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씨
신철균
안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겠네요. 이장님들 설득하는 작업이 어려워서."
김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죠. 왜냐하면 하기로 마음먹은 일이니까요. 제 성격이 좀 그런가봐요. 예전에 계남정미소에 오셨던 한 할머니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씀하시더라구 '팔자소관'이라고. 정말 팔자소관인것 같아요(일동 웃음)."
안 "그래도 재미있었던 일도 있었겠죠. 힘들기만한 일은 없잖아요."
김 "네. 겉으로는 무척 완고하고 어려워보였던 이장님들이 사진 찍고 난 후에는 식사하고 가라든지, 간식 좀 먹고가라고 권유하셨거든요.
또는 마을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두부나 한과 같은 것을 만들고 계시거든요. 팔지는 않고 그냥 싸주곤했어요. 먹을 것도 권하고 가져가라고 싸주기도 하고… 그걸 보면서 아직도 우리 농촌 인심은 살아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지요."
집나간 부인 좀 찾아달란 말... 마음이 착잡해 안 "기억나는 이장님은요?"
김 "한분 한분 다 인상적이었어요. 갑자기 빙판길을 만나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신 이장님도 생각나고요. 그런가 하면 이런 사진 찍지 말고 차라리 집나간 부인이나 찾아달라는 이장님도 있었죠. 자신의 마을 특산품 홍보를 더 해달라고 하셨던 이장님도 계셨어요. 그럴 때는 마음이 착잡했죠.
젊은 이장님들 볼 때는 반갑기도 하다가도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던 게, 그 분들도 어린 자녀가 있고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잖아요. 간혹 비치는 그들의 수심어린 표정을 볼때면 마음이 안 좋죠.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몇 년씩 이장직을 맡는 분도 계시는가 하면, 칠순의 연세에도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다니면서 동네 일을 도맡아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삶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듯이 그 자리에서 열심히 사시는 이장님들의 모습이 제겐 다 인상적이었어요."
안 "이장님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표정이었나요?"
김 "대부분 무표정.(웃음) 사명감에서 찍는 거죠. 이것도 이장 업무중의 하나. 그들에겐 업무수행 중인거죠. 역시 출근중."
오늘도 이장님의 자전거는 쉬지 않는다 안 "항상 출근중이시겠네요."
김 "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장의 임무가 여기서 저기까지 똑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밥을 먹다가도 어느집 어르신이 아파서 병원에 가봐야하면 따라가봐야하고, 잠을 자다가도 누군가 사고를 당했으면 또 가봐야 하거든요. 절대 누가 시켜서하는 것도 아니고 씌여있지도 않지만 농촌이라는 공동체 생리상 이장의 존재는 24시간 대기조나 마찬가지예요. 본인에게는 고단하지만 그게 바로 농촌을 이끌어가고 돌아가게 만드는 힘 아닐까요."
안 "정말 고단하시겠네요. 이장님이란 존재."
김 "어느 이장님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장님의 '장'이 어른 '장'이 아니라 기다림 '장'이라고 말해서 웃기도 했죠."
안 "정말 기다림 맞네요. 그렇게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까요?"
김 "글쎄요…. 그러길 바라야죠. 그런 바람으로 하루하루를 사시는 분들이니까요. 큰 빚을 얻어서 시작한 인삼농사가 중국산 인삼 때문에 또 무너지고 있어요. 축산농가는 어떻고요. 그런거 생각하면 사진찍기도 죄송한 심정이예요."
안 "주민들 단체사진도 함께 찍으셨어요."
김 "대부분 마을 축제 때 가서 함께 찍은 것들이에요. 평소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단체사진을 찍어주니까 매우 기뻐하셨어요."
안 "계속 찍으실 건가요? 이장님 사진?"
김 "아니, 이제 그만 찍습니다. 전 예술이라는 것은 어느 한 문제를 이슈화시켜서 사람들로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이장님의 존재와 우리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면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해요."
[최근 주요기사]☞ [취재기] 국회에서 소화분말 마실 줄은 몰랐습니다☞ [일제고사 파면·해임 파문] 졸업 앨범에서 사진도 빼겠답니다☞ ['널 기다릴께 무한도전×2'] '고양이' 512명 모이기, 성공!☞ [인터뷰] "대운하, 경제 살린다는데 국민이 반대하겠나"☞ [엄지뉴스] 비싼 승용차는 이렇게 대도 됩니까?☞ [E노트] '부시에게 신발 던지기' 패러디 게임 총정리 덧붙이는 글 | 1.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 전시회는 11월 지난 11월 서울 갤러리룩스에 이어 전주 '갤러리 봄'에서 12월 5일부터 19일까지 열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