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93)

― ‘설명의 글’, ‘종의 다양성’, ‘어떤 기분의 식사’ 다듬기

등록 2008.08.30 16:09수정 2008.08.3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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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설명의 글

 

.. 눈이 번쩍 뜨여 아래 있는 설명의 글을 보니 “이 식물은 때로 커다란 충영, 즉 벌레혹을 만든다. 성충이 날아간 뒤에 그곳에 구멍이 생기는데 불면 휘휘라는 소리가 나므로 일명 휘나무라고도 한다”고 돼 있었다 ..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22∼23쪽

 

‘성충(成蟲)’은 ‘어른벌레’로 고쳐 줍니다. 아직 덜 자란 벌레는 ‘애벌레’입니다. ‘일명(一名)’은 ‘이름하여’로 고쳐 봅니다. ‘설명(說明)’은 ‘풀이’로 고치고, ‘즉(卽)’은 ‘곧’으로 고칩니다.

 

 ┌ 아래 있는 설명의 글을 보니

 │

 │→ 아래 있는 설명을 보니

 │→ 아래 있는 글을 보니

 │→ 아래 있는 풀이를 보니

 └ …

 

“설명의 글”이란 무엇일까요? 일본말로 된 책에는 “說明の文”으로 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이 말을 우리 말로 옮기며 “설명의 글”이라고 썼구나 싶은데, 우리 말로 옮기자면 그냥 ‘설명’이거나 ‘글’이거나 ‘풀이’입니다. 우리 말법과 말투를 죽여가면서까지 일본말을 옮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ㄴ. 종의 다양성

 

.. 여기서 간과해서 안될 것은 자연생태계 내의 종의 다양성이다 … 각종 작물을 선택하여 일장과 기온변화에 맞춰서 재배하는 다모작이나 사이짓기는 자연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인위적으로 모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쓰노 유킨도/성삼경 옮김-소농》(녹색평론사,2003) 84∼85쪽

 

‘간과(看過)해서’는 ‘지나쳐서’로, “자연생태계 내(內)의”는 ‘자연생태계에서’로 손봅니다. “각종(各種) 작물(作物)을 선택(選擇)하여”는 “여러 가지 곡식을 골라서”로 손보고, ‘재배(栽培)하는’은 ‘가꾸는’이나 ‘기르는’으로 손봐 줍니다. 그런데 ‘일장’은 무엇일까요?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일본 한자말을 고스란히 한글로만 적으니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인위적(人爲的)으로 모방(模倣)한”은 “억지로 흉내낸”이나 “사람들이 따라한” 가운데 뜻이나 느낌에 알맞게 골라서 다듬습니다.

 

 ┌ 종의 다양성

 └ 종 다양성

 

앞에서는 “종의 다양성”이라 하고, 뒤에서는 “종 다양성”이라 합니다. 이런 말씀씀이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왜 이렇게 쓰는지, 왜 이렇게 토씨 ‘-의’붙이기를 즐기는지. 그냥저냥 우리 말투가 된 ‘-의’ 씀씀이라고 느껴야 할는지.

 

말을 통째로 다듬어 봅니다. 앞글은 “여기서 지나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자연생태계에서 지킬 종 다양성이다”로. 뒷말은 “몇 가지 곡식을 골라 햇볕과 기온을 맞춰서 기르는 여러그루짓기나 사이짓기는 자연생태계에서 종 다양성을 따라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로.

 

ㄷ. 어떤 기분의 식사

 

.. 어떤 기분의 식사였는가? ..  《아다치 미유키/모수미 옮김-알고 계십니까 아이들의 식탁》(교문사,2000) 28쪽

 

‘식사(食事)’는 ‘밥’이나 ‘밥먹기’로 다듬습니다.

 

 ┌ 어떤 기분의 식사였는가?

 │

 │→ 어떤 기분으로 먹은 밥이었는가?

 │→ 기분이 어떤 밥이었는가?

 │→ 어떤 기분으로 먹었는가?

 └ …

 

어떤 마음일까요. 어떤 느낌일까요. 어떤 마음으로 토씨 ‘-의’를 곁들이면서 글을 쓸까요. 어떤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토씨 ‘-의’를 끼워넣으면서 말을 할까요.

 

이 자리에서는 ‘기분(氣分)’까지 다듬으면서, “어떤 마음으로 밥을 먹었는가?”로 고쳐써도 됩니다. 또는, “밥을 먹으며 어떤 느낌이었는가?”나 “밥먹을 때 어떠했는가?”쯤으로 적어도 괜찮아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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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0 16:09ⓒ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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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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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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