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휴먼 에세이(human essay)
..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음식을 매개로 한 휴먼 에세이다! 하는 것이 당시의 각오였지요 .. <썸데이서울>(김형민, 아웃사이더, 2003) 313쪽
‘지향(志向)하는’은 ‘바라는’으로 다듬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은 “우리가 나아가려는 길은”으로 고쳐씁니다. “당시(當時)의 각오(覺悟)였지요”는 “그때 다짐이었지요”나 “그때 품은 다짐이었지요”로 손질해 봅니다.
┌ 휴먼 에세이
└ 사람 이야기
저는 텔레비전이 없고 거의 보지도 않지만, 어쩌다가 밥집이나 이웃집에 찾아갔을 때 들여다보면, 온통 미국말이 뒤섞여 나옵니다. 방송이름도,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말에도요. 며칠 앞서 헌책방 나들이를 했을 때 노래테이프를 골라 보려고 하는데, 테이프마다 한글이 아닌 알파벳으로 노래꾼 이름을 적어서 누구 것인지 알아보기 참 힘들었습니다.
‘휴먼 에세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이 복닥복닥 오순도순 옹기종기 오글오글 모여 살아가는 모습을 살가이 담아내는 방송이겠지요? 그러면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일 테고, 한 마디로 줄인다면 ‘사람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휴멘 에세이’란 바로 이런 뜻이겠고요.
우리 말로 나타낼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어요. ‘텔레비전’이라는 말을 그대로 쓰듯이. ‘라디오’라는 말을 그대로 쓰듯이. 그러나 얼마든지 우리 말로 담아낼 수 있다면, 또 우리 말로 담아낼 때가 더 푸근하고 부드럽고 따뜻하다면, 우리 말로 알맞게 쓰면 좋겠어요.
‘한국어 능력 시험’이라는 이름도 우리 깜냥껏 ‘우리 말 솜씨 가누기’나 ‘우리 말 솜씨 살피기’로 손질해서 새로 붙일 수 있습니다. 마음먹기 나름이고, 움직이기 나름입니다.
ㄴ. 사이클(cycle)
.. 개체의 생명은 수태에서 번식,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 종 구성원들의 전형적인 사이클, 즉 그 “생명사”가 아니다 .. <삶은 기적이다>(웬델 베리/박경미 옮김, 녹색평론사,2006) 64쪽
“개체(個體)의 생명(生命)”은 “한 목숨”이나 “목숨”으로 다듬어 줍니다. ‘번식(繁殖)’은 ‘씨뿌리기’로 손보고, ‘즉(卽)’은 ‘곧’으로 손봅니다.
┌ 사이클(cycle)
│ (1) ‘자전거’로 순화
│ (2) = 순환 과정. ‘주기’로 순화
│ (3) ‘주파수’로 순화
│ (4) 주파수의 단위
│
├ 종 구성원들의 전형적인 사이클
│→ 종 구성원들 순환주기
│→ 종 구성원들이 돌고도는 흐름
│→ 종을 이루는 이들이 돌고도는 흐름
└ …
사람들은 자전거를 탑니다. 그러나 자전거라 해서 같은 자전거가 아닙니다. ‘사이클(싸이클)’이 다르고 ‘엠티비’가 다릅니다. ‘사이클’을 가리켜 ‘자전거’로 여기는 이가 드물고, ‘엠티비’를 가리켜 ‘자전거’로 생각하는 이가 적습니다.
중학교 기술 시간이었나, 자동차 엔진 얼거리를 배우면서 ‘사이클’이라는 영어 낱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되풀이 되는 횟수”를 가리키는 낱말이었는데, ‘주기(週期)’라는 말도 쓰지 않고 ‘사이클’이라고 했습니다.
ㄷ. 트랜드(trend)
..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국내의 유명 래퍼들에게도 뒷골목 건달의 불량기는 훈장 자랑하듯 치렁치렁 과시하는 일종의 트랜드다 .. <너, 행복하니?>(김종휘, 샨티, 2004) 75쪽
“이 정도(程度)까지는”은 “이만큼까지는”으로 다듬고, “국내(國內)의 유명(有名) 레퍼들에게”는 “나라안에 이름난 레퍼들한테”로 다듬습니다. ‘불량기(不良氣)’는 ‘건들거림’으로 손보고 ‘과시(誇示)하는’은 ‘자랑하는’이나 ‘우쭐대는’으로 손봅니다. ‘일종(一種)의’는 ‘이른바’나 ‘이를테면’으로 고쳐 줍니다.
┌ trend
│ 1 경향, 동향, 추세
│ 2 유행(의 스타일)
│ 3 (길·강·해안선 등의) 방향, 기울기, 향함
│
├ 자랑하듯 과시하는 일종의 트랜드다
│→ 자랑하듯 내세우는 유행이다
│→ 자랑하듯 뽐내는 치레거리이다
└ …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는 ‘트랜드’이지만, 오늘날 이 영어 낱말을 안 쓰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 말을 안 듣고 살기란 어렵다고 해도 틀리지 않아요. 길에서도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학교에서도 ‘트랜드’ 타령입니다.
영어사전에서 ‘trend’를 찾아봅니다. 여러 가지 뜻풀이를 보니, ‘유행’이나 ‘흐름’이나 ‘물결’을 가리키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런 말을 써야 나라밖에서 공부한 티를 뽐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 요즘 ‘가장 앞서가는 흐름(최신 유행)’을 붙잡거나 자랑할 수 있으려면 이 말을 안 쓰면 안 된다고 느끼는지 모릅니다. ‘흐름’을 말해서는, ‘물결’을 말해서는, 더더군다나 ‘유행’을 말해서는 한물 갔거나 한 걸음 뒤처졌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06 12:1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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