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88) 우발적

― '우발적 사건', '우발적 생각' 다듬기

등록 2008.08.05 19:12수정 2008.08.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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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우발적 사건

 

.. 3.1운동과 5.18광주민중항쟁을 일으킨 사람은 바로 역사의 주인인 민중들이지 몇몇 사람들이 엮어내는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것이다 ..  <부마민주항쟁>(김하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2004) 28쪽

 

 “역사의 주인인 민중들”은 “역사에서 주인인 민중들”로 다듬습니다. ‘단순(單純)한’은 ‘한낱’이나 ‘그저’로 손질하고, “사건(事件)이 아닌 것이다”는 “일이 아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 우발적(偶發的): 어떤 일이 예기치 아니하게 우연히 일어나는

 │   - 우발적 사고 / 우발적 행동 / 우발적인 싸움 / 우발적인 총격전 /

 │     어젯밤 일어난 사건은 어디까지나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

 ├ 우발(偶發) : 우연히 일어남

 │   - 우발 범죄 / 우발 사건 / 우발 행위 /

 │     그가 오늘 선생님께 대든 것은 정말이지 우발이었다

 │

 ├ 우발적 사건이 아닌 것이다

 │→ 우발 사건이 아니다

 │→ 우연한 일이 아니다

 │→ 우연이 아니다

 │→ 갑작스런 일이 아니다

 │→ 뚱딴지 같은 일이 아니다

 │→ 뜻밖에 일어나지는 않았다

 └ …

 

 역사를 이루고 이끄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인데, 이 ‘낮은’ 사람이란, 이웃을 높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웃을 높이거나 사랑할 줄 알기에 스스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거나 한 계단 아래에 자리를 잡습니다.

 

 좀더 가졌다고 우쭐거리지 않습니다. 좀더 가졌다고 느끼면 스스럼없이 나누어 줍니다. 나이가 많다고 나어린 사람한테 막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기에 나어린 사람이 아직 겪거나 부대끼지 못한 일을 헤아리면서 한결 너그럽고 따뜻하게 품어 줍니다.

 

 ┌ 우발적 사고 → 우연한 일

 ├ 우발적 행동 → 갑작스런 움직임

 ├ 우발적인 싸움 → 우연한 싸움 / 난데없는 싸움

 └ 우발적인 총격전 → 뜻하지 않은 총싸움

 

 역사를 뒤흔들었다고 하는 일은, 다름아닌 아랫자리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이 ‘더는 안 되겠구나’ 하고 마음을 먹을 때 일어납니다. 아랫자리 사람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면서 일어납니다. 아랫자리 사람들은 늘 살펴보고 있다가 어느 한때를 알아차리고 일어섭니다. 이때 아랫자리 사람을 돌아보거나 생각하거나 돌보지 않던 웃자리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저희로서는 아랫자리 사람이 왜 저러나 싶거든요. 아랫자리 사람들이 투덜거리거나 짜증을 내는 까닭을 모르거든요. 처음부터 금을 긋고 ‘너희는 아래 우리는 위’라고 갈라 놓고서 남남으로 지냈으니 더욱 모릅니다.

 

 곰곰이 살펴보면, 역사를 뒤흔든 일을 깨닫지 못하는 웃자리 사람인 한편, 우리 사회를 이루는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웃자리 사람입니다. 아랫자리 사람하고는 살도 안 섞고 말도 안 섞고 마음도 안 섞고 있다 보니, 아랫자리 사람들이 한결같이 외치고 있던 목소리를 ‘뚱단지 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왜 ‘난데없이’ 세상을 어지럽히느냐며 도리어 큰소리입니다. ‘갑자기’ 그렇게 일어서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며 몽둥이를 들기도 합니다.

 

 그저 입다물고, 아니 입닥치고 있어 주어야 할 아랫사람으로 생각할까요. 책을 쓰고 신문기사를 쓰는 사람은 가방끈이 긴 대학교수님이나 할 노릇이고, 고등학교를 겨우 마치거나 학교 문턱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은 붓도 잡지 말며 책상 앞에서 책도 읽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리하여 손쉽게 하면 넉넉한 말을 손쉽게 안 하고, 가볍게 주고받으면 될 말을 가볍게 주고받지 않으며,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함께 나누면 아름다울 말을 사랑스러움과 애틋함 모두 털어내고 밉살스럽게 깎아내리고 있는가요.

 

ㄴ. 우발적인 생각

 

.. 오히려 내가 웃음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교육이 어떤 한 사람의 우발적인 생각에 좌지우지되는 것에 비애를 느꼈다 ..  <이 여자, 이숙의>(이숙의, 삼인,2007) 246쪽

 

 “되어 버린 것이다”는 “되어 버렸다”로 다듬습니다. “좌지우지(左之右之)되는 것에”는 “흔들리고 있음에”나 “기우뚱거림에”로 손보고, ‘비애(悲哀)’는 ‘슬픔’이나 ‘서러움’으로 손봅니다.

 

 ┌ 우발적인 생각에

 │

 │→ 갑작스런 생각

 │→ 갑자기 튀어나온 생각

 │→ 뚱딴지 같은 생각

 │→ 난데없는 생각

 └ …

 

 학교든 세상이든 집안이든 마을이든, 문득문득 떠오르는 좋은 생각에 따라서 꾸려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 기대다가는 제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을, 고이 흐르도록 할 마음가짐을 추슬러야 합니다.

 

 오래오래 이끌어 갈 정책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도 있습니다. 큰 잘못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잘못이 없는 데에도 자기 밥그릇에 따라서 마구 손질하거나 가위질을 하면 어찌 될까요.

 

 더디 가더라도 모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오래 걸리더라도 모든 사람이 한 마디씩 이야기를 꺼내면서 생각을 그러모아야지 싶습니다. 이리 갔다가 저리 가는 갈팡질팡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이리 깁고 저리 깁는 누더기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05 19:12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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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우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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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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