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45) 쇠하다衰

[우리 말에 마음쓰기 419] ‘기운이 쇠하여’, ‘쇠해 가는 늘그막’ 다듬기

등록 2008.09.11 11:13수정 2008.09.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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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기운이 쇠하여

 

.. 산줄기와 물줄기를 자르면 지맥과 혈맥이 끊어져 생기와 생명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쇠하여 그 땅에 살던 생명들이 떠나고 그 재앙이 우리와 우리 미래에까지 이어지는데 ..  《지율-초록의 공명》(삼인,2005) 58쪽

 

“지맥(地脈)과 혈맥(血脈)이 끊어져”는 “땅기운이 끊어져”로 다듬습니다. ‘생기(生氣)’는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가리키니, “생기와 생명(生命)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이라 적으면 겹치기입니다. “싱싱한 기운과 목숨이”로 고쳐 줍니다. ‘재앙(災殃)’은 ‘뒤탈’이나 ‘불똥’으로 손질하고, ‘미래(未來)’는 ‘앞날’로 손질해 줍니다.

 

 ┌ 쇠하다(衰-) : 힘이나 세력이 점점 줄어서 약해지다

 │   - 근력이 쇠하다 / 원기가 쇠하다 / 기력이 쇠하다 / 형세가 쇠하다

 │

 ├ 기운이 쇠하여

 │→ 기운이 빠져서

 │→ 기운이 사라져서

 │→ 기운이 없어져서

 │→ 기운이 사그라들어

 └ …

 

힘이나 세력이 차츰 줄어들거나 여리게 된다는 ‘衰하다’로군요. 그러면 말 그대로 ‘줄어들다’나 ‘줄다’나 ‘여려지다’나 ‘힘이 빠지다’ 같은 말로 이야기를 할 때가 한결 나을 텐데.

 

 ┌ 근력이 쇠하다 → 힘이 빠지다

 ├ 원기가 쇠하다 → 기운이 사그라들다

 ├ 기력이 쇠하다 → 기운이 없어지다

 └ 형세가 쇠하다 → 힘이 줄다

 

잘생긴 사람을 보고 있으니 ‘잘생겼다’고 하고, 좀 밉게 생긴 사람을 보고 있으니 ‘못생겼다’고 합니다. 느낌 그대로입니다. 다리를 절뚝절뚝 저니까 ‘절름발이’입니다. 한쪽 눈이 없으니 ‘애꾸’입니다. 자기 생김 그대로입니다.

 

어떤 모습을 보건, 어떤 흐름을 보건, 우리한테 받아들여지는 대로 받아들이며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다만, 이렇게든 저렇게든 이야기를 하면서 섣불리 ‘치우친 생각’을 담으면 안 돼요. 곱상하게 생겼다고 더 나은 사람이 아니며, 밉게 생겼다고 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힘이 넘치니 ‘넘친다’고 하고, 힘이 빠지니 ‘빠진다’고 합니다. 젊으니까 ‘젊은이’요, 늙었으니 ‘늙은이’요, 아직 어리니 ‘어린이’입니다. 말은 말일 뿐입니다.

 

ㄴ. 쇠해 가는 늘그막

 

.. 스스로 생각건대, 쇠해 가는 늘그막의 나이에 일을 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있으니, 절로 부끄럽고 탄식이 흘러나온다 ..  《강세황/박동욱,서신혜 옮김-표암 강세황 산문전집》(소명출판,2008) 17쪽

 

“늘그막의 나이”는 “늘그막 나이”나 “늘그막”으로 고쳐씁니다. ‘탄식(歎息)’은 ‘한숨’으로 다듬습니다.

 

 ┌ 쇠해 가는 늘그막에

 │

 │→ 저물어 가는 늘그막에

 │→ 기운이 거의 다 빠진 늘그막에

 │→ 힘이 거의 없는 늘그막에

 │→ 이제 죽어 가는 늘그막에

 └ …

 

 나이가 들어 늙게 되었다면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는 날이 다가옵니다. 죽어 버리지요. 빼도 박도 못합니다. 용을 쓰고 몸부림을 쳐도, 한 번 맞이해야 하는 죽음을, 누구한테나 고르게 찾아가는 죽음을 달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저물어 가는 목숨

 ├ 기울어 가는 목숨

 ├ 스러져 가는 목숨

 ├ 시들어 가는 목숨

 ├ 앙상해지는 목숨

 └ …

 

 태어난 목숨을 고마우면서 기쁘게 여길 수 있을 때, 떠나는 목숨도 고마우면서 즐겁게 생각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이렇게 살아가 주니 고맙고, 내 자리를 뒷사람한테 물려줄 수 있어 고맙습니다. 나한테 자리를 내어준 앞사람이 고맙고, 내 자리를 이어갈 뒷사람이 고맙습니다.

 

 ┌ 다 죽은 나이

 ├ 곧 죽을 나이

 ├ 죽음을 앞둔 나이

 ├ 죽음을 기다리는 나이

 ├ 죽을 동 살 동 하는 나이

 └ …

 

지금 이 삶을 어떻게 헤아리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걷는 길이 달라지지 싶습니다. 지금 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하는 일이 바뀌지 싶습니다. 지금 이 삶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어울리는 사람하고 어찌 지내는가가 딴판이 된다고 봅니다.

 

앞사람한테 받아서 뒷사람한테 건네주는 내 자리요, 앞사람한테 얻어서 뒷사람한테 물려주는 내 삶이요, 앞사람한테 선물받아서 뒷사람한테 베풀어 주는 내 넋입니다. 우리 어버이한테 배운 말입니다. 우리 동무들과 나눈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가르치는 말입니다.

 

우리 어버이한테 얄궂은 말을 배웠을 수 있습니다. 우리 동무들과 짓궂은 말을 나눴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괴로운 말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어버이한테 살가운 말을 배웠을 수 있어요. 우리 동무들과 아름다운 말을 나눴을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한테 사랑스러운 말을 가르칠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9.11 11:13ⓒ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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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한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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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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