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매기 체험장에서 '가래'로 물고기를 잡는다(완도 소안면 월항리).
김준
태풍 뒤 하늘색은 옅은 쪽빛이다. 하얀 뭉게구름이 그물에 걸렸다 내려온다. '갈매기'가 심술을 부리는 통에 이장님께 전화로 몇 차례 확인을 하고 다짐까지 받고 출발했다. 태풍 이름도 하필이면 '갈매기'인지.
물때를 맞춰야 하는 '개매기' 체험이라 아침 일찍 물이 빠지는 시간을 맞춰야 했다. 작년 개매기 체험행사에는 1000여 명씩 참여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남 진도군 청룡리에서 치러지는 개매기는 금년이 처음이다. 비슷한 시기에 완도 소안면 월항리, 장흥 대덕읍 신리에서도 개매기 체험이 열린다.
개매기는 조석 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 갯벌에 그물을 쳐 놓은 후 밀물 때 조류를 따라 들어온 물고기 떼를 썰물 때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다. 서해와 남해 연안과 섬 어민들은 돌이나 발로 물길을 막아 물고기를 잡았다. 이러한 정치어업(그물 따위의 어구를 일정한 수면에 설치하고 하는 어업)을 서해안은 '살', 남해안은 '발'이라고 했다.
물길을 막는 재료로는 대나무와 싸리나무를 엮거나 면사나 나일론 그물을 이용했다. 비슷한 고기잡이로는 남해 '죽방렴', 서남해 '건강망'(개매기 포함), 서해 '독살' 등이 있다. 개매기는 어원으로 본다면 '개'는 밀물과 썰물 사이에 드러나는 공간으로 '조간대'를 말한다. '매기'는 '막다'는 의미로 조간대 물길을 기둥을 세우고 그물을 쳐 막는다는 말이다.
즉, 조석 간만의 차를 이용해 조간대의 물길을 막아 물고기를 잡는 어법이다. <세종실록지리지>는 '발'과 '살'을 '어량'(魚梁)이라 했다. 갓고기가 많았던 시절에는 어살을 이용해 조기도 잡았다.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에 가시나무를 꽂아 조기를 잡았던 것이 어살의 유래라고 전해져 내려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