정 2008.07.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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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매우 고무적이지만

 

.. 근래 진행되는 일제 부역자 청산을 위한 여러 진지한 노력들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일제에서 해방된 지 55년이나 지난 우리가 어떤 역사적 혼란에 빠져 있는가를 보여 주기도 한다 ..  <김규항-나는 왜 불온한가>(돌베개,2005) 16쪽

 

 보기글 첫머리를 통째로 손보아, “요사이 일제 부역자를 털어내려고 애쓰는 뜻깊은 움직임들은”으로 다시 써 봅니다. ‘55년(五十五年)’은 ‘쉰다섯 해’로 손보고, “어떤 역사적(-的) 혼란(混亂)에 빠져 있는가”는 “어떻게 역사가 뒤죽박죽으로 되어 있는가”나 “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엉켜 있는가”로 손봅니다.

 

 ┌ 고무적(鼓舞的) : 힘을 내도록 격려하여 용기를 북돋우는

 │   - 고무적 현상 /  고무적인 사건 / 무척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

 ├ 고무(鼓舞)

 │  (1) 북을 치고 춤을 춤

 │  (2) 힘을 내도록 격려하여 용기를 북돋움

 │

 ├ 매우 고무적이지만

 │→ 매우 칭찬할 만하지만

 │→ 매우 눈여겨볼 만하지만

 │→ 매우 바람직하지만

 │→ 매우 반갑지만

 └ …

 

 역사도 문화도, 사회도 교육도, 예술도 과학도,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얼마든지 북돋울 수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얼마든지 가꿀 수 있습니다. 우리 깜냥껏 힘쓰며 우리 재주껏 추스를 수 있어요.

 

 ┌ 고무적 현상 → 반가운 모습

 ├ 고무적인 사건 → 좋은 일

 └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 → 기쁘게 받아들였다

 

 우리 말은 우리 말대로 가다듬으며 갈고 닦아야 합니다. 우리 글은 우리 글대로 곧추세우며 빛을 내야 합니다. 우리 말을 미국사람 말처럼 가다듬을 수 없으며, 일본말이나 중국말처럼 갈고 닦을 수 없습니다.

 

 ┌ 고무적 현상 → 바람직한 모습

 ├ 고무적인 사건 → 힘을 내도록 북돋우는 일

 └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 → 즐거운 일로 받아들였다

 

 가만히 보면, 우리가 태어나고 발디딘 이 땅에서 서로서로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아가기보다는, 제 배속을 더 채우고 제 잇속을 더 키우며 제 마음보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매무새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리하여 말 한 마디를 하건 일자리 하나를 찾건 사람 하나를 만나건, 좀 더 따스히 열어젖힌 마음이 되지 못합니다. 착하게, 아름답게, 곱게, 넉넉하게 서로를 껴안거나 어깨동무를 하지 않습니다. 운동경기를 해도 꼭 이겨야 하지 않으나, 이기는 데에 목을 매달고 맙니다.

 

 나 좋고 너 좋아 우리 모두 좋은 뜻으로 배우는 영어가 아니라, 지식과 돈과 이름값을 움켜쥐려는 뜻에서 배우는 영어입니다. 아이들한테 글쓰기를 가르치고 책을 읽힐 때마저도, 마음밭을 일구며 한결 착하고 넉넉한 사람이 되도록 이끌고자 가르치거나 읽히지 않아요.

 

 ┌ 고무적 현상 → 북돋울 만한 모습

 ├ 고무적인 사건 → 즐거운 일

 └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 → 뿌듯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흐름이 앞으로도 그치지 않으려나요.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으려나요. 어쩌면, 제자리가 어디인지 모르거나 제자리를 놓아 버리지 않았는가요. 돈 받고 팔아치우지 않았는지요.

 

 

ㄴ. 고무적인 연설들

 

.. 이런 고무적인 연설들이 끝난 뒤 정착촌의 파업을 조직할 5인 위원회가 선출됐다

 

 ‘연설(演說)’은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만, ‘이야기’나 ‘외침’으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정착촌의 파업을 조직(組織)할”은 “정착마을에서 파업을 이끌”로 손질합니다. “5인(五人) 위원회가 선출(選出)됐다”는 “다섯 사람이 뽑혔다”로 고쳐 줍니다.

 

 ┌ 고무적인 연설

 │

 │→ 힘있는 연설

 │→ 기운찬 외침

 │→ 뜻있는 이야기

 └ …

 

 이 자리에서는 “이렇게 마을사람을 북돋우는 이야기가 끝난 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이처럼 마을사람이 힘을 내도록 이끄는 이야기가 끝난 뒤”로 고쳐써도 됩니다.

 

 마을사람을 북돋우거나 마을사람 스스로 힘을 내도록 하는 이야기라면, 힘이 넘치는 이야기였을 테고 뜻있는 이야기였으리라 봅니다. 반가운 이야기이기도 했을 테며 좋은 이야기이기도 했겠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26 19:30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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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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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고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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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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