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97) 합리적

― '상당히 합리적', '합리적으로 대하게', '합리적 사고' 다듬기

등록 2008.08.29 17:46수정 2008.08.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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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결론

 

.. 나는 오랫동안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노인의 제안이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  <티벳전사>(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 그물코,2004) 126쪽

 

 ‘심각(深刻)하게’는 ‘깊이’나 ‘골똘히’로 다듬습니다. “노인(老人)의 제안(提案)”은 “어르신 생각”이나 “어르신 말씀”으로 손보고, ‘상당(相當)히’는 ‘무척’이나 ‘퍽’으로 손봅니다. “결론(結論)을 내리게”는 “생각을 하게”로 손질합니다.

 

 ┌ 합리적(合理的) :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   - 합리적 과정 / 합리적 경영 / 합리적인 선택 / 일을 합리적으로 진행하였다

 ├ 합리(合理)

 │  (1)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함

 │  (2) 논리적 원리나 법칙에 잘 부합함

 │

 ├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 무척 알맞다는

 │→ 퍽 올바르다는

 │→ 여러모로 맞다는

 └ …

 

 ‘합리’나 ‘합리적’이라는 낱말을 풀이하면서 ‘합당(合當)’과 ‘부합(符合)’이라는 낱말이 쓰입니다. 두 한자말 뜻이 또렷하지 않아서 국어사전에서 다시 찾아봅니다. ‘합당’은 “꼭 알맞다”를 뜻한다고 나오고, ‘부합’은 “서로 꼭 들어맞는다”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합당적’이나 ‘부합적’이라는 말은 아직 안 쓰이고 있습니다만, 어쩌면 앞으로는 이런 한자말 뒤에도 ‘-적’을 붙이는 말투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다만, ‘합리’가 되든 ‘합리적’이 되든, ‘합당’이 되든 ‘합당적’이 되든, 또 ‘부합’이 되든 ‘부합적’이 되든, 우리 말로는 한 마디로 ‘알맞다’는 이야기입니다.

 

 ┌ 합리적 과정 → 올바른 과정 / 알맞는 흐름

 ├ 합리적 경영 → 올바른 경영 / 올바르게 꾸리기

 ├ 합리적인 선택 → 올바로 고름 / 알맞게 뽑음

 └ 일을 합리적으로 진행하였다 → 일을 알맞게 잘 하였다

 

 ‘알맞다’를 뜻하는 ‘합리-합리적’이라 한다면, 곳에 따라서 ‘알맞춤하다’나 ‘걸맞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올바르다’나 ‘맞다’를 넣어도 됩니다. 자리에 따라서는 ‘괜찮다’나 ‘그럴듯하다’나 ‘어울리다’를 넣어 줍니다.

 

ㄴ. 가난을 합리적으로 대하게

 

.. 그것은 나와 아이에게 큰 위로와 위안이었으며 가난을 합리적으로 대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  <아이 키우기는 가난이 더 좋다>(서원희, 내일을여는책,1999) 94쪽

 

 “큰 위로(慰勞)와 위안(慰安)이었으며”는 “크게 힘이 되고 마음을 놓게 했으며”나 “아픔을 달래고 마음을 놓는 큰힘이었으며”로 다듬어 봅니다. ‘대(對)하게’는 ‘마주하게’나 ‘맞이하게’나 ‘받아들이게’로 손봅니다. ‘과정(過程)’은 ‘징검다리’로 손질합니다.

 

 ┌ 합리적으로 대하게 하는

 │

 │→ 올바르게 마주하게 하는

 │→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 꾸밈없이 껴안게 하는

 │→ 스스럼없이 여기게 하는

 └ …

 

 돈이 없다고 눈이 흐려지면 안 됩니다만, 돈이 많다고 눈이 흐려져서도 안 됩니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우리 눈은 또렷하게 살아 있어야 하며 빛나야 합니다.

 

 하는 일마다 늘 막히고 굴러떨어지고 안 된다고 하여도, 언제나 한결같은 매무새로 다시금 부딪히고 또 마주하고 꾸준히 부둥켜안아야지 싶습니다. 세상일은 잘 풀리다가도 엉킨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얼기설기 뒤죽박죽이기도 합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삶을 가꾸거나 즐겨야지 싶어요.

 

ㄷ. 합리적 사고의 가치

 

.. 또 다른 과학의 특성은, 합리적 사고의 가치를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  <발견하는 즐거움>(리처드 파인만/승영조,김희봉 옮김, 승산,2001) 70쪽

 

 “또 하나의 과학의 특성은”은 “과학은 또 다른 특성으로”나 “과학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은”으로 다듬습니다. “사고(思考)의 가치(價値)”는 “생각하는 값어치”나 “생각하는 기쁨”이나 “생각하는 즐거움”이나 “생각하는 뜻”으로 손질합니다. “가르친다는 것입니다”는 “가르친다는 데에 있습니다”로 고쳐 줍니다.

 

 ┌ 합리적 사고의 가치

 │

 │→ 이치에 맞게 생각하는 값어치

 │→ 올바르게 생각하는 즐거움

 │→ 알맞게 생각하는 기쁨

 │→ 흐트러짐이나 흔들림 없이 생각하는 보람

 └ …

 

 보기글은 통째로 손질해서 다시 써 보아야겠구나 싶습니다. “과학에서 찾아보는 또 다른 특성은, 올바르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가르친다는 데에 있습니다”쯤으로. 또는, “과학은, 올바르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특성도 있습니다”쯤으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8.29 17:46ⓒ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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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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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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