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3)

― '재래의 시행 작법(詩行 作法)' 다듬기

등록 2009.02.23 20:53수정 2009.02.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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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의 詩行 作法

 

.. 지금까지 9편이 씌어진 이 詩가 시단에 던져준 충격은 재래의 詩行 作法에서 철저하게 벗어난 散文 형태, 그리고 시인 스스로의 말대로 그 속에 들어 있는 '액션'에서 비롯한다 ..  《김주연-나의 칼은 나의 작품》(민음사,1975) 13쪽

 

 '시단(詩壇)'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시마을'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던져준 충격(衝擊)"은 "끼친 충격"이나 "놀라게 한 일"로 다듬고, '철저(徹底)하게'는 '빈틈없이'나 '남김없이'로 다듬으며, "散文 형태(形態)"는 "산문 모양"이나 "산문 꼴"로 다듬습니다. "시인 스스로의 말대로"는 "시인 스스로 말한 대로"로 손질하고, "그 속에"는 "시에"로 손질합니다.

 

 그나저나 시는 '詩'라고 적고, 시쓰는 일은 '詩行 作法'이라고 적으면서 '시단'과 '시인'은 한글로 적는군요. 시는 '시'이고, 싯귀를 쓰는 일은 '싯귀를 쓰는 일'이 아니랴 싶습니다.

 

 ┌ 재래의 詩行 作法에서

 │

 │→ 이제까지 해 오던 시쓰기에서

 │→ 이제까지 시를 써 오던 흐름에서

 │→ 이제까지 써 오던 시에서

 └ …

 

 이제까지 하던 대로 하는 일은 한결같을 터이니, 한결같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움과 새삼스러움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고인 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하거나 대단하다 싶은 옛 흐름이라 하더라도 조금씩 고치거나 손질하거나 다듬기 마련입니다.

 

 ┌ 그동안 해 오던 시쓰기에서

 ├ 그동안 시를 써 오던 흐름에서

 ├ 그동안 써 오던 시에서

 └ …

 

 그동안 써 오던 말투와 낱말을 그대로 잇는 일은 이 나름대로 뜻이 있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룩할 수 있고, 아이들이 처음 알을 익힐 때 어려움이 적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써 오던 말투와 낱말이 반드시 수월하거나 알뜰하거나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지식권력을 움켜쥔 이들이 휘두르던 말투와 낱말은 아무리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다고는 하나, 우리가 널리 나누기에는 반갑지 않습니다.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일제강점기 동안 스며든 말투와 낱말 또한, 퍽 오랫동안 쓰면서 익숙해졌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 털어내거나 걸러내 주어야 뒷사람한테 슬기로움과 기쁨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 사람들이 으레 하던 시쓰기에서

 ├ 사람들이 으레 시를 써 오던 흐름에서

 ├ 사람들이 으레 쓰던 시에서

 └ …

 

 사람들이 흔히 쓴다고 해서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나 또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쓴다고 하여 나한테도 꼭 어울릴까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하여 나한테까지 넉넉하거나 알맞을까요.

 

 세상이 온통 영어 배우기에 미쳐 돌아간다고 하여, 우리 모두 꼭 영어를 아주 익숙하게 잘하도록 배워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세계화 시대라고 해서, 지구마을에 울타리는 이제 없다고 해서, 우리들 누구나 영어를 잘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영어를 읽지 못하거나 영어를 쓰지 못한다고 하여 따돌림을 받거나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시험이나 입사시험에서 영어시험을 치러야 하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해야 하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착하고 너르고 고운 마음결을 가꾸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높거나 많은 지식을 쌓아두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사랑스럽거나 믿음직한 마음씨를 추슬러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 줄곧 이어오던 시쓰기에서

 ├ 오래도록 이어오던 시쓰기 흐름에서

 ├ 여태 뿌리내려 온 시쓰기에서

 ├ 예전부터 해 오던 시쓰기에서

 ├ 예부터 이어오던 시쓰기 흐름에서

 └ …

 

 예나 이제나 가꾸고 북돋우고 어루만질 고운 마음은, 고운 마음대로 가꾸거나 북돋우거나 어루만져야 한다고 봅니다. 착하고 싱그러운 마음결은,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게끔 다독이거나 다스려야 한다고 봅니다. 아름다운 사랑이 되거나 거룩한 믿음이 되도록 예부터 힘쓴 사람들 넋을 잘 새기거나 받들면서, 앞으로도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즐겁게 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말 한 마디라도 씩씩하게 펼치고 글 한 줄이라도 튼튼하게 여미면서, 우리 가슴과 머리가 오순도순 어깨동무를 하게끔 온힘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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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20:53ⓒ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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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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