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81)

― ‘사람들을 판단의 눈길로 봐서는 안 되고’ 다듬기

등록 2009.04.14 20:03수정 2009.04.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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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단의 눈길

 

.. 사람들을 판단의 눈길로 봐서는 안 되고 동등한 높이를 유지해야 하네 ..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블룸하르트/원충연 옮김-숨어 있는 예수》(달팽이,2008) 118쪽

 

 "동등(同等)한 높이"는 "같은 높이"나 "똑같은 높이"로 다듬고, '유지(維持)해야'는 '지켜야'나 '이어야'로 다듬습니다.

 

 ┌ 판단(判斷) :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

 │   - 상황 판단 / 판단 기준 / 판단 착오 / 판단 능력 / 정확한 판단을 내리다 /

 │     사람은 자기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자기의 일을 결정한다

 │

 ├ 판단의 눈길로 봐서는 안 되고

 │→ 자로 재는 눈길로 봐서는 안 되고

 │→ 이리저리 따지는 눈길로 봐서는 안 되고

 │→ 내멋대로인 눈길로 봐서는 안 되고

 └ …

 

 "판정(判定)을 내리는" 일을 두고 '판단'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면 '판정'이란 무엇인가 궁금하여 국어사전을 다시 뒤적이니, '판별하여 결정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다시금 '판별(判別)'이 궁금해지면서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판별'이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구별함"을 가리킨다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판단 = 판정'이고, '판정 = 판별'이며, '판별 = 판단'인 셈입니다.

 

 낱말풀이가 참 얄딱구리하구나 생각하면서, 이런 얄딱구리한 낱말풀이를 따지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는가 궁금해집니다. 얄딱구리한 낱말풀이를 고치라고 외친 목소리는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하며, 얄딱구리하지 않은 낱말풀이가 되도록 애쓰는 국어학자 움직임은 얼마나 되는가 궁금합니다. 또한, 낱말풀이만 얄딱구리한지, 이와 같은 한자말들이 얄딱구리한지, 이런 한자말이 쓰이는 우리 삶터가 얄딱구리한지 궁금합니다.

 

 ┌ 상황 판단 → 흐름 살피기

 ├ 판단 기준 → 생각하는 잣대 / 보는 잣대 / 따지는 잣대

 ├ 판단 착오 → 생각 잘못 / 잘못 따짐 / 잘못 봄

 └ 판단 능력 → 따지는 힘 / 헤아리는 셈속 / 생각힘

 

 생각하기에 따라 조금씩 다를 텐데, 우리는 우리 말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에는 아무 마음이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삶을 알뜰살뜰 나타내는 데에는 마음을 그리 안 쏟는구나 싶습니다. 우리 일과 우리 놀이를 즐겁게 함께하면서, 이러한 모습을 고스란히 우리 말과 글로 담아내는 데에는 젬병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말이야 어떤 말을 쓰든 아무렇지도 않다고 느끼는지 모릅니다. 글이야 어떤 글을 쓰든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고 보는지 모릅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되든, 그때그때 신나게 놀고 치우면 그만이라고 여기는지 모릅니다.

 

 마치,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옛말처럼, 어떤 돈을 누구와 함께 어떻게 버느냐에는 찬찬히 마음을 못 쏟는다고 할까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전쟁무기 만드는 일이 될 수 있고, 이웃을 푸대접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우리 터전을 망가뜨리는 일이 될 수 있는데, 이런 자리까지는 돌아보거나 살피지 못한다고 할까요.

 

 삶과 사람이 하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과 일이 하나로 엮이지 못합니다. 넋과 놀이가 한 흐름으로 잇닿지 못합니다. 나와 너가 따로가 아니요, 이웃과 동무가 따로가 아니며, 임자와 손님이 따로가 아님을 깨닫지 않습니다.

 

 옳음을 생각하지도 않지만, 옳음으로 나아가고자 하지도 않습니다. 일이든 놀이든, 사귀는 사람이든 어울리는 사람이든, 한결 아름답고 올바르고 싱그러운 쪽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옳으면서 아름다운 삶하고는 멀어지고, 튼튼하고 야무진 삶하고는 동떨어집니다. 저절로 옳으면서 아름다운 말하고 멀어지며, 튼튼하고 야무진 글하고 동떨어지게 됩니다.

 

 ┌ 정확한 판단을 내리다 → 올바르게 생각하다 / 올바른 쪽으로 생각하다

 └ 자기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 자기 생각에 따라 / 자기 나름대로

 

 옳게 생각할 줄 알아야 옳게 살아갑니다. 옳게 살아가야 옳은 말이 나옵니다. 바르게 헤아릴 줄 알아야 바르게 어깨동무합니다. 바르게 어깨동무해야 비로소 바른 글이 펼쳐집니다. 말 다르고 글 다를 수 없듯, 삶 다르고 생각 다를 수 없습니다. 매무새와 글씀씀이가 다를 수 없고, 삶자락과 말씨가 다를 수 없습니다.

 

 고운 하느님 앞에서 비손을 드리는 마음 그대로 내 삶이 되고 내 말이 됩니다. 거룩한 부처님 앞에서 절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내 삶이 되며 내 글이 됩니다.

 

 이리저리 따지면서 북돋우는 말이 아니라, 이리저리 가꾸면서 북돋우는 말입니다. 요모조모 재면서 가꾸는 글이 아니라, 요모조모 쓰다듬으면서 가꾸는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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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4 20:03ⓒ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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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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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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