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02) 실사구시적

― '언어를 실사구시적으로 다루는 일' 다듬기

등록 2008.09.10 11:57수정 2008.09.11 11:00
0
원고료로 응원

.. 언어를 실사구시적으로 다루는 일이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절대적 영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그물코 인생, 그물코 사랑>(도법, 불광출판사, 2008) 75쪽

 

 ‘언어(言語)’는 ‘말’로 고쳐 줍니다. “삶의 문제”는 “살아가는 문제”나 “살며 겪는 문제”로 손보고, ‘절대적(絶對的)’은 ‘크디크게’나 ‘크게’나 ‘몹시’나 ‘대단히’로 손봅니다.

 

 ┌ 실사구시적 : x

 ├ 실사구시(實事求是) : [철학]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

 │

 ├ 언어를 실사구시적으로 다루는 일

 │→ 말을 있는 그대로 다루는 일

 │→ 말을 꾸밈없이 다루는 일

 │→ 말을 올바르게 다루는 일

 │→ 말을 제대로 다루는 일

 │→ 말을 잘 살피어 다루는 일

 └ …

 

 지난 밤부터 새벽을 거쳐 아침까지 잠들지 않고 칭얼거리는 아기는 엄마젖을 쉬지 않고 먹으려고 하더니, 새벽부터 쉬지 않고 똥질을 해댑니다. 오줌 기저귀며 똥 기저귀며 잔뜩 나오니 밤이고 새벽이고 아침이고 한숨을 돌리지 못하고 빨래만 합니다. 빨래를 하다가 똥 기저귀를 아기 옆에 놓고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아기가 자라서 어린이가 되고 푸름이가 되고 어른이 되고 나서, 이 사진 한 장 보여줄 생각인데, 그때 아이는 자기 어릴 적에 제 어미 아비가 똥질 때문에 몹시 고달파 한 줄을 깨닫게 될까요.

 

 ┌ 언어를 실사구시적으로 다루는 일

 ├ 언어를 사실에 토대를 두어 다루며 진리를 탐구하는 일

 │

 ├ 말을 있는 그대로 다루며 참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

 └ 말을 올바르게 다루며 참다운 삶을 찾는 일

 

 아기는 하루하루 자라나고, 언젠가 말을 하게 될 테며, 우리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낯선 이야기를 여쭈어 보게 됩니다. 그 먼 뒷날, 아이는 우리한테 “아빠, ‘실사구시’가 뭐여요?” 하고 여쭙기도 하리라 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래, ‘실사구시’란 무엇일까?” 하면서 아이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함께 찾아볼 테지요.

 

 ┌ 사실을 바탕으로 진리를 찾기

 └ 꾸밈없이 보며 참된 길을 찾기

 

 지난날, 한문을 쓰던 우리 옛 지식인들은 ‘실학’을 하고 ‘실사구시’를 찾았습니다. 오늘날, 영어가 우두머리가 된 세상에서 요즈음 이 나라 지식인들은 ‘미국 학문이나 유럽 학문’을 하고 ‘세계화’를 찾습니다.

 

 아이는 ‘실사구시’ 말뜻을 알게 된 다음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이는 지난 옛날 양반이나 선비 들이 주고받던 ‘실사구시’ 같은 한문을 오늘날에도 써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옛날에는 ‘실사구시’였다면 오늘날에는 오늘날에 걸맞는 새로운 낱말을 살피면서 엮어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 참되게 살아갈 길 = 참살길

 ├ 참다이 걸어갈 길 = 참갈길

 ├ 참답게 찾아나설 길 = 참찾는길 / 참찾기

 └ …

 

 길을 찾는 사람들은 ‘길찾기’를 합니다. 어른이나 아니나 ‘보물찾기’를 즐깁니다. 사람을 잃었기에 ‘사람찾기’를 합니다. 네비게이션이라고 하는 기계는 ‘집찾기’를 해 줍니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는 ‘책찾기’를 합니다.

 

 우리 나름대로 북돋우고 우리 스스로 갈고닦으며 우리 깜냥껏 쓰고 있는 말과 글은 ‘말찾기’와 ‘글찾기’를 하면서 가꾸어 나갑니다. 알맞게 쓸 말이 무엇인지 찾아나서면서 ‘말찾기’요, 부지런히 글을 쓰는 가운데 어떤 글이 가장 올바르고 알맞춤한가를 헤아리면서 ‘글찾기’입니다.

 

 그러나 말과 글만 찾는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말과 글이 아닙니다. 말에 담는 삶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삶찾기’를 해야 합니다. 말에 깃든 넋이 무엇인가 가만히 돌아보아야 합니다. ‘넋찾기’를 해야 합니다. 말로 나누려는 얼이 무언지 찬찬히 짚어야 합니다. ‘얼찾기’를 해야 합니다.

 

 ― 참배움 / 옳은배움 / 곧은배움 / …

 

 어버이 된 저와 옆지기는 언제나 아이한테 길동무가 되면서, 때로는 이슬떨이가 되면서, 아이 스스로 자기한테 참된 배움을 찾아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아이는 제힘으로 옳은 배움이 무엇인지 곱씹어야 할 테며, 제가 디딘 땅에서 곧게 키워 갈 배움이 무엇인가 되새겨야 합니다.

 

 돈만 바라는 삶이 아니라, 제 삶에 알맞는 돈이 얼마만큼인지를 깨닫는 삶입니다. 이름값을 높이려는 삶이 아니라,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삶입니다. 힘을 키워 남 위에 올라서려는 삶이 아니라, 크든 작든 아름답든 밉든 스스럼없이 누구하고나 나눌 수 있는 착한 마음결을 추스르는 삶입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제 삶결을 매만지면서 제 말결과 글결도 쓰다듬을 수 있어야 하고,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가 튼튼하게 걸음을 떼도록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9.10 11:5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4. 4 행담도휴게소 인근 창고에 '방치된' 보물 행담도휴게소 인근 창고에 '방치된' 보물
  5. 5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