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에게 수지침을 놓은 아나 수녀님.
문종성
두 분 중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기는 아나 수녀님은 멕시코에 온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된 베테랑이고, 맡은 일을 살뜰히 해내는 엘리자베스 수녀님은 이제 하나하나 일을 배우는 신참 입장이었다. 바쁘다고 얼굴에 쓰여 있을 정도로 분주한 분위기는 최선이란 이름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수녀님은 낯선 청년의 방문을 환대하며 오자마자 신학교 구경을 간단히 시켜주고 나서 바로 일하는 곳으로 안내했다.
멕시코 남부, 남한만한 땅에 단 두 명밖에 없다는 가톨릭 선교사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했다.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습득은 가장 기초가 되는 일이다. 함께 어우러져 누군가를 사랑하고 보살펴야 한다면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정도의 수준이 요구된다.
그리고 강철체력을 가져야 한다. 몸이 고단하고 아파도 더 상처받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겨내야 하고, 이쪽저쪽 필요에 의해 도움을 구하는 손길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감당하는가?’라는 질문을 빠져나가기 위한 핑계 댈만한 근거는 없다. 무엇보다 신앙인으로서 낮고 가난한 자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진심으로 섬기는 것, 제 몸 하나 챙기기 어려운 요즘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