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5) 객관적

― ‘객관적으로 보고 기록해야 하는’ 다듬기

등록 2009.02.20 20:36수정 2009.02.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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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으로 보고

 

.. 그런데 현장을 제대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고 기록해야 하는 처지가 되니까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고요 ..  《참여연대 기획/김진아와 아홉 사람-열정시대》(양철북,2009) 156쪽

 

 ‘기록(記錄)해야’는 ‘적어야’로 다듬고, ‘절대(絶對)’는 ‘조금도’나 ‘하나도’로 다듬습니다. “절대 그냥”이라고 나오는데, 한 마디로 ‘그냥’이라고 적어도 괜찮고, ‘함부로’나 ‘아무렇게나’나 ‘섣불리’를 넣어 보아도 괜찮습니다.

 

 ┌ 객관적으로 보고 기록해야 하는

 │

 │→ 있는 그대로 보고 적어야 하는

 │→ 꾸밈없이 보고 적바림해야 하는

 │→ 넓게 보고 담아내야 하는

 │→ 두루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

 └ …

 

 우리한테 우리 삶을 꾸밈없이 들여다보는 눈이 있다면, 우리 삶을 나타내는 말과 글 또한 꾸밈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한테 우리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매가 있다면, 우리 이웃과 주고받는 말과 글 또한 있는 그대로 수수하게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한테 우리가 디디고 있는 터전을 골고루 살필 줄 아는 눈결이 있다면, 우리들 사람뿐 아니라 뭇 목숨붙이를 애틋하게 사랑하고 튼튼하게 믿는 마음결이 싱그럽게 뿌리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배우기는 많이 배워도, 생각주머니를 넓게 열면서 배우지 못합니다. 온갖 지식과 갖은 정보 쪼가리와 찌끄러기를 그득그득 주머니에 채울 뿐입니다. 생각주머니가 아닌 지식주머니요 정보주머니입니다. 생각을 여는 학교가 아니라 생각을 닫는 학교, 아니 지식만 채우는 학교입니다. 나와 내 동무들 삶을 열고 채우는 학교가 아니라 내 점수를 내 동무들보다 높게 받아서 혼자서 밥그릇 단단히 움켜쥐도록 이끄는 학교입니다.

 

 배움이 배움이 아닌 가운데, 배움 아닌 배움을 스스로 떨쳐내지 못합니다. 배움 아닌 배움이 참된 배움이 되도록 고쳐 보고자 우리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서지 않습니다.

 

 ┌ 넓게 / 깊게 / 두루 / 골고루 / 곰곰이 / 차분히 / …

 └ 있는 그대로 / 꾸밈없이 / 치우침 없이 / 곧게 / 곧바르게 / …

 

 이 나라가 우리들한테 한자 지식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가운데 영어 정보를 끝없이 쑤셔넣는 까닭은, 우리 말과 글을 흔들려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 나라 힘있는 이들은 우리 말과 글을 흔들려고 할까요. 바로 우리 스스로 우리 삶과 넋을 담아낼 말과 글을 잊거나 잃을 때에는, 저절로 우리 스스로 우리 생각을 키우거나 꽃피우는 데보다는 남 따라 가는 흐름, 이른바 바람을 타는 흐름, 겉멋과 겉치레로 끄달리는 흐름으로 쏠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 물질문명에서는 거침없는 소비문명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소비문명을 튼튼히 이어받치는 톱니바퀴가 되어 줍니다. 끝없이 쓰고 버리는 삶이 되풀이되면서, 이런 틀에서 벗어나면 세상이 무너질 듯 여기게 됩니다. 손수 빚어내고 만드는 즐거움을 한 번도 못 느끼게 하는 가운데, 사람들 누구나 쓴다고 하는 바람을 타도록 하면서, 때때로 바뀌는 물결 따라서 돈을 쓰고 물건 차지하는 삶이 신나고 멋있는 듯 여기도록 합니다. 1회용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버려져서 쓰레기가 되는가를 생각하지 않게 합니다. 시민운동을 하건 사회운동을 하건 정치운동을 하건 교육운동을 하건, 나아가 환경운동을 하건, 뜻있고 생각있다는 사람들조차 1회용품을 버젓이 씁니다. 쓰고 버립니다. 돈을 주고 사서 돈을 치르고 버립니다. 자꾸자꾸 돈을 쓰니 또또또 돈을 벌어야 하고, 또또또 돈을 번 만큼 다시 돈을 써서 새로운 물건을 사고, 또 버리고, 또 벌고 또 사고 또 버리기를 되풀이합니다. 이러면서 정작 우리 몸뚱이로는 무엇을 스스로 새롭게 해야 할는지를 잊습니다.빨래감을 세탁기에 휙 집어넣으면 그만인 삶으로 젖어들면서, 세탁기를 어떻게 만들고 세탁기 돌릴 전기는 어디에서 얻으며 세탁기에 들어가는 세제는 또 어떠하고, 이 물은 얼마나 들어가며 수도물 만드는 데 힘이 얼마나 들고, 수도물을 만들자며 산과 들이 얼마나 무너져야 하는지, 손쉽게 빨래를 해 준다는 기계를 쓰는 데 들어갈 돈이며, 쉽게 빨래가 되니 입는 옷 가짓수가 늘어나고 …… 손빨래를 안 하면서 잃고 잊는 삶이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함을 놓치거나 잊으면서 우리 스스로 일구는 삶하고 멀어지고, 우리 스스로 일구는 삶하고 멀어지니 사회며 정치며 힘있는 이들 마음대로 휘어잡거나 주무릅니다. 미친소 고기는 미친소를 사들이지 않는다고 그치는 일이 아님을 더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게 됩니다. 더욱이 미친소 고기보다 더 미친 무엇인가가 우리 곁에 늘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맙니다.

 

 이리하여 어지럽게 된 말과 엉망진창이 된 글이 태어납니다. 우리 스스로 말을 어지럽히고 글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놓습니다. 먼저, 우리 삶을 우리 손으로 어지럽히거나 헤집었기 때문입니다.

 

 ┌ 현장을 제대로 그리고 똑바로 보고 적어야 하는

 ├ 현장을 제대로 그리고 옳게 보고 적어야 하는

 ├ 현장을 제대로 그리고 참되게 보고 적어야 하는

 └ …

 

 참삶을 잃은 자리에 참생각이란 깃들지 못합니다. 참일과 참놀이를 놓친 자리에 참넋과 참얼이란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참사람이 못 된 사람이 참말과 참글을 나누거나 펼칠 수 없습니다. 참뜻이 없는데 참운동이란 없습니다. 참마음이 아닌데 참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참믿음이 아닌데 참하느님이 우리들한테 나타날 수 없습니다. 참길을 걷지 않는데 참된 즐거움과 기쁨을 어느 누가 맛볼 수 있겠습니까.

 

 옳게 쓸 말은 옳게 꾸리는 삶에서 비롯합니다. 똑바로 쓸 글은 똑바로 꾸리는 생각에 바탕을 둡니다. 바른 마음이어야 바른 말이 태어나고, 착한 매무새여야 착한 글이 일어납니다. 말만 바를 수 없고, 글만 싱그러울 수 없습니다. 말만 좋을 수 없고 글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가난한 이와 배부른 이를 고르게 사랑하지 못하면서 고른 생각을 펼칠 수 없고,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을 넉넉히 껴안지 못하면서 너그러운 마음결을 가꿀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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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20:36ⓒ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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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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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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